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오랫만에 책 주문을 하고 드이어 오늘 아침에 도착한 알라딘 택배.
게으름으로 아직 인터넷뱅킹 공인 인증서를 받지 못했기에 10만원 이하로 맞추기 위해서 주문 마지막 단계에서 몇가지 책을 줄여야 하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하여  내가 원한 책들 대부분을 아쉬움에 우수수 털어내, 다음 기회로  미루고 역시나 아이들책 중심으로 구입을 하였는데...
항상 좁은 방을 가득 채우고 있는 책을 보며 책이란게 구입하여 내것으로 만들어야 하나 도서관을 이용하여야 하나 이런 갈등을 하지만 직장다니는 엄마, 사고 싶은 책이나 맘껏 사는 게지 뭐 이러면서 다시 주문을 하는것이다. 마치 체면에 걸린 것처럼 말이다.

다행스럽게 책장을 구석구석 뒤져서 읽어주는 둘째가 있어서 전시용은 아니다 싶은 마음으로 개봉을 하고 한권 한권 들여다 본다. 음 '아름다운 집' 짤리지 않고 용케 들어있구나, '나의 한국어 바로쓰기 노트'는 일전에 다른 이에게 선물하고 이제야 구입하네.. 나의 엉터리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좀 교정되어 지겠지. 고흐의 서간집은 읽으면 왠지 내 맘이 답답해질 것 같아 몇번을 망설이다가 구입하였다. 요즘은 생각하지 않고 읽는 책이 좋아지는 게 내가 그만큼 단순무식이 더해지기 때문이겠지.

아이들 책도 항상 내가 먼저 읽으니 며칠 밤은 또 새벽까지 잠 못들겠지만 그래도 겨울 김장이나 연탄을 마련한 것처럼 한동안 흐뭇할것같다. '경복궁에서의 왕의 하루'는 비싼 책값이 있을런지.. '진짜 도둑'은 얼른 보아도 재미있을 것 같고,,,  고요한 밤시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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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2004-03-10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간만이네요... 모래언덕님 앞으로 자주 뵐(?)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모래언덕 2004-03-10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느티나무 선생님. 잊지 않고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날씨따라 변하는 사람인가 봐요.^^
꽃샘추위에 얼어붙은 것 같기도 하고 봄을 타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빨간기와' 리뷰를 완성치 못하고 노트북에 넣어둔지 벌써 한달이 넘었군요.
숙제를 마치고 찾아뵙겠습니다.

2004-03-12 07: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점심을 먹고 겨울 햇살이 쌉싸름한 교정을 산책하면서 동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글을 쓰는 것의 어려움에 대하여 잠시 이야기를 하였다.

글을 쓰는 어려움이라고 말을 하니 무슨 거창한 창작활동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요즘 시대의 화두인 블로그나 미니 홈피같은 곳에서 볼 수 있는 개인의 생각이나 행동을 글로 나타내기를 말하는 것이었다. (지금 이것도 포함해서)

자신의 글이 미치는 작은 반향 , 다수의 공감, 사회적 의미 등 인터넷 시대의 놀라운 문자 전파 속도의 긍정 혹은 부정적인 의미와 자신의 생각을 대중에게 용기 있게 드러내 보이는 사람들의 패기, 그리고 그 놀라운 지식 및 창조력에 대한 부러움이 이어지다가 결론은 그냥 우리 같은 사람은 다른 이의 글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동감을 할 뿐이라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자연스럽게 자신의 모습이나 생각을 드러내 불특정 다수에게 보이는 것에 대한 낯설음과 자신 없음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와 나의 동료, 우리는 아무래도 구시대 인물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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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결혼하고 나서부터 그간 집안사정으로 작은 아버님 댁에서 모셨던 제사를 모시기 시작하였습니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날이 바로 시할머님 제사였지요. 그때부터 제사 지내는 것도 잘 보지 못하고 자라온 저의 봉제사 하드트레이닝이 시작되었습니다. 삼대조를 모시느라 한달에 한번 꼴로 돌아오는 제삿날은 그야말로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일하시느라 살림에 익숙하지 않으셨던 어머님이 아무것도 모르는 제게 전적으로 의지를 하셨기에 더욱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한주 전부터 장을 보기 시작하여서 시골에서 올라오시는 일가어른들의 접대까지 너무 낯설고 어려운 것 뿐 이었습니다. 제사 당일 퇴근하자마자 옷도 갈아입지 못하고 시작하여서 제사를 모신 후 식사에 술상에 12시가 넘겨서 겨우 설거지를 끝낼 수 있었고 주무시고 가시는 시골 친척 분들의 새벽 같은 아침거리까지 마쳐야 겨우 하루가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고도 할 일은 남아서 며칠 동안 청소며 그릇정리며 산더미 같은 일거리에다가  어머니와 저, 이렇게 두 며느리가 동동걸음치고 장만한 제사 음식과 손님 접대 음식은 남기 일쑤여서 버리기도 그렇다고 먹기도 힘겨운 지경이었습니다. 해가 거듭될수록 제 머릿속에는 한번도 뵙지 못한 증조 , 고조 선대 분들의 제사를 제가 지내야 하는 이유가 떠오르지 않고 단지 결혼이라는 것으로 얽매이게 되는 굴레라는 생각만 가득하였습니다.

장손 외며느리를 맞이하여 의욕차게 시작된 삼대봉사는 어른들께서 3년 째 되는 해부터는 할아버님과 할머님외의 윗분들은 사당에 모시기로 결정을 하시어 그 후부터는 설날, 추석의 차례와 할아버지, 할머님 기일만 제사를 모시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그것만 해도 다행이다 싶었는데 제사를 십년쯤 모시게 되니까 저도 슬슬 꾀가 나서 장보기를 설렁설렁하기도 하였습니다. 수입산 고사리를 사기도 하고 쇠고기 값이 치솟은 어느 해인가는 어른들 몰래 수입쇠고기로 산적을 하기도 하였지요.(딱 한번 그렇게 하고 이후는 마음에 찔려서 하지 못하였습니다만). 설날이나 추석이 되면 웬 조기 값은 그렇게 비싸던지... 제철이 아니어서 과일이 금값인데도 무조건 제일 크고 좋은 것만 고르는 남편과 지갑사정을 감안한 저의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하면서 제사는 하나의 의례 이상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지겨운 시집의 대소사로 치부되었습니다. 

저의 이런 반항은 13년 만에 막을 내렸습니다. 저희가 어찌어찌하여 분가를 하였거든요. 제가 직장 다니고 살림하느라 바쁘다고 저를 많이 봐주신 어머님은 이제 손수 제사준비를 하십니다. 저는 명절동안 손님접대용이나 가족들용 먹거리만 준비하여서 설이나 추석 전날 가는 입장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물론 제사 준비는 제가 도착하면서 시작되긴 하지만 주체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보조가 되다보니 남편이 이렇게 놀리기도 합니다. ‘결혼 13년 만에  ○○의 팔자가 폈구나.’ 제가 생각해도 팔자가 핀 것 같습니다. 이렇게 편할 수 가 없습니다. 저도 명절증후군이란 걸 톡톡히 겪었거든요.  설날, 추석 휴일의 빨간 글자가 길면 그건 휴식이 아니라 긴 노역의 의미로만 생각되었었는데 이제는 명절 다음날의 계획을 짤 수 있으니 즐겁기까지 합니다.

엊그제는 시할아버님 제사였습니다. 토요일이어서 점심 무렵에 시댁에 도착하여서 준비를 하였는데 막내고모님이 이것저것 준비를 해 오셔서 저는 전만 준비하여 부치면 되었습니다. 밤이 되고 제상의 촛불이 켜지고 시댁 어른들과 우리 막동이까지 재배를 하고 술잔을 번갈아 올리고 하는 뒷모습을 지켜보고 서있노라니 우리식구들 별 탈 없이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는 것이 저 옛날 빛바랜 사진 속에서 굽어보고 계시는(이제는 제게도 친근해진) 선량한 얼굴의 할아버지 할머니 덕분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몇 년 후면 점차 기력이 쇠하실 어머님을 대신하여 제가 다시 본격적으로 제사를 모셔야겠지요. 그리고 별 일이 없다면 아마도 제가 살아있는 날까지는 제사를 지내겠지요. 저의 아들은 어떻게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아버님은 당신께서 끔찍하게 귀히 여기시는 손자가 당연히 제사를 지내주리라 생각하시겠지만 세상이 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있으니 그건 그 때 가봐야 알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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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자가운전으로 출근하는 날
눈이 오는구나.
앞 유리창에 마구 부딪는 성긴 눈발은
무방향성의 자유를 만끽하다
차의 체온에 지레 녹아내리는데

눈이 오는구나.
나는 눈이 온 다음을 걱정하는데
도시 큰길에 뿌려질 수 톤의 염화칼슘과
퇴근길의 정체와
빙판길의 추돌사고가 걱정스러워
하얀 도로 위 검은 바퀴자국만 부지런히 쫓는데

눈이 온단다.
정말?
베란다 창문 열고 구경하느라
전화기 너머로  대답 없던 딸아이는
조금 뒤 달뜬 목소리로 되돌아온다.
정말 예쁜 눈이 내려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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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존엄성에 관한 책이라고 생각하였다.

일 때문에 직장에서 상처를 받은 마음으로, 그래서 체온이 한 1도 가량 오른 상태로 지저분한 집안 상태를 외면한 채 토요일 일요일 계속하여 책갈피를 넘겼다.
지난주는 몸이 다 났지 않았다고, 금주는 열 받은 마음을 삭힌다고 넘쳐 오르는 먼지를 외면하고 2주째 주말을 칩거하고 있으려니 남편의 레퍼토리를 3번쯤 들을 수 있었다.
'책이랑 결혼하지 그랬어?'

어느 날 갑자기 눈이 멀어 버리는 사람들
그들은 보이는 자들에 의하여 버려지지만
마침내 도시는 눈먼 자들의 것이 되고 만다.
단 한사람을 제외하고

모두가 눈이 멀었어도
항상 그러하듯이 폭력과 광기로 사람들을 지배하는 무리가 나타나고
한 끼의 음식, 갈증에
사람들은 그 폭력에 굴복하여 모든 것을 내어주고
자신들의 배설물로 뒤덮인 바닥을 기는 무기력한 존재가 되고 만다.
단 한사람을 제외하고

모두가 볼 수 있게 되었을 때
그들이 다시 보게 된 것은 무엇인가?
눈을 뜨고 지켜 본 단 한사람이 중얼 거린다
이제는 내 차례인가?


눈을 뜨고 있어도 눈 감은 자들의 도시에서
난 어리석은 물음을 던진다.
넌 도대체 무엇을 보고 있는 거니?
네 눈에 보이는 것을 믿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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