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욕망하는 지도 - 12개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
제리 브로턴 지음, 이창신 옮김, 김기봉 해제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2월
평점 :
인류 역사에 수많은 문물과 문명의 족적이 씨줄과 날줄로 구성되면서 인류의 삶을 직.간접적으로 지배해 왔다.이러한 문물과 문명의 개인의 영민함과 사회,시대의 반영물이 되기도 한다.그러한 측면에서 지형물을 원하는 축척법에 맞춰 실체에 걸맞게 제도(製圖)했던 것이 지도이다.지도가 주는 이미지는 시기별로 다르게 다가왔다.학창 시절에는 지형지물을 익히는 수준이었고 요근래에는 지도에 담긴 의미와 개념을 곱씹어 보는 데에 있다.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방대한 지도에 대한 지식의 향연이 바로 《욕망의 지도》에 광대한 대서사적으로 촘촘하게 기술하고 있다.
제리 브로턴저자는 이 글의 완성을 위해 20여 년을 준비해 왔다고 한다.주변 사람들의 많은 조언과 격려,관련자료 제공 등에 힘입어 지도의 역사가 탄생되었던 것으로 보인다.지도에 담겨 있는 세계관을 12개의 코드로 해독해 내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줄기이다.과학,교류,신앙,제국,발견,경계,관용,돈,민족,지정학,평등,정보라는 코드로 나뉘어져 있는 것이다.평소 지도에 대해서 관심과 흥미가 있었기에 비록 두툼하게 엮어져 있었지만 관심과 흥미에 비례하여 읽는 재미와 유익함이 배가 되었다.과연 지도 속에 담겨 있는 12개의 코드는 무엇을 의미하고 상징하는 것일까.
지도란 실체가 아니라 개념이라는 것이다.개념이 없는 사람은 세상을 보는 눈과 무엇을 위해 살 것인지의 인생철학이 없는 사람이다. -P9 보르헤스 -
우선 저자가 말하려는 지도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가? 첫째,지도란 지리적 환경을 파악하기 위해 인간이 만든 개념이라는 사실이고 둘째,역사학에서 회자되는 역사의 '공간적 전환'이 왜 필요한가를 살펴야 하고 셋째,지도를 매개로 인간이 세계라는 공간에 대해 이해하는 방식의 변화를 12개의 키워드로 인식하여 우리가 갖고 있는 세계와 역사 개념을 반성하는 거울로 활용될 것이며 넷째,민족이라는 상상의 공동체를 현실로 만든 것은 지도였다는 점이며 다섯째,지도를 만드는 코드가 제국에서 발견,경계,관용,돈,민족,지정학으로 변천되는 과정을 통해 변방의 유럽이 세계의 중심으로 부상할 수 있었다는 점과 근대라는 '시간의 결을 거슬러서' 지도를 해체적으로 읽는 역사적 안목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이며 여섯째,현대 디지털 지도의 총아인 구글어스를 서술함으로써 지금 우리가 어느 지점에 있으며 어디로 가야 하는지,인류 문명의 지도에 대한 성찰을 할 수 있도록 하는데에 있다.
최초의 세계지도인 바빌로니아 세계지도
프톨레마이오스의 <지리학> 사본
동아시아 최초의 지도인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가장 오래된 현존 지구본(1492년)
아폴로 17호 승무원이 찍은 우주에서 최초의 지구 사진
지도는 세계를 단순히 반영키보다 세계에 관해 제안을 한다.그것은 특정한 문화를 지배하는 추측과 그 문화가 몰두하는 생각에서 나온다.지도와 이런 추측 또는 생각은 상호 보완적이지만,그 관계가 고정되거나 안정적인 것만은 아니다.예를 들어 <헤리퍼드 마파문디>는 기독교가 이해하는 창조와 예상되는 세계의 종말을 제시하고,<강리도>는 제국의 세력이 중심에 놓인 세계를 보여 주고 있다.그 세계에서는 풍수에서 말하는 '형세'에 간한 믿음이 세속적 존재의 핵심으로 보여진다.이러한 지도는 모두 지배자 즉 통치자(종교,정치,평등,관용)을 이해할 조건을 창조하고,일반인은 이를 바탕으로 주위 세계를 이해하고 동시에 자신을 이해하지 않을까 한다.현대는 종이로 만든 지도에서 GPS 등 위성사진,구글 어스 등에 의한 디지털 지도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저자가 "우리는 다양한 개인,국가,단체가 다양한 지도를 제작한다는 것의 의미를 이해하는 마지막 세대가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새로운 지리학을 눈앞에 두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는데 하나의 목표,수량화한 정보를 독점해 경제적 이윤을 축적한다는 목표를 추구할 것임에 틀림없다.
이미 그려진 지도에 담긴 12개 코드의 세계관은 저자의 주도면밀한 연구와 분석하에 이루어진 것으로 보여진다.오랜 기간 연구작업 끝에 탄생한 지도의 역사인 만큼 참고문헌도 물경 94권이나 된다.지도는 시대별,지도 제작자의 독창성 등에 따라 그 지도에 담긴 의미가 다소 차이는 나지만 대부분은 통치자의 의도가 깊게 내재되어 있음을 부인할 수가 없다.평등함이 현대인이 요구하는 덕목인 가운데 내일을 향한 지도의 향방의 쏠림이 크게 주목된다.구글 어스의 파괴적일 정도의 디지털 시대의 급부상은 단연 시대를 앞서가고 세계관을 지배할 수도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