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님이신지  방명록에 글을 남기셨다는 알라딘의 쪽지를 받았습니다.

지나간 날들, 소홀한 관계로 이제 잊혀진 시간이 되어버린

조심스레 찾아와 본 저의 작은 책방은 퇴색하여 자욱히 먼지만 쌓였 있습니다.

머뭇머뭇 쓸어 본 손바닥 자욱도 없이, 고운 먼지 불어낼 쓸쓸한 입김도 서리지 않은 채

그러나 님의 짧지만 진심어린 인사에 깨어난  작은 햇살이 이 모든 걸 어루만지는 듯  합니다.

다시금 세상과 인사를 나누어 보지 않겠니? 이렇게 속삭입니다.

참나님 감사합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물만두 2008-08-14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오셨길래 후다닥 달려왔습니다.
더위에 건강하시죠^^
그렇게 그리움이 쌓여갑니다.

모래언덕 2008-08-15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저도 그리웠습니다. 님의 서재는 가끔씩 아주 가끔씩 다녀갔었는데.... 잘 지내시지요? 조만간 들리겠습니다.
 

10년전
하얀  눈 덮인 자주색 만년필이 내 것이 되었을 때의 설레임을 떠올리며 
오늘 나는 블루/블랙 잉크를 샀다.

사무실 설합을 정리할 때마다 필통속에 고이 넣어둔 만년필을 꺼내어
내 손안에 오롯하게 쥐어지는 그 느낌에 충만해 하면서
언젠가는 향기나는 잉크로 꽉꽉 채우고
매일 그 잉크를 채우는 삶을 살리라  결심하였는데

오늘 나는 잉크를 사며
설레임과 함께 막연한 불안을 느꼈다

이제 두달째...
이 곳의 극명한 태양빛 아래에서
나는 어쩌면 어지러움을 느끼지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내 턱없는 기대 때문에 한 줄도 쓰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4개월전 충동적으로 구입한 두꺼운 노트의
빈 여백에 매일  후회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오늘 잉크를 샀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물만두 2006-03-19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래언덕님 글 참 오랜만입니다. 저도 색색깔 잉크 사서 쓰던 생각이 나네요. 초록색 잉크를 제일 좋아했었답니다. 그래도 사서 한 줄이라도 쓴다면 안 사고 망설인 것보다는 낫지 싶어요^^

2006-03-19 19: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럴때 제일 곤란한 건 아이들 저녁
전화를 거니 내일부터 시험인 딸아이는 학원에서 수학 보충 중이고..
혼자 있는 아들은 배가 고프지 않단다.
'도너츠 한개하고 귤을 다섯개나 먹었어'
이런 배 아프지 않으려나?
'저녁은 어떡하니 엄마 많이 늦을텐데?'
'괜찮아. ㅇㅇ이네 가서 달라고 그럴까?'
'그래... 부탁드려봐'

아, 그래도 이사온 지 2년이 되니 아이가 편하게 저녁 좀 달라고 할 수 있는 고마운  이웃이 생겨서  그나마 다행이고
예전에는 근처 이모네 집에 가기도 싫어하던 아이가 이제는 제 스스로 저녁좀 달라 그럴까 하는 변죽이 생기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홀가분히 보고서 메일로 날리고
이제 일어서서
배는 좀 고프지만
엄마는 달려 간다.

집으로...


댓글(3)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내가없는 이 안 2004-12-14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래언덕님은 그래도 참 강인한 분이시네요. 전 그걸 도저히 못 해내겠더라구요. 마음이 물러터져서 늘 고민고민... 달려가는 모래언덕님 마음이 느껴져요.

모래언덕 2004-12-14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이 안님 아기 같이 어리면 저도 못했을 거예요. 어머님이 그나마 초등학교 2학년까지 봐주셨으니 제가 계속 할 수 있었죠. 그래서 요즘은 어머님의 감사함을 가슴 깊이 느끼고 있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크니까 이제는 다른 면에서 엄마의 빈자리가 느껴지는 것 같아서 더 고민됩니다. 어제도 잠든 둘째의 손톱을 보니 어느새 길게 자라 있어서... 그 걸 깎으며 내가 도대체 잘 하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하였답니다.

2004-12-14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딸은 클수록 이모네 가서 밥 먹는 것도 싫어하네요^^ 그리고 귤은 앉은 자리에서 10개도 거뜬하니 5개로 배탈 나진 않을 거에요...집에 잘 도착하셨어요?
 


관광지인데 이름을 듣고는 잊어버렸어요....

장승 비슷한 것 같아요.


좀 잘리긴 했지만 구도가 특이하다고 생각했어요. 사진 주인공인 친구를 지우려고 했는데 제 솜씨로는...


사이좋은 오리 두마리


왜 이 구도로 사진을 찍고 싶었는지 궁금하구요.


잘 보면 꽃이 보이죠? 렌즈 안으로 꽃이 보였는지 호수(?)가 보였는지...


맷돼지랍니다. 난 누워있는 걸로 착각했는데 서있대네요.


공작의 꼬리가 멋있어서 한장. 그러고보니 아이들과 동물원 간 기억이 가물가물하군요.


스님이 신기해서 찍었는데 찍은 후에야 묘한 대비를 알아차렸대요.



오리 가족이 너무 행복해 보여서,


역시 경치가 좋아서 산뜻한 사진이 나오는군요.


아까의 오리 가족을 가까이서..


개인적으로 제가 제일 맘에 들어한 사진입니다. 아빠가 서명도 달아주었네요.


제 서재 이미지로 허락도 받지 않고 살짝 빌려서 사용한 사진입니다.
엄마가 이렇게 올렸다면 뭐라 그럴까 내심 걱정도 되지만...
조그만 디카로 열심히 담아 온 열다섯살 딸아이의 좋은 추억을 잠시 빌려봤습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내가없는 이 안 2004-12-11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쩐지 서재에 들어오고 싶더라구요. 지난번 말씀하신 사진들이군요. 정말 훌륭한데요. 열다섯 아이가 찍은 거라고는 참... 제 수준도 이 정도가 될까 싶어서 한참 들여다봤네요. ^^ 예전에 어느 여행기를 보니까 아홉살 아들에게 카메라를 들려줬더군요. 비싸지 않은 카메라를 하나 건네주면 묻힐 수도 있는 하나의 미래가 발견될 수도 있겠다 싶었지요. 사진 잘 봤습니다. 원래는 이것보다 훨씬 많지요? ^^

숨은아이 2004-12-11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아름다워요.

2004-12-12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정말 감탄스럽군요. 세상을 보는 시선이 느껴진다고나 할까..물론 본인은 의식하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요..어디인가요? 사진 속에 힌트가 있었나..다시 꼼꼼 살펴 보아야 겠네요..좋은 주말 보내셔요.

모래언덕 2004-12-12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안님 : 친구들이나 동생 얼굴 나온 사진 빼고는 거의 다 인 것 같아요. 이 안님 말씀 덕분에 용기를 내어 올리긴 했는데 앞으로라도 우리 딸의 미래를 발견할 수 있을런지... 이 게으른 엄마가 말이예요.

숨은 아이님 : 감사해요. 그리고 들러주셔서 고맙구요.

chamna님 : 저보다는 확실히 깊은 시선을 가진 것 같아요. 이 곳은 방학동안 다녀온 캐나다의 유원지랍니다. 공기가 맑은 것이 느껴지죠? 주말이 다 가버렸네요. 참나님 좋은 한 주 보내셔요.
 

  사실 아들아이의 권장도서에 쓰인 목록만 아니었다면 이 책은 읽지 않았을 것이다.
 이 책을 열면 그 내용이 어떻게 흘러가고 어떻게 결말지어질까 두려웠던 것 같다.
 제목만으로도 너무 무거운 내용이 있지 않을까 걱정되고 아니면 너무 허황된 미래를 보게될까 미리 두려워했다고 할까? 그런데 읽어버렸다. 그것도 아주 짧은 시간에 읽어버렸다.
역시 아쉬움 같은 기분이 든다. 아니 아쉬움이라기보다는 아픔이다.
이 책에 쓰여진 남북공동초등학교가 세워지려면 우리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 중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버려야 하고 편견 없이 바라보아야 하고 그리고 마음을 열어야 하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아니 무엇보다도 국가보안법이 없어져야지만 이루어질 수 있는 가상현실이다.
아들아이는 묻는다. ‘엄마 정말 남북공동초등학교가 있어?’
책머리에 있는 작가의 안내문을 읽고도 아들아이는 확인하려는지 묻는다.
‘응’ 이라고 대답할 수 없는 현실이 또 한번 가슴 아프다.
‘아니, 하지만 언젠가는..세워질거야. 아니야 곧 세워질거야. 그렇게 되기 위해서 우리가 더 노력해야 되는 거야’
무엇을 어떻게 노력해야하는지도 말하지 않고 막연히 이렇게 밖에 이야기 못하는 나를 마치 이해한다는 듯 아들아이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너희들에게서 희망을 본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없는 이 안 2004-12-10 0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이렇게 막연하게만 얘기할 수 없게 만드는지 모르겠어요. 요즘, 나랏일 한다는 사람들 제정신인지. 한나라당은 또 간첩 하나 만들려고 작당을 했더군요. 딸 고이 키워서 이 엄한 세상에 내보내는 게 너무 슬퍼지는 아침입니다...

모래언덕 2004-12-10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안님. 슬프다는 표현이 맞네요. 출근 길에 듣는 뉴스가 머리 속을 헤집어 놓더군요. 오늘은 택시를 탔는데 기사아저씨가 빨갱이 보고 빨갱이라 그러는데 뭐가 잘못이냐고 저더러 그러더군요. 말 할 기운도 없고 기분도 아니어서 아무 말없이 그냥 거스름돈 다 받아들고 내렸어요. 평화. 그 걸 원한답니다.

2004-12-12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엔 이해 안되는 일이 너무 많아요...꼭 이번 일이 아니더라도 왜 그렇게 막말들을 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