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상을 치르고 난 후 심신이 모두 지쳐 있는 걸까?
사무실에서도 비몽사몽이고 집에 가서도 앉기가 무섭게 잠이 쏟아진다.
너무 무기력하기만 하다.
어제는 밀렸던 사이버강의를 수강하느라고 밤이 늦어서야 퇴근을 했다.
큰 사무실에 당랑 혼자 11시까지 있으려니 왜그렇게 허전하고 무서운 느낌이 드는지 소등을 하고 나니 등골이 오싹했다. ㅠㅠ
요즘 힘들어 하는 것을 옆지기가 지켜보기만 했었나 보다.
샤워를 하고 나오니 와인을 준비해 놓고 있었다.
밤 12시에 와인과 옆지기를 마주하니 쌓였던 피곤이 눈녹 듯 사라지는 듯 했다.
말없이 지켜봐주고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옆지기의 자상함이 고맙다.
내조나 외조는 상대방의 마음을 알아주고 챙겨주는 작은 배려에서부터 시작되는 건가 보다.
옆지기가 따라주는 달콤 쌉싸름한 와인 한잔이 사람을 이렇게 감동시킨다.
와인과 감동을 함께 먹은 하루였다.
옆지기의 뜻밖의 습격에 와인의 감미로운 맛과 향만큼이나 아름답고 행복한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