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토리니, 주인공은 너야
남상화 글.그림 / 꿈의지도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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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반겨 줄 곳이라도 있다면 어디든 한 마리 새가 되어 날아가고 싶다.벅찬 가슴을 안고 한 마리 자유의 영혼이 되어 불안,걱정,억압,우울 등 모든 부정의 요소를 말끔히 씻어 내고 싶다.속세에서 살다보니 몸과 마음 속에는 덕지덕지 프라그가 박혀 있다.설렁설렁 떠나는 여행이라면 돌아와서도 벗겨내기 힘들 것이다.허나 인공의 손길이 덜 가고 사람 사는 채취가 살아 있는 곳이라면 내가 태내 속에 있었던 지경으로 빠져들어 무겁고 칙칙하여 개운치 않았던 심신이 마치 치과에서 치석을 제거하고 잇몸을 치료받고 난 뒤 느끼는 상쾌하고 비상할 것 같은 감각을 선사해 줄 것이다.

 

 여행을 자주 떠나지 못한 내게 여행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감정이 나이,상황,생각에 따라 달라지는데 지금은 무조건 떠나보자는 주의(注意)다.다만 갈 곳에 대한 최신 정보를 비롯하여 문화,풍습,언어,치안 문제 등 기초지식을 갖춘 후에 그곳을 향해 몸을 싣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앞서 얘기했듯 여행을 통해 내 몸과 마음이 한결 정갈해지고 성숙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미지의 세계에 홀로 버려진 자신이 외로움을 이겨내고 이방인들과 몸과 마음을 섞어 갈 용기와 자신감도 여행에서 갖어야 할 기질이고 필수조건이다.세상은 맛맛하고 유약한 사람을 때로는 내칠 수도 있어서다.

 

 세계 각지에 대한 여행 순례기는 접하면 접할수록 선망과 설렘,동경심을 더욱 자아내게 한다.특히 역사,문화,문학성이 가미되어 있는 여행지는 언제나 내 모든 것을 흔들고 만다.동.서양 역사,문화가 공존하는 터키와 그리스 에게해에 부유한 크고 작은 섬들은 이미 나를 비롯한 수많은 독자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어 식상할 법도 한데,소개할 때마다 여행지의 신비스러움과 지적 호기심,설렘이 가중된다.동서양 문화가 공존하는 이스탐불과 (그리스) 산토리니,크레타 섬들은 신혼 여행지로도 좋고 경제적 여유가 없는 이들에겐 베낭 여행지로도 족(足)하다.용기와 담대,(약간의)뻔뻔스러움으로 현지인들에게 다가서고 소통하면서 사람을 사귀고 여행지의 역사,문화를 학습하고 권태로움을 놀이로써 날려 버리고 내일을 준비하는 것은 매우 귀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남상화 작가 터키,그리스,동유럽,포르투갈,스페인,모로코에서 6개월 여행 가운데 터키와 그리스에서 보낸 2개월 정도의 여행 기록을 스케치하고 있다.아직 미혼인지라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은 담대함과 용기,호기심,사람 사귀기가 무척 인상적이었다.특히 베낭 여행을 하면서 긴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현지인들의 따뜻하고 정겨운 인간미와 배려가 담겨 있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터키 현지인의 가정에서 홈스테이를 하고,그리스 섬 여행도 알고 지내는 현지인의 안내가 큰 역할을 했다.사람 사는 곳은 어디라도 인정과 배려가 살아있는 법이다.

 

 

 산토리니는 한국 매체에서도 소개되어 눈에 익숙한 여행지이다.눈부시도록 하얀 소금가루들이 쏟아져 있는 듯한 산토리니는 비취색의 만경창파,『그리스인 조르바』를 쓴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영혼이 살아 있는 크레타 섬은 문명과 풍광이 유감없이 조명되는 곳이다.자유인으로 살다 자유인으로 남기를 바랐던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의 묘지명에도 자신이 자유인으로 살았음을 강조하고 있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나는 자유다. -P278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은 다음 여행에 대한 설렘과 기대에 빵빵 부풀어 있을 것이다.홀로 떠나는 여행은 외로움,고달픔,쓸쓸함 등이 찾아올 것이다.이것은 색다른 이방인들과 사귀고 어울리면서 해소할 수 있다.여행에서 얻는 성취가 일상에서 얻는 것보다 훨씬 크고 소중하다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이번 터키,그리스 여행이 보여준 것은 색다른 세상에 홀로 놓여져 외로움을 극복하고 스스로 자유인으로 거듭날 수 있는가를 잔잔하게 전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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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수의 도시를 순회하며 펼쳤던 법륜 스님의 인생 행복론은 과연 무엇일까.해탈의 경지에 서서 세상을 관조하며 터득한 삶의 지혜가 오롯이 녹아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삶의 궁극은 행복한 인생을 꿈꾸고 있기에 더욱 가슴에 와 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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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운 원숭이 잠재우기 - 마음속 108마리 원숭이 이야기
아잔 브라흐마 지음, 각산 엮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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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의 마음 속에는 오욕칠정이라는 것이 잠재해 있다.즉 수면욕,식욕.색욕,명예욕,재물욕의 오욕을 비롯하여 희.노.애.락.애.오.욕이라는 칠정이 있다.그런데 이러한 기본 욕망과 감정을 잘 다스려야 하지만 그러하지를 못해 마음의 병이 생기게 마련이다.모든 것이 그러하지만 적당하고 알맞은 정도로 풀어 내야 질 높은 삶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한다.사리사욕에 어둡고 과거지향적이며 닫힌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은 개인과 그(그녀)를 둘러싼 인간관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은 뻔한 이치다.그래서 마음이 어둡고 인간관계가 좋지 않은 경우 분명 그럴만한 사유가 있겠지만 과도한 욕망과 잘못된 인간관계를 스스로 청산하려는 노력과 태도가 분명해야 한다.가능하면 암적인 것들은 모두 잊고 새로운 삶을 리세트 하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지 않을까.

 

 인간만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말이 있다.화가 복이 되고 복이 화가 되는 인간사를 빗댄 말이다.어떠한 환경에서 태어나 어떻게 성장하고 사회인으로 어떻게 살아가는 가는 자신의 의지와 노력에 의해 결정된다고 생각한다.삶은 외줄기 길이라도 하듯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고 미래전망이 있는 일에 심취해 한 우물을 깊게 파 내려가야 한다.삶이라는 것이 개인의 힘에 의한 것보다는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망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대부분이기에 사람과의 원만한 관계 지속이 매우 중요하다.독단적이기보다는 의논과 상의를 거쳐 좋은 방향,성과를 내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일도 잘되고 멋진 인간관계도 오래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물론 인간의 삶 속에는 예기치 못한 변수,복병이 도사리고 있기에 그러한 상황까지 고려해야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인간의 마음은 교과서처럼 흘러가지 않는 법이다.무미건조한 일상의 굴레 속에서 자신이 책임과 의무라는 부양의식을 짊어진 채 살아가다 보면 기분이 처지고 우울해지는 일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나이 오십이 넘으니 건강 관리가 최우선으로 여겨지지만 한창 배워야 할 시기에 있는 두 아이들의 교육비,노후 준비,생활비 등을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지끈하다.큰돈은 아니지만 비상금으로 생활하는 상황이지만 비상금이 바닥이 날 때가 있기에 내 마음은 늘 조마조마하다.혈관질환으로 약물복용을 거르지 않고 있지만 아직은 밖으로 나가 일을 할 계제가 아니다.사람을 만나 사람과 부딪히는 일은 분명 좋든 싫든 강제성을 띤 일들이 많기에 스트레스 과다,혈관의 노후화로 다시 혈관이 협착(狹窄) 가능성이 있고 경사진 길을 걷다 보면 약간의 숨이 차는 경우가 있다.혈관질환에 걸리면서 지나온 시절을 되돌아 보면서 내 자신이 쌓은 업보(業報)란 무엇일까.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후회없는 삶을 살 수가 있을까를 늘 되뇌인다.과거에 좋지 않았던 일들,마음 속에 앙금으로 남아 있는 일들을 털어내고,받기만 하고 주기를 못한 친우들에게 자주 만남과 대화를 갖으려 한다.특히 정으로 맺어진 가족들에게 나의 가장 편안하고 착한 모습을 보여 주려 노력하고 있다.우선은 혈관질환이 완치되지 않았기에 생활습관,식습관,운동량을 넓혀 가면서 에너지 넘치는 건강을 되찾으려고 한다.

 

 세계적 명상 스승 마잔 브라흐마의 《시끄러운 원숭이 잠재우기》는 치열하고 각박한 경쟁사회에 놓여 있는 현대인들이 동분서주하는 삶을 살아가지만 질 낮은 삶을 살아가는게 현실이다.이유야 사회적 제도,시스템부터 개인의 기질,성향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겠지만 마음을 잘못 다스려 내면에 쌓인 부정적인 다양한 생각과 감정들은 개인의 삶에 전혀 유익하지 못한 경색된 암적인 것들이다.삶이 힘들고 내일에 대한 희망이 없다고 여겨질 때 어디론가 여행이라도 간다든지 깊은 명상 수행을 하면서 새롭게 거듭나고자 한다든지 하여 태어난 보람을 만끽해야 하지 않을까.한 번밖에 없는 인생인데 늘 불만과 부정,불평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누가 자신을 알아주겠는가! 세상은 너무도 냉혹하고 비정하여 내가 바뀌지 않으면 세상이 바뀌지 않는 법이다.내가 변해야 세상이 변한다는 마음가짐을 지금부터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나무가지에서 나무가지로 먹이를 찾아 일상을 꾸려 가는 원숭이들의 발빠른 삶을 은유한 현대인의 질낮은 삶에 빗대어 보다 사람답게 살아가면서 일과 삶이 모두 좋아지고 행복을 누릴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불교에서 말하는 업보가 많은 사람들은 부단하게 마음 수행을 이어가야 하지 않을까 한다.나 역시 그러한 사람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자류식(自流式)의 편협한 생각과 감정에서 지혜,감성,여유,자부심,평화,연민,진실,존중,용서,조건 없는 사랑의 정신으로 승화하기 위해서는 흐트러진 마음을 추스르면서 마음을 정갈하게 다스리려는 노력과 의지가 절대 필요하다.그 구체적인 방법은 이 도서에 실린 108마리 원숭이 이야기를 참고로 하여 자신에게 맞는 마음 다스리기를 시작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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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섬 기행 - 홀로 떠나는 섬에서 만난 아름다운 풍경과 선한 사람들
서상영 지음 / 미래의창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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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흙,산,도랑,고샅길,신작로는 어린시절 내 벗들이었다.흙 속에 나뒹구는 소똥과 분뇨들이 자욱했지만 그 냄새가 익숙했던지 싫은 내색은 하지 않고 자랐다.산촌에서는 자연에서 품어져 나오는 공기.바람,햇빛과 생물들이 교호작용을 한다.서로 주고 받는 것이 부모와 자식와의 관계마냥 자애심,순수함이 묻어 있다.사람,차,공장,시장이 많은 도회지와 산촌은 자연과의 관계마저 큰 차이를 이룬다.그래서 산촌에 살던 사람이 도회지에 가게 되면 눈에 휘둥그레지면서 물질문명에 대한 동경과 선망을 갖게 되고,도회지에 살던 사람이 산촌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보게 되면 단순하면서 순박함에 놀라게 된다.반면 산촌,평야,도회지에서 더 멀리 느껴지는 도서(島嶼)지역의 삶의 모습은 어떠할까.

 

 어린시절 이종 사촌형이 트로트 가요 레코드판을 사 모으는 것이 취미이면서 적적하게 살아가시는 외할머니(아들이 없어 이모부가 데릴사위가 들어감)에게 마음의 위로 차원에서 그랬던 것으로 보인다.가끔 놀러 가게 되면 레코드판이 돌아가면서 정겨운 대중 가요가 마음을 사로잡았다.그 가운데는 섬마을 선생님,한려수도,바다가 육지라면,흑산도 아가씨 등 섬과 관련한 가요들이 듣기 좋고 외우기 쉬우며 메마른 정서를 윤기있게 해 주었다.그러면서 섬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풍랑이 일어 뭍으로 못오게 되면 생필품과 병 치료는 어떻게 할까,그들은 뭍사람들과 어떻게 연애를 하고 혼인을 할까.섬사람들은 생선과 해초 등과 가까운 생활이어서 비린 내가 나면서 투박하고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걸까 등 다양하게 상상을 하곤 했다.그리고 쉽사리 섬에 갈 기회가 없는 나는 뉴스,정보,도서를 통해 섬사람들의 생활상,풍광을 간접 체험해야 했다.

 

 나는 섬이라곤 손에 꼽을 정도로 자주 가지를 못했다.단연 연고가 없어서 가지 못하고 그곳에 가야 할 계기가 없어서 가지를 못했다.지나고 보니 섬 여행을 많이 하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될 때가 있다.크고 작은 섬들은 위치와 계절,(지역)특성에 따라 둘도 없는 자태(姿態)를 연출한다.맨 남쪽의 마라도부터 맨 북방 연평도에 이르기까지 한반도의 섬은 제각각 고유의 특성과 색깔을 간직하고 있다.게다가 섬 고유의 전통적인 생활모습 이를테면 망자를 초장(草葬)하는 풍습이라든지 천일제염과 같은 소금 만들기 등은 산업화 속에 숨겨진 고유의 무형 문화가 아닐까 한다.바다와 섬을 오고 가는 크고 작은 배들,해풍을 타고 성장하는 섬마을의 각종 농작물들은 섬사람들의 삶의 거친 숨결이 고이 배여 있다.내 사촌 누나도 김 양식을 하는 곳으로 시집을 가서 20여 년 이상을 살았지만 하루도 허리를 펴고 살 날이 없었다고 한다.그렇다고 경제적 수입이 짭짤한 것도 아니고,매형에게 살뜰한 사랑도 받지를 못해 지금은 뭍으로 나와 조카들과 함께 산다고 한다.결혼식 때 보았던 사촌 누나는 고생이 많았던지 많이 늙었다.

 

 서상영 시인은 먼,쓸쓸한,그리운......으로 섬에 대한 단상을 시작했다.도시화,산업화로 인해 섬사람들도 섬 살림을 청산하고 뭍으로 도회지로 몰려 들면서 섬은 농촌과 다름없이 한산하고 쓸쓸하기만 하다.바다와 섬생활이 전부인 사람들만이 악착같이 숙명적으로 섬에 남아 생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가물에 콩나듯 뭍에서 섬으로 오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섬에서 태어나 섬에서 생을 마감하는 순수 섬사람들은 섬과 바다가 고향이고 본향이다.갖은 것,배운 것이 모자라 섬 생활을 고수하는 사람들은 일부 개발업자(골프장 건설)들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고 한다.자본가들은 돈이 된다면 뭣인들 못하겠는가! 어쩌다 섬으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섬사람들의 애환을 이해하면서 그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입혀서는 안될 것이다.포구에 각종 생선 속살이 햇빛에 의해 말라가고,고기잡이를 준비하기 위해 그물을 손질하는 어부들이 섬의 일반적 풍경이라면 뭍의 여느 삶과 동일한 겨울 논 쥐불 놓기,밭갈이,농작물 수확 등의 과정은 마치 고향 이웃집에 다녀온 듯 하다.

 

 서상영 시인이 안내하는 섬들은 보면 볼수록 마음이 정갈해지고 시상(詩想)마저 덤으로 몰려 오는 듯하다.섬이 있어 섬으로 떠나는 애도가(愛島家),나와 같이 섬이 멀지만 가볼 만한 곳으로 늘 머리 속이 뒤숭숭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기회가 닿으면 남서해에 부표와 같이 떠 있는 섬들을 순례하련다.시간적으로 느리게 흘러가면서 마음의 힐링이 되는 곳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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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못 볼지도 몰라요 - 960번의 이별, 마지막 순간을 통해 깨달은 오늘의 삶
김여환 지음, 박지운 그림 / 쌤앤파커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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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죽고 사는 순서를 두고 "오는 것은 순서가 있으나 가는 것은 순서가 없다"고 말한다.사고,질병 등으로 죽음을 앞둔 유족들에겐 상처와 회한을 남기고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은 지나온 삶을 정리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그런데 시한부 삶을 살아가는 중증 환자에겐 지나온 삶을 회고하고 성찰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산소 호흡기를 꽂고 양팔,양손등엔 주사바늘로 얽혀져 있고 의식도 희미하기에 병간호하는 유족 또는 호스피스의 돌봄과 위로가 전부일 수도 있다.환자의 고통은 말할 것이 없거니와 가족들에겐 혈육을 떠나 보내야 한다는 상황이기에 안타까움 반 후회 반으로 환자의 곁을 지킬 것이다.중증 환자를 둔 가족은 면회시간이 정해져 있어 호스피스가 줄곧 병수발,말벗이 되어 마음 편하게 삶을 마무리하도록 보살필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심장이 멎는 순간을 두 번 지켜 보았다.한 번은 할아버지 임종이었고,또 한 번은 아중환자실에 계시던 아버지를 면회하러 갔을 때 마침 곁에서 심폐 소생술을 받던 환자의 마지막 모습이었다.할아버지께선 병이 생기고 자리에 누운지 1주일 만에 작고하셨는데 마지막 순간은 폐렴으로 호흡이 불규칙하면서 가래가 가랑가랑 끓기를 반복하면서 사르르 눈을 감으셨다.병원에서 보았던 아버지 또래의 중환자는 가슴뼈,갈비뼈,견골만 앙상하게 남았던 모습이 선연한데 심폐 소생술로도 호흡이 되돌아 오지 못하고 잠을 자는 모습으로 세상과 이별을 고하고,유족은 슬픔에 겨워 눈물바다를 이루었던 기억이 엊그제 같기만 하다.함께 피와 살을 나눈 가족이 질병으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면 누구든 좋은 일보다는 잘 해주지 못하고 후회스러운 일만 생각이 나면서 비통에 젖을 것이다.그리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면서 한층 성숙한 자세로 일상을 맞이할 것이다.혈육이 세상을 떠난 빈자리는 아직도 기억 속에 선연하고 그립고 보고 싶을 때가 많다.

 

 이 글은 호스피스 생활 8년을 하면서 지근 거리에서 중증 환자를 돌보고 위로하면서 겪었던 사례들을 담담하게 들려 주고 있다.태어나는 것을 축복이라고 하고 죽음을 슬픔이라고 생각을 하게 되는데,죽음을 축복이라는 사고의 전환을 하면 어떨까 한다.우주의 모든 생물이 생사필멸을 하기 마련이다.이엔 인간도 예외는 아니다.죽었다는 것은 비록 눈에서 사라져 다시는 이생으로 돌아올 수 없다는 생각과 감정에 젖기에 비통함은 사람에 따라 길어질 수도 있고 짧게 갈 수도 있다.할아버지 작고하던 때의 내 나이는 갖 스물이 되었던 때로 죽음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사유했던 적이 없어서인지 할아버지와 한지붕 아래,한솥밥을 먹으면서 함께 지냈던 시절이 선연하다 보니 슬픔이 꽤 오래 가면서 감정의 기제를 좌지우지했던 적도 있다.죽음을 직접 접하고 깨달으면서 죽음은 삶의 연장이다는 것을 알았을 때 비로소 죽음은 고통과 공포감보다는 이 생에서 할 일을 다했으니 뒤에 오는 후세에게 할 일을 물려준다는 담대함과 내려 놓음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죽음을 맞이하는 자세가 아닐까 한다.

 

 의과대학을 졸업하지 못하고 중간에 결혼했던 김여환 작가는 가정의학과 수련 과정 중 암성 통증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보면서 호스피스 과정을 수료하면서 중증 환자 곁에서 그들의 마지막 모습을 일기 쓰듯 써내려 가고 있다.8년 동안의 호스피스 생활 속에서 960명의 중증 환자와의 이별 시간은 작가에겐 무척 마음 아픈 시간이었을 것이다.단지 타인의 고통보다는 자신이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가정하면서 남은 삶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에 대해 스스로 묻고 대답하는 성찰의 시간이 매우 소중하고,죽음을 맞이하는 임종실은 빈 손으로 왔다 빈 손으로 가는 중생의 민낯이 놓여져 있는 곳이다.그곳에서 호스피스였던 작가는 무슨 생각을 수도 없이 했을까.'나'라면 임종실은 무념무상의 공간이고 새로운 세상으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라고 생각하고 싶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중증 환자들은 의식도 기억도 선명하지 않겠지만 곁에 있는 가족,호스피스는 환자의 입장으로 돌아가 생각하고 위로하며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도록 이 세상의 마지막 삶의 선물을 선사해야 한다.중증 환자는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열패감 등으로 휩싸이기 마련이다.죽음 앞에 태연자약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죽음에 대한 공포,삶의 포기 등으로 정신 분열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기에 환자에게 호스피스는 마지막 삶의 동반자이고 벗이면서 소중한 관계여야 한다.중증 환자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무리하게 의학적 조치를 취하는 것보다는,의미없는 수명을 연장하는 것보다는 환자의 질병 상태,유가족의 생각과 의견을 수렴하여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해 주는 것이 환자든 유가족이든 바람직한 처사가 아닐까 한다.또한 호스피스가 중증 환자에게 어떠한 작용과 역할을 하고 있는가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고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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