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 다녀왔습니다.
주말이면 오르는 산이지만 봄날의 산은 지난주에 오른 산과 너무도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봄과 가을엔 청계산도 몸살을 앓는군요.
초입부터 산구경을 온 자동차가 꼬리를 물고 늘어섰기에 멀찌감치 차를 세우고  개나리 산림욕장으로 코스를 바꾸어 산에 올랐습니다. 그 길엔 젖소도 있고 비닐하우스도 있고 거름냄새 물씬한 밭도 있습니다. 너무 완만하여 보통때는 잘 택하지 않는 길이지만 올라가는 사람과 내려오는 사람이 어깨를 부딪히느라 피곤한 근교의  봄산을 피할 수 있는 한가한 산책길 같은 등산로입니다.

진달래가 참 고즈넉하더군요.
문득 고개를 들면 어김없이 저만치 서서 연분홍의 자태로 수줍게 봄을 맞이하고 있는 그녀는 참 소박하면서도 화사합니다.
한 5분남짓 걸어가노라니 저 산봉우리 쯤에서 섹소폰의 멋드러진 소리가 들려옵니다. 사람의 자취는 보이지 않는데 아련하면서도 묵직한 소리가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것이 보통 경지가 아닌 것  같습니다.  화사한 봄날과는 그닥 어울리지 않지만 누굴까 자꾸 뒤돌아보게 만듭니다.

정상에 오르면 일견 허무한 마음이 듭니다.
이제 내려갈 일만 남았기 때문이지요.
봄볕은 따뜻하고 봄바람은 서늘합니다.

양재동 꽃시장 비닐하우스는 작은 봄꽃들로 가득차 있습니다.
집에서 조금씩 길러먹을 수 있는 야채모종들도 많이 나와있습니다.
지난 주에는 상추모종을 한판 사고 이번에는 아이들이 졸라서 방울토마토 모종을 조금 샀습니다.
고추모종도 조금 샀지만  딸기는 참기로 했습니다. 작은 베란다가 가득차서 이제 놓을 데가 없거든요.
지난 주에 심은 상추가 아파트 베란다에서도  제법 잘 자라서 두번이나 상추쌈을 사먹었답니다.
남편의 손을 거치면 뭐든지 잘 자란다고 어머님이 말씀하신게 맞는 것 같습니다.

방울토마토와 고추 모종을 작은 화분들에 옴겨 꼭꼭 눌러 심고 물을 듬뿍 주면서 우리 꼬맹이만 대학교 들어가면 서울을 뜨자... 과연 지킬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또 이 약속을 합니다.
촌사람 남편과 나는 이렇게 4월의 첫봄을 맞이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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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04-06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래언덕님과 저는 한 동네에 사는가 봅니다.^^ 청계산이 지척인데도 전 아직 아보질 못했습니다. 조만간 한번 가야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