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무적 홍대리
홍윤표 지음 / 일하는사람들의작은책 / 1998년 12월
평점 :
절판


음... 엉뚱한 얘기지만, 한 500년이 지난 후면 이 책은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 중요한 고서가 될 것이다. IMF 시대를 겪는 평범한 직장인의 애환을 이렇게 생생하게 고증해주는 책이 또 어디 있겠는가?

나는 '무대리'를 먼저 봤다. 친구가 '홍대리'라는 만화를 재밌게 봤다고 했을 때 '홍대리가 아니라 무대리'라고 잔뜩 면박을 줬다.(미안해 향미야~) 지금와서 평가를 내려보면, 개인적으로 홍대리가 훨씬 났다. 현장에 몸 담고 있는 이의 르뽀, 다큐멘터리, 논픽션이 아닌가. 게다가 전문가가 아니라서 어설픈 그의 그림은 남의 그림 일기장을 훔쳐보는 듯한 풋풋한 재미를 더해준다. 그 회사 부장님은 안 짤리고 잘 계신지. 홍대리의 다음 행보가 아주아주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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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항하지마 1
후지사와 토루 / 학산문화사(만화) / 1998년 9월
평점 :
품절


인터넷 동호회에서 만난 한 남고생이 반항하지마를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했다. '열라', '절라' 재미있대나. 이런 류의 거칠어보이는(?) 만화는 취향에 안 맞지만, 신세대 감각을 따라가 보겠다는 일념(!)하에 만화를 읽기 시작했다.

...!!! 충격.

만화야말로 그 세대 아이들이 진정 원하는 꿈을 풀어내는 매체라고 생각해왔는데, 그럼 이것이 정녕 요즘 아이들이 꿈꾸는 교사상이란 말인가. 왕따 시키는 아이들은 잡아서 창피한 사진을 찍어주고, 폭력배가 괴롭히면 폭주족을 끌고가서 혼내주는 이런 어마어마한 막가파 선생이? 초등에서지만, 교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참으로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그래, 어쩌면 이런 일탈을 꿈꾸고들 있는지 모르겠다. 감옥같은 현실에서야 선생이 간수같이 보이는 것은 당연하겠지. 이렇게 오롯이 몸을 던져 자기 편이 되어 주는 교사. 슈퍼맨이 이만할까.

맞다, 어쩌면 이런 일탈은 학생들만이 원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문제 사회에서 만든 문제 가정 속의 문제 아이들을 앞에 두고도 아무런 지원 없이 한숨만 쉬어야 하는 선생님들이야말로 영길의 일탈이 시원스럽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러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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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1 - 신화를 이해하는 12가지 열쇠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1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0년 6월
평점 :
일시품절


삼국지가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을 위한 기본 지침서 대접을 받는 것처럼, 언제부터인가 그리스 로마 신화도 그냥 신화가 아닌 필독 참고서라는 듯한 분위기가 떠돌기 시작했다.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는 그런 시류를 딱 떨어지게 탄 히트작이다.

매스컴에서 연일 다뤄지고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짱짱히 버티기에 뭔가 아주 특별한 것이 있는 줄 알았다. 멋진 예술작품 사진과 기분좋은 지질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그냥 내가 알고 있던 신화 그대로였다. 어? 평범한데...... 퐁네프의 다리라는 영화가 이유 없이 공전의 히트를 쳤던 것 처럼, 이 책의 선전은 우리 사회의 지적인 허영심에 알맞게 편승한 결과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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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양장)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향수'를 처음 읽었을 때는 엽기라는 말이 이렇게 보편화되어 쓰이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 생소한 전율에 적당한 이름을 붙일수가 없었다. 이제야 알겠다. '향수'는 엽기의 원조격이었던 것이다. 물론 요즘 횡행하는 막가파 엽기와는 거리가 멀다. 특이한 소재, 뒤틀린 듯하면서도 치밀한 구성, 애증이라는 흔치 않은 감정을 끌어내는 주인공이 조합된 고품격 엽기(?)라고나 할까.

나는 인간의 체취라는 것에 대해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조향사의 손을 거치지 않은 향기 중 대부분은 그냥 '냄새'이고, 그 태반은 불쾌에 가까운 것들이라고만 느꼈다. 냄새가 없으면 참 깨끗하고 맑은 느낌일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무취가 사람의 존재 자체를 지워버릴 수 있다니...

살인을 통해 향수를 만드는 이 인물은 덮어놓고 미워할 수가 없다. 사랑 받고 싶은, 아니 존재를 증명하고 싶은 그의 욕구가 우리가 잊고 있던 아주 기본적인 명제(인간, 사랑, 관계...)에 질문을 던지는 듯 했기 때문이다.

'좀머씨 이야기'를 쥐스킨트의 전부라고 알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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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머 씨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장 자끄 상뻬 그림 / 열린책들 / 199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굳이 장르별로 나눈다면, 그래서 어떤 종류의 책을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저는 '성장 소설'이 참 좋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성장 소설은 범위가 넓은 편이어서, 주인공이 어린이의 시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무언가 깨닫는 부분이 있으면 다 해당됩니다. '그 많던 싱아는...', '앵무새 죽이기', '내 영혼의 아틀란티스', 뭐 그런 소설들이 이 범주에 들어가지요.

대부분 성장소설은 아이의 심리와 상황에 받침대를 세우고 그 주변을 훑어가며 이야기를 얽어갑니다. 그런데, 좀머씨 이야기는 좀 특별했습니다.

아이가 등장해서 자라나니 '성장 소설'이라는 점에는 이의를 달 수가 없지만, 그 무게중심이 주인공 아이가 아닌 타자에게 기울어져 있다는 점이지요. 이야기의 전개와 아이의 성장은 '좀머씨를 만나게 되다'라는 특별한 모티브를 축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첫 만남에서부터 어쩌면 좀머씨의 마지막 모습까지. 일상에서는 잊혀져 있다가 어느 순간 불쑥 고개를 드는 '좀머씨'라는 객체는 우리의 기억 중 '무의식'이라는 부분과 많이 닮아있습니다. 기억의 침전물. 평소에는 아무런 역할도 않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내면세계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무의식'. 아이에게 있어 좀머씨는 무의식에 속해 있고, 무의식을 자라게 하는 존재였던 것입니다.

짧은 분량임에도 작가의 사고의 무게가 느껴지는 책입니다. 그리고, 쥐스킨트의 글 못지않게 장 자끄 상페의 그림도 훌륭합니다. 자칫 칙칙해질 수 있는 글을 말갛고 천진한 동화처럼 포장해주는 그의 그림은, 이 책을 읽는 재미를 한층 더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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