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하얀  눈 덮인 자주색 만년필이 내 것이 되었을 때의 설레임을 떠올리며 
오늘 나는 블루/블랙 잉크를 샀다.

사무실 설합을 정리할 때마다 필통속에 고이 넣어둔 만년필을 꺼내어
내 손안에 오롯하게 쥐어지는 그 느낌에 충만해 하면서
언젠가는 향기나는 잉크로 꽉꽉 채우고
매일 그 잉크를 채우는 삶을 살리라  결심하였는데

오늘 나는 잉크를 사며
설레임과 함께 막연한 불안을 느꼈다

이제 두달째...
이 곳의 극명한 태양빛 아래에서
나는 어쩌면 어지러움을 느끼지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내 턱없는 기대 때문에 한 줄도 쓰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4개월전 충동적으로 구입한 두꺼운 노트의
빈 여백에 매일  후회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오늘 잉크를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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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3-19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래언덕님 글 참 오랜만입니다. 저도 색색깔 잉크 사서 쓰던 생각이 나네요. 초록색 잉크를 제일 좋아했었답니다. 그래도 사서 한 줄이라도 쓴다면 안 사고 망설인 것보다는 낫지 싶어요^^

2006-03-19 19:4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