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딜리아니, 열정의 보엠 다빈치 art 2
앙드레 살몽 지음, 강경 옮김 / 다빈치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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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의 여인들은 우리 나라의 옛날 영화 속에서처럼 갸름한 얼굴과 길쭉한 목들을 하고 있다. 언뜻 보면 우아하고 다정다감한 포즈들이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눈동자가 없는 눈과 싸늘한 표정이 또 다른 느낌. 모딜리아니의 그림은 여러 번 봐왔었지만, 그가 멋진 미남이었고 36세의 나이에 요절했다는 것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그리고 그의 그림이 모두, 처음부터 그런 갸름한 특징을 가진 것이 아니었다는 것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책을 이끌어나가는 화자는 좀 수다스러운 것 같았고 친근하게 등장하는 이름들도 주석이 없이는 알아볼 수 없이 낯설었지만, 그의 소설같은 생애를 정말 소설같이 부담없이 풀어 놓았었기에 다른 책보다는 훨씬 읽기가 수월했다. 모딜리아니라는 화가에 대해 알고 싶지만 화집을 구입할만한 여력은 안되는 독자들에게 깔끔한 이 책을 권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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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그
은희경 지음 / 창비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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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가 안 좋았나보다. 마이너리그를 읽기 얼마 전에 무라카미 류의 '69'를 읽었고, 또 그 즈음해서 영화 '친구'를 봤다. 만수산 4인방의 에피소드는 친구의 코믹한 부분과 겹쳐졌고, 그들이 열었던 문화제는 69에서 주인공이 준비하던 행사(정식 명칭이 페스티발이었던가?)와 헷갈렸다. 시기도, 멤버도, 소재도, 주제도 너무 유사해서 구별해내기가 어려웠다. 심지어는 표지도... 류의 엑소더스와 비슷한 파란 표지였다.^^;;;

읽은 이들은 모두 재미있다고 추천해주던데... 기대가 너무 컸었나. 은희경의 기존 소설과는 다른 경쾌함이 분명히 있었고, 여성작가가 '남자'들의 세계를 그렇게 속속들이 펼쳐보였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지만, 그것 뿐이다. 다 읽은 후 내게는 친구 + 69 = 마이너리그? 라는 해결하기 어려운 공식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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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박완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199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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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 관한 이야기라면 꽤 많이 들어왔다. 어린시절 반공교육을 받으면서 들었던 공산당의 만행부터, 육이오 특집극으로 구성되던 피난민들의 신산한 삶이야기까지. 누구나 전쟁이 잔인하고 폭력적이며 무서운 것이라고 했지만 겪지 않은 내가 실감하기에는 거리가 먼 이야기였다. 이 소설은 성인이 된 박완서가 전쟁을 겪고 결혼을 하기까지의 이야기를 엮은 것이다. 소강상태가 된 서울에 남고, 아이를 들춰업은 올케와 피난을 가고, 전쟁이 끝난 후 미군 부대에 취직을 하는 일련의 과정은 힘겨워 보이기는 하지만, 어떻게 보면 다른 사람들보다 운이 좋았다고 보일만큼 담담하다.

하지만, 그 담담한 이야기 속에서 나는 '전쟁'이라는 것의 실체를 넘본듯 섬뜩해졌다. 피와 살이 튀고, 폭격을 맞으며 아이들이 굶주리는 것은 전쟁이라는 것의 단면에 불과하다. 그러한 단상을 벗어나서, 전쟁이 한 사람의 인생을 얼마나 많이 비틀고 주무르는가 하는 것을 얼결에 들여다본 것이다. 오빠의 다리에 난 총알 구멍에 심으로 밖은 붕대, 서리서리 끔찍하게도 많이 나오더라는 박완서의 회상. 눈 앞에 들이밀어 보여주었더라면 몰랐을 상처의 깊이를 풀려 나오는 붕대로 정확하게 짐작할 수 있었던 것처럼, 맺힌데 없이 술술 전해주는 박완서의 이야기를 통해서 전쟁이 윗세대 모두에게 얼마나 깊은 상처였는지를 확실히 깨닫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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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회귀선
헨리 밀러 지음, 김진욱 옮김 / 문학세계사 / 199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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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회귀선이 영화로 만들어졌을 때도 많은 미디어에서 난리들을 쳤다. '예술이냐, 외설이냐!!!' 그 경계가 모호하다는 것은...무지하게 야하다는 뜻? 잔뜩 기대를 품은 철없던 나는, 어디서부터 야한 장면이 나올지 전전긍긍 기다리다가 후반부에 접어들어서는 지쳐 잠이 들고 말았다.

책을 접하면서도 똑같은 경험을 다시 했다. 한 번 속았으면 정신을 차릴 법도 하건만, '무삭제 완역판'이라는 문구의 묘한 뉘앙스에 현혹되어 다시 기대를 하고 말았다. 책을 덮은 후의 씁쓸함이란... 이 정도의 성적 묘사를 적나라하다고 느끼기엔 현대의 매체 모두가 너무도 자극적이다. 헨리밀러가 살았던 시대였다면 파격적이었을 지 모르지만. 계속 '성적 묘사의 수위'에만 기대를 걸고 북회귀선을 접하다보니 실망과 함께 잃은 것도 많은 것 같아 아쉽다. 난삽하고 산만한 그의 글을 따라가다보면 문득문득 잘 벼려진 예리한 감성을 이해시키려는듯한 호소력 있는 문장도 발견되고는 했는데, 성급한 마음(왜 성급했을까? *^^*)에 미처 되씹어보지도 못하고 책장을 넘기고는 했던 것이다.

'소설의 흐름을 놓치더라도 이런 내 기분을 독자에게 이해시키고 싶다'는 간절함이 엿보이는 단락을 읽고 있노라면 어딘지 요시모토 바나나의 문장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면서 헨리 밀러라는 인간 자체에 대한 호기심이 생긴다. 하지만 동시대의 인물이 아닌지라 그 내면을 이해하기는 더욱 어렵다. 응큼한 기대(?)를 품고 북회귀선을 집어든 것이 실수였던것 같다. 그냥 야한 비디오를 빌려보는 편이 빨랐을 것을.^^ 조만간에, 헨리 밀러가 정말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인지를 찬찬이 다시 읽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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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그리자 - 김충원의 미술교실 김충원 미술교실
김충원 글.그림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199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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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낙서하는 것을 아주 좋아합니다. 그냥 지루하고 심심할 때 손을 움직이면서 그림을 그리다보면 재미있는 생각도 많이 떠오르고, 시간도 금방 가거든요. 그런데, 주변 사람들을 보면 의외로 '그림'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부터 미술시간이 질색이었다나요. '그림을 싫어하는 어린이'가 '그림을 못 그리는 어른'으로 자라나는 것은 당연하겠죠.

그럼 나는 왜 그림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나...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의 저는 동네에 또래친구가 없었습니다. 심심하고, 시간은 많으니 스케치북과 크레파스가 제일 큰 친구였지요. 잘하든 못하든 그리고, 또 그리고... 그렇게 반복하다보니 어느새 자신이 붙고 잘 하게 되었습니다. 소질보다는 반복해서 그려보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얘기지요.
하지만, 요즘 친구들은 스케치북이 아니더라도 재미있는 일이 너무 많습니다. 컴퓨터, 텔레비젼, 비디오... 그런 자극적인 매체에 길들여진 아이들에게 '그림 그리기'가 흥미롭기는 쉽지가 않죠. 게다가 부모들이 이미 그림을 두려워하게 되어버린 어른이라면, 지도하는 것도 어렵겠지요.

이 책은, 그림 그리기가 재미없는 아이와 어떻게 가르쳐야할지 난감한 어른 모두에게 적합한 해결책입니다. 그냥 동그라미, 세모, 네모를 시키는대로 그렸을 뿐인데도 신기한 그림이 쓱쓱 완성되고, 쉽게 따라했는데도 자랑하고싶을만큼 근사한 그림이 완성되거든요.
게다가 '사람'은 아이들이 제일 많이 접하고, 제일 먼저 그리게 되는 소재입니다. 그림을 잘 그리고 싶은 초등학생 뿐 아니라 4~5세 유아들과도 함께 한다면 그림 지도의 출발이 즐거울 것입니다. 그리고 장애아동의 인지 지도에도 아주 적합합니다. 정신지체가 심해서 신체부위에 대한 인식이 이루어지지 않은 아이들은 그림 수준도 떨어지기 마련인데요, 김충원의 미술교실로 지도해보니 그렇게 어렵던 '사람 얼굴 그리기'가 수월하게 이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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