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회귀선
헨리 밀러 지음, 김진욱 옮김 / 문학세계사 / 1991년 6월
평점 :
절판


북회귀선이 영화로 만들어졌을 때도 많은 미디어에서 난리들을 쳤다. '예술이냐, 외설이냐!!!' 그 경계가 모호하다는 것은...무지하게 야하다는 뜻? 잔뜩 기대를 품은 철없던 나는, 어디서부터 야한 장면이 나올지 전전긍긍 기다리다가 후반부에 접어들어서는 지쳐 잠이 들고 말았다.

책을 접하면서도 똑같은 경험을 다시 했다. 한 번 속았으면 정신을 차릴 법도 하건만, '무삭제 완역판'이라는 문구의 묘한 뉘앙스에 현혹되어 다시 기대를 하고 말았다. 책을 덮은 후의 씁쓸함이란... 이 정도의 성적 묘사를 적나라하다고 느끼기엔 현대의 매체 모두가 너무도 자극적이다. 헨리밀러가 살았던 시대였다면 파격적이었을 지 모르지만. 계속 '성적 묘사의 수위'에만 기대를 걸고 북회귀선을 접하다보니 실망과 함께 잃은 것도 많은 것 같아 아쉽다. 난삽하고 산만한 그의 글을 따라가다보면 문득문득 잘 벼려진 예리한 감성을 이해시키려는듯한 호소력 있는 문장도 발견되고는 했는데, 성급한 마음(왜 성급했을까? *^^*)에 미처 되씹어보지도 못하고 책장을 넘기고는 했던 것이다.

'소설의 흐름을 놓치더라도 이런 내 기분을 독자에게 이해시키고 싶다'는 간절함이 엿보이는 단락을 읽고 있노라면 어딘지 요시모토 바나나의 문장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면서 헨리 밀러라는 인간 자체에 대한 호기심이 생긴다. 하지만 동시대의 인물이 아닌지라 그 내면을 이해하기는 더욱 어렵다. 응큼한 기대(?)를 품고 북회귀선을 집어든 것이 실수였던것 같다. 그냥 야한 비디오를 빌려보는 편이 빨랐을 것을.^^ 조만간에, 헨리 밀러가 정말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인지를 찬찬이 다시 읽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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