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의 시험이 끝나고 나서야  비로서 오월이 느껴지니...  4월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
매일 9시가 넘어 퇴근하는 엄마의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공부샘이 많은 딸아이는 내가 옆에서 보기에도 안쓰럽도록  공부하고 또 그렇게 중간고사를 치루었다.
이제 중학생인데 벌써 저렇게 진을 빼면 어떡하나 걱정이 되면서도 내심 흐뭇하기만 한 이 날라리(?) 엄마는 자기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정말로 최선을 다하는 딸아이의 모습에  많은 반성을 하게 되었다고 할까? 난 요즘  어떤  일이라도  저토록  치열하게 애써 본 적이 있던가? 저토록 진지하게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전력을 다 한 적이  언제이던가? 사람이든 일이든지 가슴에 품고 그 열정으로 밤을 밝힌적이 도대체  언제적 일인지 생각나지 않는다. 나이를 핑계대고 기억력을 탓하고 체면을 차리느라 난 그냥 그렇게 겉늙어가고 있었나 보다.

전화기 속의 밝은 목소리가 오늘은 집에 일찍 오라고 독촉이다.
그래 엄마도 지금은 나의 일에 충실하고 있단다. 조금만 기다려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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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없는 이 안 2004-06-24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은 다른 코멘트 보고 건너왔는데 여기다 글 남기네요. 아이들이 이만큼 성장할 때까지
어떻게 자기 일을 가꿔나갈 수 있을지, 요즘 너무 고민스러운 터라 부러운 마음이 듭니다.
아이가 나를 놔주지 않아, 하고 그 이유를 스스로에게 말하고 있지만 그게 정말 이유인지
요즘은 찬찬히 들여다보고 있는 중이거든요... 음, 저랑 같은 인천에서 사시는 듯해
더 반갑네요...
 

요즘 내게 일주일은 너무 빨리 그리고 치열하게 가버린다.

야근을 하고 늦은 밤 버스에서 내려 불이 꺼진 상점들을 지나 골목길을 걸어갈 때 생각을 많이 하게된다.
토요일과 일요일 가정의 따스한 입김으로 덥혀졌던 내 가슴이 스산한 밤기운에 심약해 지는 시간.
어느새 쉬운 삶에 안주하려는 자신을 발견하고 몸을 추슬려 힘겹게 발을 딛지만
집을 찾아 가는 그 발걸음처럼 확신이 있는 것인지...어느 것이 잘 사는 삶인지 모르겠다.

아파트 숲에 들어선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거실의 환한 불빛을 받으며
높다란 화분 받침대 위로 가지런한 잎들이 보인다.
지난주에 심었는데 어느새 한자 이상 자라난 방울토마토 줄기로구나.
그 줄기들처럼 엄마는 아직도 마음이 자라고  있는 중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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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교정 호숫가에 닿을락 말락 늘어진 실버들이 온통 연두색이다.
이맘때면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는 소월의 시...
물론 희자매의 노래로 말이지만

실버들을/천만사 늘어놓고/
가는 봄을 잡지도 못한단 말인가/
이 몸이 아무리 아쉽다 기로/
돌아서는 님이야/
어이 잡으랴

슬금슬금 다가오던 봄날이 이곳 용현골에서도 만개하려는 순간인데
바야흐로 바닷바람을 덮히는 인천의 봄바람이로구나

식구들은 모두 감기에 걸렸고
아침상을 겨우 차리고 후다닥 어제와 똑같은 옷차림으로 출근하였고
밤늦게까지  마치지 못한 부서 Mission에 관한 보고서가 나의 머리속에서 Impossible을 외치고
결정적으로 난 봄날을 돌려받지 못한 몸꽝아줌마지만

즐겁게 하루를 시작하려 한다.
찬란한 봄이고 그리고 즐거운 주말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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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산에 다녀왔습니다.
주말이면 오르는 산이지만 봄날의 산은 지난주에 오른 산과 너무도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봄과 가을엔 청계산도 몸살을 앓는군요.
초입부터 산구경을 온 자동차가 꼬리를 물고 늘어섰기에 멀찌감치 차를 세우고  개나리 산림욕장으로 코스를 바꾸어 산에 올랐습니다. 그 길엔 젖소도 있고 비닐하우스도 있고 거름냄새 물씬한 밭도 있습니다. 너무 완만하여 보통때는 잘 택하지 않는 길이지만 올라가는 사람과 내려오는 사람이 어깨를 부딪히느라 피곤한 근교의  봄산을 피할 수 있는 한가한 산책길 같은 등산로입니다.

진달래가 참 고즈넉하더군요.
문득 고개를 들면 어김없이 저만치 서서 연분홍의 자태로 수줍게 봄을 맞이하고 있는 그녀는 참 소박하면서도 화사합니다.
한 5분남짓 걸어가노라니 저 산봉우리 쯤에서 섹소폰의 멋드러진 소리가 들려옵니다. 사람의 자취는 보이지 않는데 아련하면서도 묵직한 소리가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것이 보통 경지가 아닌 것  같습니다.  화사한 봄날과는 그닥 어울리지 않지만 누굴까 자꾸 뒤돌아보게 만듭니다.

정상에 오르면 일견 허무한 마음이 듭니다.
이제 내려갈 일만 남았기 때문이지요.
봄볕은 따뜻하고 봄바람은 서늘합니다.

양재동 꽃시장 비닐하우스는 작은 봄꽃들로 가득차 있습니다.
집에서 조금씩 길러먹을 수 있는 야채모종들도 많이 나와있습니다.
지난 주에는 상추모종을 한판 사고 이번에는 아이들이 졸라서 방울토마토 모종을 조금 샀습니다.
고추모종도 조금 샀지만  딸기는 참기로 했습니다. 작은 베란다가 가득차서 이제 놓을 데가 없거든요.
지난 주에 심은 상추가 아파트 베란다에서도  제법 잘 자라서 두번이나 상추쌈을 사먹었답니다.
남편의 손을 거치면 뭐든지 잘 자란다고 어머님이 말씀하신게 맞는 것 같습니다.

방울토마토와 고추 모종을 작은 화분들에 옴겨 꼭꼭 눌러 심고 물을 듬뿍 주면서 우리 꼬맹이만 대학교 들어가면 서울을 뜨자... 과연 지킬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또 이 약속을 합니다.
촌사람 남편과 나는 이렇게 4월의 첫봄을 맞이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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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04-06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래언덕님과 저는 한 동네에 사는가 봅니다.^^ 청계산이 지척인데도 전 아직 아보질 못했습니다. 조만간 한번 가야할텐데...
 

오늘 제일 작은 책방이 문을 연 이래 가장 많은 분이 다녀가셨네요.
지금까지 모두 27분.
많이 오시는 날이 10분 남짓이었는데
오늘 갑자기 이렇게 많이 다녀 가신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네요.
기분은 좋은데 혹시... 방문자 카운트가 중복된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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