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못 볼지도 몰라요 - 960번의 이별, 마지막 순간을 통해 깨달은 오늘의 삶
김여환 지음, 박지운 그림 / 쌤앤파커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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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죽고 사는 순서를 두고 "오는 것은 순서가 있으나 가는 것은 순서가 없다"고 말한다.사고,질병 등으로 죽음을 앞둔 유족들에겐 상처와 회한을 남기고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은 지나온 삶을 정리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그런데 시한부 삶을 살아가는 중증 환자에겐 지나온 삶을 회고하고 성찰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산소 호흡기를 꽂고 양팔,양손등엔 주사바늘로 얽혀져 있고 의식도 희미하기에 병간호하는 유족 또는 호스피스의 돌봄과 위로가 전부일 수도 있다.환자의 고통은 말할 것이 없거니와 가족들에겐 혈육을 떠나 보내야 한다는 상황이기에 안타까움 반 후회 반으로 환자의 곁을 지킬 것이다.중증 환자를 둔 가족은 면회시간이 정해져 있어 호스피스가 줄곧 병수발,말벗이 되어 마음 편하게 삶을 마무리하도록 보살필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심장이 멎는 순간을 두 번 지켜 보았다.한 번은 할아버지 임종이었고,또 한 번은 아중환자실에 계시던 아버지를 면회하러 갔을 때 마침 곁에서 심폐 소생술을 받던 환자의 마지막 모습이었다.할아버지께선 병이 생기고 자리에 누운지 1주일 만에 작고하셨는데 마지막 순간은 폐렴으로 호흡이 불규칙하면서 가래가 가랑가랑 끓기를 반복하면서 사르르 눈을 감으셨다.병원에서 보았던 아버지 또래의 중환자는 가슴뼈,갈비뼈,견골만 앙상하게 남았던 모습이 선연한데 심폐 소생술로도 호흡이 되돌아 오지 못하고 잠을 자는 모습으로 세상과 이별을 고하고,유족은 슬픔에 겨워 눈물바다를 이루었던 기억이 엊그제 같기만 하다.함께 피와 살을 나눈 가족이 질병으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면 누구든 좋은 일보다는 잘 해주지 못하고 후회스러운 일만 생각이 나면서 비통에 젖을 것이다.그리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면서 한층 성숙한 자세로 일상을 맞이할 것이다.혈육이 세상을 떠난 빈자리는 아직도 기억 속에 선연하고 그립고 보고 싶을 때가 많다.

 

 이 글은 호스피스 생활 8년을 하면서 지근 거리에서 중증 환자를 돌보고 위로하면서 겪었던 사례들을 담담하게 들려 주고 있다.태어나는 것을 축복이라고 하고 죽음을 슬픔이라고 생각을 하게 되는데,죽음을 축복이라는 사고의 전환을 하면 어떨까 한다.우주의 모든 생물이 생사필멸을 하기 마련이다.이엔 인간도 예외는 아니다.죽었다는 것은 비록 눈에서 사라져 다시는 이생으로 돌아올 수 없다는 생각과 감정에 젖기에 비통함은 사람에 따라 길어질 수도 있고 짧게 갈 수도 있다.할아버지 작고하던 때의 내 나이는 갖 스물이 되었던 때로 죽음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사유했던 적이 없어서인지 할아버지와 한지붕 아래,한솥밥을 먹으면서 함께 지냈던 시절이 선연하다 보니 슬픔이 꽤 오래 가면서 감정의 기제를 좌지우지했던 적도 있다.죽음을 직접 접하고 깨달으면서 죽음은 삶의 연장이다는 것을 알았을 때 비로소 죽음은 고통과 공포감보다는 이 생에서 할 일을 다했으니 뒤에 오는 후세에게 할 일을 물려준다는 담대함과 내려 놓음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죽음을 맞이하는 자세가 아닐까 한다.

 

 의과대학을 졸업하지 못하고 중간에 결혼했던 김여환 작가는 가정의학과 수련 과정 중 암성 통증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보면서 호스피스 과정을 수료하면서 중증 환자 곁에서 그들의 마지막 모습을 일기 쓰듯 써내려 가고 있다.8년 동안의 호스피스 생활 속에서 960명의 중증 환자와의 이별 시간은 작가에겐 무척 마음 아픈 시간이었을 것이다.단지 타인의 고통보다는 자신이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가정하면서 남은 삶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에 대해 스스로 묻고 대답하는 성찰의 시간이 매우 소중하고,죽음을 맞이하는 임종실은 빈 손으로 왔다 빈 손으로 가는 중생의 민낯이 놓여져 있는 곳이다.그곳에서 호스피스였던 작가는 무슨 생각을 수도 없이 했을까.'나'라면 임종실은 무념무상의 공간이고 새로운 세상으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라고 생각하고 싶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중증 환자들은 의식도 기억도 선명하지 않겠지만 곁에 있는 가족,호스피스는 환자의 입장으로 돌아가 생각하고 위로하며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도록 이 세상의 마지막 삶의 선물을 선사해야 한다.중증 환자는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열패감 등으로 휩싸이기 마련이다.죽음 앞에 태연자약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죽음에 대한 공포,삶의 포기 등으로 정신 분열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기에 환자에게 호스피스는 마지막 삶의 동반자이고 벗이면서 소중한 관계여야 한다.중증 환자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무리하게 의학적 조치를 취하는 것보다는,의미없는 수명을 연장하는 것보다는 환자의 질병 상태,유가족의 생각과 의견을 수렴하여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해 주는 것이 환자든 유가족이든 바람직한 처사가 아닐까 한다.또한 호스피스가 중증 환자에게 어떠한 작용과 역할을 하고 있는가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고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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