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억 인도를 만나다
김도영 지음 / 북치는마을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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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높은 경제성장과 잠재력을 보이고 있는 브릭스(Brics)국가의 하나인 인도를 만나게 되었다.인도에 대한 지식을 그야말로 학창시절 세계사 시간에 배웠던 기억과 드문드문 접하는 정치,경제 등의 뉴스를 통한 것이 전부이다.세계 4대문명 발상지 중의 하나이면서 오랜 역사,신화,종교,언어를 갖고 있는 인도는 어느덧 12억이라는 인구를 갖고 있다.듣기로는 빈부격차가 매우 심한데 이는 사회적 계급과 부의 대물림 등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과 낙후되었던 인도를 산업화,도시화를 진행시키면서 인도인들의 생활방식도 많이 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중문학를 전공한 중국학도이면서 인도 네루대학교에서 영문학 박사를 취득하여 거의 27년 정도를 인도에서 사회과학과 한국학을 가르치고 계시는 김도영저자의 '인도 엿보기'는 정신적인 것과 물질적인 것으로 크게 대별할 수가 있다.인도 사회를 유지하는 기조가 다르마라고 하는데 그것은 종교적,윤리적인 사회질서를 나타내는 것으로 카스트 제도에 따른 사회 규범을 가르키고 있다.반면 돈을 바탕으로 한 부를 나타내는 아르타는 서구 자본주의가 유입되면서 부가 생존의 수단이 되었다고 한다.인도는 1991년 시장 개방을 선언하면서 '브릭스' 및 '친디아(China+India의 합성어)'를 만들게 된 바탕이었다.카스트 및 힌두교가 그들의 정신적 의식구조 및 사회규범을 통제해 왔지만 이제는 시장 자본주의에 따른 계약사회로 전환되면서 인도인의 삶의 의식과 생활방식이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이다.바깥에서는 생계를 위한 부와의 전쟁,집에 와서는 전통적인 사회규범을 지키려는 성향이 강하다.

 

 인도인이 가장 중시하는 경전이 마가바뜨 가따인데,인도의 대 서사시 마하바라타 중에 일주나와 크리슈나 신이 대화하는 내용이 나온다.경전에는 세 가지 가르침이 나온다.그것은 돈은 필요하지만 돈을 쫓는 삶을 살지 말라는 마야(Maya),세상의 것 이를테면 세상 명리나 색에 유혹되지 말라는 모(Moh),분노로서 내면을 가라앉혀 화를 내지 말라는 크로드(Krodt)이다.세 가지 모두 힌두교의 금욕적인 성격을 잘 보여 주고 있는데 앞의 두 가지는 유혹에 대한 경계이고 세 번째는 자기 통제를 잃은 화를 경계하고 있다.저자의 말에 의하면 평상시 인도인은 즉석에선 화내지도 않고,감사의 표시도 약하고 미안해하지도 않는다고 한다.속으로 삭히면서 자기 통제 의식이 강하다는 생각이 든다.그렇지만 어느 정도 권력과 권한이라는 울타리가 생기게 되면 관료적이고 권위적으로 돌변한다고 한다.그러한 맥락에서 보면 인도사회는 양순한 성격을 갖고 있지만 공무원과 같은 관료가 되면 공무원 특유의 권위주의,보신주의에 젖어 든다고 볼 수 있다.나아가 그들은 당장의 이익을 사수한다.당장의 이익,개익의 이익을 무엇보다 우선시하고 있다.

 

 인도의 신화는 셀 수 없이 많은 것 같다.머리에서 입으로,입에서 귀로,귀에서 머리로 다시 입으로 전해 오는 구전의 전통이다.가장 오래된 문헌인 베다를 비롯하여 제사를 위한 사마 베다,공양과 희생을 위한 야주르 베다,기복 성격의 아타르바 베다가 있으며 그외에도 찬가의 용법,기원 목적 등을 설명한 제의서도 있다.인도인의 특징은 교육방식이 쓰고 정리하는 것보다는 입으로 말하는 발표,주장이 강한데 이는 암기교육을 유년시절부터 시킨다고 하며,뇌의 기억력과 총명함을 유지하기 위해 천연약재를 많이 복용하고 있다는 점이 특색으로 다가온다.이렇게 구전 전승에 풍부한 자료가 된 배경은 장구한 역사 속에서 외부와 많이 노출되고 침입을 통한 개방이 커다란 작용을 한 것으로 보여진다.

 

 브라만,크샤트리아,바이샤,수드라 등의 카스트 제도와 전국민의 90%를 차지하는 힌두교가 인도사회를 오랫동안 지배하면서 사회규범과 윤리의식이 천착하게 되었던 것인데,시장 개방을 하면서 인도인들의 의식구조도 많이 바뀌어 가고 있다고 한다.부모의 선택에 의해 혼인이 맺어지던 것이 연애결혼으로 바뀌어 가고 이혼은 상상할 수 없었던 문제인데 이혼률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이는 젊은층들이 교육수준이 높고 의식이 개인주의로 변하면서 자연스레 발생하는 현상이 아닐까 한다.대가족제도가 여전히 많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젊은층 사이에서는 핵가족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인도의 윤리관을 살펴 보면 힌두교리에는 도덕적 가르침이 없다고 한다.기독교의 십계명,불교의 팔정도와 같은 가르침이 없다.그들은 오랜 세월 몸에 배인 카스트제도가 그들의 의식구조를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지며,그들의 기준에서 깨끗하고 더럽고 사악한 것이 무엇인가가 중요한 것으로 보여진다.인도인은 그들이 믿는 신적 존재에 의해 출생,결혼,내세가 이미 정해져 있다는 운명론을 믿고 있다.그들이 믿는 가장 소중한 덕목은 사후에서라도 멋진 삶을 살기를 바라는 '구원'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구 12억,공용어 18개,103개 외국어를 포함아여 상용되는 언어가 무려 1,652에 달하고 있으니 가히 언어의 전시장이라고 할 만하다.예를 들어 타밀어를 쓰는 지역에서 힌두어를 쓰는 지역으로 전근이나 이사를 갈 경우에는 미리 그 지방의 언어를 습득해 놓을 필요가 있다고 하니 중국에서 북경어를 쓰는 사람이 광동성으로 자리를 옮길 경우와 비슷한 양상이 아닐까 한다.27년 정도를 인도에 체류하면서 인도와 인도인의 내밀한 면을 가감없이 들려 주고 있는 이 글을 통하여 인도는 힌두교,카스트제도와 같은 단단한 의식구조와 시장 자본주의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돈과 물질숭배가 공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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