사색기행 - 나는 이런 여행을 해 왔다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이규원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5년 4월
평점 :
절판


내가 다치바나 다카시란 이름을 알게 된 것은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 하는 솔깃한 제목의 책을 통해서 였다.
바로 직격탄을 날린 듯한 저 제목만으로도 이 사람이 꽤 괜찮다고 마음속에서 결론을 내렸었으니깐..(왜 이런제목에서 통쾌함을 느꼈는지는 모르겠다..결국은 그들을 자극해서 더 열심히 하란 소리인데도 말이다.)

사색기행... 저자는 이책이 여행기를 담은 기행문같은 글이 아닌 여행을 계기로 펼쳤던 다양한 생각을 기록한 책이라고 말한다....(엎어치나 매치나 여행을 통해 얻은 글이니 기행문이 아닌가 하는생각이..)

여행에는 계획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이 들면 그 날이 길일이라고 생각한다는 그의 말에 어느 정도 동감은 하지만 우리네 삶이 어디 그렇게 쉽게 훌쩍 여행을 떠날 수 있단 말인가?
그저 이 말에선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평소 나도 어느 날 눈을 떴을 때 내가 가고싶었던곳에 머무르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지만 현실은 정말 떠나도록 냅두지를 않는다.

이 부분을 읽다가 마음에 들어 책장 끝을 살짝 접어놓았는데 남편이 보더니 갑자기 바다를 보러 가자고 해서 무작정 토요일 열두시 반에 집을 떠나 바다를 향해 달렸었다.
그런데 가고 보니 준비없는 여행엔 불편이 너무 많이 따랐다..
아침의 기온은 쌀쌀한데 옷은 얇고 어디 앉을 곳도 마땅찮고...
해돋이를 보기 위해 덜덜 떨던 우리 눈에 비친 준비성 많은 가족의 모습은.... 바닷가에 돗자리를 깔고 아주 따뜻해 보이는 담요를 덥고 가족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면서 해가 뜨길 기다리는걸 보면서 우린 추위를 달래 보려고 따뜻한 캔 커피를 사서 그것의 온기에 취해 있었으니 말이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절절함이었다...

물론 이렇게 계획없이 떠났던 여행인 덕분에 충분히 삶의 활력을 찾았으니 하나의 목적은 달성했다.

서론의 인도여행에 대한 짧은 글을 읽을 때 비교하기 싫어도 류시화님과 비교가 되었다.
"나는 훗날 인도를 여행할 때, 돈이 없어서 가장 싼 열차 티켓을 자주 이용했다. ~~ 심한 만원열차.."
다치바나 다카시는 돈이 없어서 심한 만원열차를 이용했다지만 류시화님은 그저 인도가 좋아서 그들과 같은 생각과 느낌을 전달받고 싶어 이용했다고 하니... 걷는 여행을 많이 했다는 저자인데 너무 솔직한 표현이었나?   이 대목에서 진정한 여행을 하는 사람은 누굴까를 생각해 봤다.

앞에 서론은 나는 이런 여행을 해왔다란 부재처럼 그가 여행을 하게 된 것들에 대한 기록이다.

무인도의 사색..
모든것이 차단된... 문명사회의 편리를 잊고 가능한 한 원시적으로 지내라는 편집자의 주문으로 시작되는 무인도에서 생활...
(한때는 인구가 5백명이나 되었다지만 인구유출이 계속되다 한 개발회사가 토지를 다 사들여 레저기지나 석유비축지로 사용하려고 했다는 마게시마섬... 이 부분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농촌이 생각났다..
현재 사람들이 자꾸만 줄어서 젊은사람은 하나도 없다고 하고 심지어 몇 십년만에 출생신고를 받았다는 시골에선 언제 이렇게 될지 몰라 가슴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본질적으로 문명인보다 야만인에 가깝다고 생각한다는 그의 말이 틀리지 않음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난 체류기간 내내 손도 얼굴도 전혀 닦지 않았다.....양말 말고는 빨래도 하지 않았다..팬티는 빨아 입지 않고 사흘에 한번 소각했고 나머지 의류는 내내 입고 지냈다.... "이렇게 서슴없이 내뱉다니...

이 단원의 결론에서 나도 남편을 그리로 보내고 싶은 욕망이 솟아올랐다...정말 저자처럼 되어서 온다면 난 지금 당장이라도 짐을 싸서 보내겠다.


내가 보통 생각하던 여행과는 길이 많이 달랐던 다치바나 다카시의 여행은 그를 성숙시켰겠지만 그것을 보는 내겐 일중독자의 일기로 보여졌다.

그래도 글 부분부분 공감하면서 고개가 절로 끄덕여 지는 부분도 많았다.

특히 아무리 책을 많이 읽어도 안 되는 것이 있구나..자기 육안으로 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것이구나 하는 말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내 육체를 이동시켜야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다."

내겐 세계를 바라보는 ...여행에서 얻는 즐거움이란게 어떤것인지 알려준 고마운 책이었다.    아울러 뭔가를 꼭 해야 한다는것에 대한 부담이 없었더라면 좀더 수월하게 읽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도 들었다. 정가제 안된다 L.J.Y

 

 ※ 제목에서 보구 책속에 사진이 많을꺼라는 생각을 가지시면 아니됩니다.. 지도몇장빼곤 온통 빽빽한 글만 있거든요...처음에 저두 책을 받았을때 허거덕했었습니다...하지만 빽빽한 글만 있는 책치곤 페이지 넘어가는것은 수월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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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04-28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으며 몸소 실천까지 하신 님께 추천을~~^^

인터라겐 2005-04-29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감사합니다...ㅎㅎ 저두 이책을 읽으면서 제일 큰 수확이 무작정 바다보러 갔다온것이라고 생각한답니다.

로드무비 2005-05-01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리뷰를 언제 쓰셨어요?
부지런도 하셔라.
전 이제 슬슬 읽어볼까?,인데...
추천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