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F.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정현종 옮김 / 문예출판사 / 1998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게된 이유는 '하루키가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덮고 싶은 마음을 접고 끝까지 읽게된 이유 역시...... 상실의 시대의 주인공 와타나베는 위대한 개츠비를 내킬 때 꺼내서 아무 면이나 펼쳐놓고는 한바탕 읽기를 좋아한다. 그럴 때마다 한 번도 실망한 적이 없다니, 도대체 얼마나 매력적인 책일지 항상 궁금했다.

서점의 세계문학 코너를 틈틈이 뒤지다가 드디어 이 책을 발견했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하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이 책은 상실의 시대 옆에 나란히 진열되어 있었다. TT) 하지만, 역시... 기대가 너무 과하면 실망도 큰 법이었다. 하루키(와타나베)가 그렇게 칭찬했던 문체는 하나도 매력적이지 않았다. 그 당시에는 꼬고 또 꼬는 문장이 칭찬 받았을까? 개츠비라는 인물은 밍숭맹숭 싱거웠고, 줄거리 역시 평이했다. 도대체 클라이맥스가 어디쯤인지, 책이 끝나고 나서는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미국문학에 대한 이해가 너무 부족해서인가? 영어로 된 원작을 읽을 능력은 안되지만 번역과정에서 문장의 맛을 잘 살리지 못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하루키는 '째즈, 하면 스탄게츠, 소설, 하면 스코트 피츠제럴드'라고 극찬했다고 한다. 전자는 동의하겠지만, 후자는 그럴 수 없다. 나에게 소설, 하면 물론 무라카미 하루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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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여 땅이여 1
김진명 / 해냄 / 199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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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가즈오의 나라를 무척 재미있게 읽었음에도 한동안 김진명이라는 이름은 나에게 잊혀져 있었다. 최근 황태자비 납치사건을 별 기대없이 읽다가, '그래, 이사람!'하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래서 대여점에 뛰어가 빌려든 책이 '하늘이여 땅이여'였다.

원체 흥분한 상태였을까, 책에 대한 냉정한 평가나 분석은 뒷전이었다. 두 권을 이틀 새에 독파하고 나서 가슴속에서는 뜨끈뜨끈한 불길 같은 것이 품어졌다. 학생운동의 뒷켠에 비켜서 있어도 '동지가'를 들으면 왠지 마음이 뜨거워지는 것 처럼, 이제껏 반일감정을 졸렬한 집단 최면 정도 치부해왔던 내게 이 책은 일종의 투쟁가였다. 북악의 기, 팔만대장경, 그리고 우리의 고유한 문화로서의 무속 신앙. 우리 민족의 것임에도 주인인 내가 그 가치를 깨닫지 못했다는 것이 부끄러워졌다.

결말이 부실하고, 배타적인 민족 이기주의라는 비판도 수긍이 간다. 하지만 고유의 문화와 정신이 흐려지고 있는 요즈음, 김진명이 아닌 누구라도 이런 투쟁가는 꼭 불러주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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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없는 공주를 위하여 외 24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2002년 4월
평점 :
품절


하루키의 인기가 높아지고, 그 열기가 계속되자 갑자기 작품들이 물밀듯이 쏟아져들어왔습니다. 여러 출판사에서 우후죽순처럼 책이 만들어졌지요. 그 과정에서 독자들은 심기가 불편한 일을 자주 겪게 됩니다.

<상실의 시대>를 읽고 나서 <노르웨이의 숲>을 사게된다면 기분이 나빠지겠죠. 같은 책이니까요.(개인적으로는 원제보다 상실의 시대라는 제목이 더 좋아요^^) 하루키의 여러 장편들이 출판 과정에서 엉뚱한 이름을 뒤집어쓰는데, 단편 소설에 와서는 이것이 더욱 심해집니다. 언젠가 서점에 서서 3권 정도의 단편집을 꼼꼼히 비교해보았는데, 번역 상의 문제라고 주장할만한 기묘한 차이의 제목들 때문에 같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느낌을 주는 것이 많았어요. 전혀 다른 단편집인줄 알고 두 권을 구입해도 50% 이상은 겹치게 된다는 거죠.

하루키 매니아라서 그의 모든 단편을 소장하겠다는 분이 아니고, 단편은 아직 읽어 보지 못해서 한 권 사볼까...하는 마음이라면 꼭 이 책을 사도록 하세요. 무엇보다도 제일 다양한 단편, 무려 25편이 수록되어 있고 번역과 편집이 깔끔하니까요.

처음 <상실의 시대>로 하루키에게 빠진 저는, 기러기가 처음 본 것을 엄마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왠지 하루키 = 유유정 번역, 문학사상사 출판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어요. 여러분은 어떤가요? 옮긴이의 이름을 유심히 보면서 책을 읽어보세요. 색다른 느낌이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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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생각글쓰기 2-3
성정일 엮음 / 시서례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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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 반 아이들에게 적합한 문제집이 없나 여러 문제집을 검토했는데, 언짢은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심지어 2학년 국어과 문제집도 '일방적인 사고'만을 강요하고 있더군요. 동시를 읽고 '재미있는 표현'을 고르라는 문제에 붙박이 답이 웬말입니까. 열린 교육을 거쳐 7차 교육과정에 이른 지금도 제가 자랄 때와는 별 다를 바가 없다는 씁쓸한 기분이 듭니다.

그나마 <우리 생각 글쓰기>는 열린 사고를 하게 해주는 문제집입니다. 여러 가지 기본 어휘력을 신장시켜줄 뿐만 아니라 예시를 보여주면서 어떻게 하면 멋진 글을 쓸 수 있는지 길을 열어주니까요. 특히, 조금은 지루한 저학년용 보다는 3~4학년용이 좋습니다. 글쓰기를 가르쳐야할 것 같은데 어떻게 지도해야할지 난감한 부모님들께 적극 추천합니다.

주의할 점은, 이 문제집을 바탕으로 다양한 글쓰기를 실습할 기회를 많이 주셔야한다는 것입니다. 그냥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풀어와'하는 기존의 개념으로 지도하시면 아이는 글쓰기에 대한 흥미를 쉽게 잃고 말 것이고, 정형화된 글쓰기에 길들여질 수도 있습니다. <우리 생각 글쓰기>는 작문 연습의 한 방법이지, 전부가 될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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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무라카미 류 지음, 한성례 옮김 / 동방미디어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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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독서는 나에게 있어 취미를 넘은 특기이다. 머리가 아파도 잘 참고 몇 권이고 읽어내려갈 수 있는, 책에 대한 나의 탐욕은 가끔 거추장스러울 정도이다. 어려운 책, 마음에 안 드는 책이야 턱 덮어서 쓰윽 밀어버리면 그만이니 책 읽기가 힘들어본 적은 없다. 이 책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한 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얼마나 예쁜 제목이던지. 금새 눈 앞에 푸른빛이 형상화되어 행복한 느낌을 전해주었다. 그런데, 책은 그렇게 행복하지가 않았다. 치미는 토기를 억누르며 한 장 한 장을 넘기려니 편두통이 생기기까지 했다.

그렇게까지 힘들었을까. 그렇게까지...... 둥실 떠올라 내려다보고 있는 듯한 묘사는 읽는 이의 가슴에 수정 없이 꽂힌다. 마약, 섹스, 마약, 또 섹스...... 미군과의 환각 파티 장면은 단연 이 책의 압권이다. 그런 말초적인 상황에서 이렇게 마음이 아파질줄은 몰랐다.
69와 블루를 자전적인 소설이라고 본다면, 69의 류는 이렇지 않았는데. 짧은 시간의 공백동안 사회가 한 사람에게 얼마나 큰 중압감을 준걸까. 블루는 머리와, 마음과, 몸을 모두 뒤트는 특이한 책이다. 류와 블루를 좋아하지만, 조만간은 다시 읽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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