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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어페어 - [할인행사]
글렌 고든 캐런 감독, 워렌 비티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2년 2월
평점 :
품절
영화를 보는 내내 세월이 그야말로 도도한 강물처럼 흐르고 있음을 실감했다.
남자 주인공인 워렌비티는 중학교때 시험이 끝난 후 학교 단체 영화 관람으로 보았던 '초원의 빛'이라는 영화의 너무나도 잘생겼던 주인공이라는 사실이...
지금으로부터 30년쯤 전의 화면 속 그 아름답던 나탈리 우드와 워렌 비티의 청춘의 격동을 정서적으로 신체적으로 미숙하였던 어린 나는 실감하지 못했지만 영화 속 나탈리 우드가 읊던 윌리엄 워즈워스의
' 여기적힌 먹빛이 희미해 질 수록
내 그대를 사랑하는 마음 희미해 진다면
...
초원이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다시는 그 것이 안돌려진다해도 서러워 말지어다.
차라리 그 속 깊이 숨겨진 오묘한 힘을 찾으소서
...
는 한동안 나의 애송시에 오르곤 하였다. 물론 나중에 배운 원문은 훨씬 더 담담한 시였지만 말이다.
러브 어페어
영화는 깔끔하고 사랑스러웠다.
우아한 아네트 베닝은 36살이고 워렌 비티는 57살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두사람의 얼굴이 반짝거렸던 것은 이 영화를 통하여 두사람이 부부로 연결된 것을 미리 알고 본 때문일까?
워렌비티가 그나마 억지로 주인공의 나이에 맞출 수 있었던 것도 사랑때문에 가능한 거였겠지.
지금 생각해 보니 영화 전편에 흐르는 따뜻하고 몽상적인 분위기는 아마 두사람의 그때의 심경이 반영되었기 때문일 것 같다.
헐리웃 최고의 바람둥이이고 약혼만 계속하였다던 남자 워렌비티. 영화 속 대사처럼 오리처럼 살았던 워렌비티가 아네트 베닝을 만나서 백조가 된 것인지 두 사람은 지금도 잘 살고 있다고 한다.
챗머리를 약간 흔드는 통통한 호호 할머니인 캐서린 헵번을 보면서 왜 이렇게 가슴이 뛰는걸까?.
서늘하고 날카로운 눈빛의 소유자였던 캐서린 헵번이 생을 관조하는 사려깊은 할머니로 나와서 아네트 베닝에게 인생의 조언을 하는 장면이 감동깊었던 것은 그 말 한마디 한마디가 이해되는 나이이기 때문이겠지
폴리네시아 군도 어디쯤 아름다운 섬의 풍광은 지금도 선연하고, 엔리오 모리꼬네의 piano solo도 우리 마음을 아련하게 만들고
마이크가 언제쯤 캐리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못나간 이유를 알게될까 ?
왜 일어서서 안녕을 하지 않는지 알게될까? 조마조마하게 지켜본 마지막 몇분...
영화가 끝나고 나서 언제부터인가 같이 본 딸아이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아 너무 감동적이야.
후후 난 속으로 웃음지었다.
그래 아직 어린 넌 이 영화의 반도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그래 사랑에 대한 믿음, 그 영속성을 조금 느끼기는 한거겠지.
엄마가 딱 너만한 나이였을 때 본 '초원의 빛' 속의 사랑이란
청춘의 끓는 피에 부어지던 적 포도주같은 거였는데
저 영화 속의 사랑이란 애절하면서도 편안하고 가슴 따뜻한거로구나.
그 촉촉함에 저절로 눈시울이 젖어드는 거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