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 대통령이 ‘칼의 노래’에서 읽은 것
소설가 김훈의 동인 문학상 수상작 ‘칼의 노래’가 다시 화제입니다. 국회의 탄핵 의결로 직무 정지 상태인 노무현 대통령이 다시 읽고 있다는 책 중에 ‘칼의 노래’가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칼의 노래’는 성웅 이순신의 내면 속으로 상상의 촉수를 뻗쳐 전쟁과 정치 투쟁의 한 복판에서 홀로 비장한 승부를 벌이고 있는 인간 이순신을 밀도 높고 장엄한 문체로 그려낸 소설입니다. 2001년 출간 이후 현재까지 모두 25만부가 팔렸다고 책을 펴낸 생각의 나무 출판사는 밝혔습니다.
그런데 그중 10만부는 지난해 대통령이 텔레비전 독서 프로그램에서 ‘추천사’를 던진 뒤 일어난 ‘후폭풍’ 덕분이라고 합니다. MBC 텔레비전에 나와 청소년들에게 ‘칼의 노래’ 를 권하면서 “뭐라고 표현할 수 없다. 굉장하다. 어른들에게도 권한다”고 추천했던 것을 기억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칼의 노래’는 지금 제2의 ‘후폭풍’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노대통령이 그 책을 다시 꺼내 읽는다는 보도가 나가자 하루 평균 200부 수준의 주문이 당장 600부로 뛰더니, 그 다음날부터 1500부씩 껑충 뛰어올랐다고 출판사측은 밝혔습니다. 대통령의 막강한 힘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드는 궁금증은 왜 대통령이 그 책을 재독하는가라는 것입니다.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다고 소문난 강금실 법무장관이 지난 2001년 변호사 시절에 ‘대한변협신문’에 ‘칼의 노래’ 서평을 썼다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강장관은 당시 쓴 글에서 “이순신은 정치를 두려워하지 않았지만, 그가 정치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기 때문에 정치는 그를 두려워했다”며 “그의 칼은 온전히 칼로서 순결하고, 이 한없는 단순성이야말로 그의 칼의 무서움이고 그의 생애의 비극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강장관의 독후감이 노대통령과 일치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아무튼 ‘칼의 노래’는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 진영에서 필독서로 꼽혔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칼의 노래’가 오늘날 참여 정부의 핵심에서 일어난 어떤 실존적 결단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합니다.
(박해현 Books 팀장 hhpark@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