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똥 민들레 그림책 1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 길벗어린이 / 199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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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하고 예쁜 아이도 좋지만, 우리 아이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으로 키우고 싶습니다. 작은 것에서도 행복을 느끼고,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그런 사람 말이예요.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지신 분이라면 이 책을 권해도 좋을 것 같군요. 똥이 거름이 되어 식물이 자란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이야기이지만, 동화적인 상상력을 발휘해서 훌륭한 작품으로 만들어내는 것은 결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닐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반가운 것은 '한국적'인 그림. 도대체 한국적인 것이 어떤 거냐고 물어보면 딱히 댈 말은 없지만, 강아지 똥의 그림을 이국적이라고 느끼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예쁘고 현란한 그림들을 좋아하다보니 언제나 집어들게 되는 건 외국 그림책들. 세계화도 좋지만, 소박하고 정감있는 우리것에 대한 안목도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필수 조건이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강아지 똥은 만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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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순이 언니 - MBC 느낌표 선정도서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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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고, 못 배우고, 혈육 없고, 거기다가 여자. 이 땅에서 살기에 뻑뻑한 요소들을 모두 한 몸에 지닌 봉순이 언니. 하지만 봉순이 언니는 신산한 삶을 한탄하고 슬퍼하는 비련의 여주인공이 아니다. 도리어 밝고 건전할 정도로 아무 생각이 없다. 이 남자, 저 남자를 전전하며 점점 더 힘들어지는 봉순이 언니가 그냥 보면 '막 사는'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생각에 봉순이 언니는 막 산 것이 아니었다. 어두운 미래를 내다 보며 한숨짓고 웅크리는 대신 지금, 오늘, 현재를 최대한 열심히 산 것이다. 비록 그 결과가 언제나 씁쓸했을지언정.

어른, 이제 여자가 된 짱아의 마지막 독백 한 페이지에서 책을 읽는 동안 한 번도 흘리지 않았던 눈물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담담하게 생을 기술하던 작가의 베일 너머에 있는 그녀의 삶의 아픔이 그 한 페이지에서 모두 나에게 전이된 듯 했다. 나는 겪어보지도, 지켜보지도 못한 종류의 삶이지만 '여자'라는 미묘한 코드 하나로도 충분한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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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슬픔 -상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199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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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신경숙이라는 이름이 식상해지기 전인, 95년 무렵에 읽었던 책이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제일 처음 떠올랐던 생각은 '정말 잘 지은 제목이다...'하는 것이었다. 단순명료하고 평범하지만 더 이상 적합한 단어를 찾을 수 없다. '깊은 슬픔' 그 네 음절의 단어가 책 두 권을 모두 털어 대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슬픔에 동화되어 한동안 무기력해질 정도였다. 깊고, 무거움, 슬픔.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닷속으로 무거운 돌을 매달고 한없이...한없이...가라앉는 듯한 고통이 정말 내가 겪은 양 생생히 다가왔다.

등을 돌린 세를 느끼면서 무기력하게 살이 쪄 가는 은서의 모습에서 섬뜩할만큼의 현실감이 느껴졌다. 기존의 슬픈 사랑에서 여주인공들은 식음을 전폐하고 말라갔다. 하지만 살이 쪄 가는 은서. 그것이 정말 슬픈 여자의 모습, 결말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삼각 관계. 어긋나고 비켜가는 사랑의 화살들. 숱하게 겪은 이야기임에도 섬세하고 현실적인 내면의 심리 묘사로 이렇듯 뛰어난 수작을 만든 작가의 역량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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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는 7시에 떠나네
신경숙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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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신경숙이라는 이름은 안전한, 보증 수표 정도가 되어버린 것 같다. 일정 선 이상의 질과 감동이 보장된 작품이지만, 더이상 새로운 흥분을 발견할 수가 없는 보증 수표. 기차는 7시에 떠나네를 읽고 기존의 소설과 비슷한 종류의 가슴 아픈 슬픔이 느껴졌지만, 색다를 것이 없는 감동이어서인가, 그 느낌은 며칠이 채 가기도 전에 엷게 흐려져버렸다.

어느 인터뷰에선가 그녀가 '나는 쓸 수 있는 것, 쓰고 싶은 것만 쓴다' 그런 취지의 말을 했던 것이 기억난다. '신경숙 스타일'이라는 하나의 장르를 형성할 정도로 그녀의 작품들에 매력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 틀을 넘어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는 것도 짐작이 된다. 하지만 작가가 틀을 넘으려는 생각도 하지 않고 머무르고만 싶어한다면, 글쎄... 적어도 필요성 정도는 느끼고 조바심을 치는 것이 전반적인 작품 세계에도 생동감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짧은 나의 소견이다. 신경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읽어야 하지만, 기존의 작품에서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한 이들이라면 굳이 시간을 낼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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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 8 - 오르페우스의 사랑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 (홍은영 그림)
토마스 불핀치 원작, 이광진 엮음, 홍은영 그림 / 가나출판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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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8권에는 '사랑과 질투'가 주요 테마이군요. 사슴을 쫓다가 자신이 목욕하는 모습을 보게된 사람을 사슴으로 만들어서 사냥꾼 손에 죽게 하는 여신이나, 많이 알려진 아폴론과 다프네의 사랑(이라고 말할 수도 있나?)으로 생긴 월계관의 전설 등이 실려 있습니다.
저도 어릴 때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고 자랐는데요, 읽은 후에는 어린 마음에 만감이 교차하고는 했습니다. 신이라는 존재들이 바른 생활, 도덕 시간에 배운 기본적인 윤리의식과는 동떨어진 행동들을 하고 있었으니까요.

자기 기분대로 행동하고 결과를 책임지지 못하고 허둥대는 신들의 모습을 보면서 과연 이런 신화에서 무엇을 얻어야하나 고민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는 그런 고민을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해결해주려고 미약하나마 애쓴 흔적이 보여서 좋네요. 신화가 끝난 후 아저씨와 아이들이 나누는 짤막한 토론을 통해 혼란을 최대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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