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걷는 아이 - 아이의 감수성을 키우는 취향 존중 독서법
최누리 지음 / 북스고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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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걷는 아이>에는 어린이 독서 글쓰기 강사인 최누리 저자가 운영하는 독서 교실의 노하우가 담겨 있다. 아이의 감수성을 키우는 취향 존중 독서법이란 무엇일까? 많은 사람이 독서의 중요성은 알고 있지만, 휴대폰 사용으로 인해 남녀노소 불문하고 정작 책을 읽는 사람은 줄어들고 있다.

나는 미래의 내 아이가 책을 좋아하길 바라서 출산 전에 '내 생애 첫 도서관' 서비스부터 신청했다. 자녀 생후 12개월까지 관내 도서관 소장도서를 택배로 대출, 반납할 수 있는 서비스다. 딸아이 백일 지나고부터 아이에게 읽어줄 책을 빌려서 꾸준히 책을 접하게 해주었다.

유치원 입학하던 43개월 즈음부터 책을 혼자 읽기 시작한 딸아이는 2년이란 긴 시간 동안 아침 6시도 안 돼서 일어나 한 시간씩 책을 읽었다. 유치원에서 독서통장을 쓰게 했고 5세 반에서는 책 제목과 글쓴이만 썼는데, 6세반에서는 한줄 감상평 쓰는 칸도 있었다. 엄마가 책 읽어주는 시간을 좋아하던 아이가 어느 순간부터 책을 혼자 읽겠단다. 나중에 말하길 한줄 감상평 쓰는 게 싫었다고 한다. 책을 처음 읽기 시작할 때는 천천히 또박또박 읽더니 이제는 글 좀 읽는다고 너무 빠르게 읽고, 무슨 내용인지 물어보면 잘 모르겠다고 한다. 아이가 책을 좀더 효과적으로 읽도록 도와주고 싶어서 <책으로 걷는 아이>를 펼쳐보게 되었다.



<책으로 걷는 아이>는 크게 책 읽기와 글쓰기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책 읽기'에서는 독서의 순기능을 시작으로 독서 환경 만들어주기, 책 고르기, 책 읽기, 독후 활동 등 책 읽기에 대한 모든 것이 친절하게 담겨 있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던 책 중에 소장하고 싶은 책은 없는지 확인하고, 아이가 취향에 맞는 책을 직접 고르고, 양육자가 함께 읽으며 이야기 나누는 과정으로 아이가 책에 흥미를 가질 수 있게 한다.

책 기둥에 별 스티커를 붙이며 책을 평가한다는 게 신선했고, 낱말을 자음과 모음으로 분류하며 한글 익히기, 모르는 단어는 사전 찾아보며 어휘 넓히기 등 여러 가지 학습법도 나와서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딸아이가 캄캄한 시간에 일어나 책을 읽으면, 나는 자유 시간으로 생각하고 더 자거나 휴대폰을 보았다. 그런데 새벽 독서 이야기를 읽고부터는 나도 아이와 같은 시간에 일어나 책을 읽게 되었다.



유치원에서 1년 동안 쓴 독서통장을 가져오게 하여 다독상을 주었다. 아이가 책을 많이 읽고 빨리 읽는 것에만 집중하지 않기를 바란다. 유치원 숙제로 주말마다 책 한 권을 읽고 독후 활동을 하면서는 그나마 책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조금이라도 있었다. 숙제가 아닌 집에서 읽는 책에 대해 물어보기라도 하면, 모른다는 말만 하니 책을 이해하며 읽는 건지 글자만 읽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책으로 걷는 아이>에서는 빨리 말고 깊게 읽는 연습법을 소개한다. 읽은 책을 직접 설명할 때는 말하고 듣는 입장에서 어떤 규칙을 지켜야 하는지, 읽기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글 놀이, 독서록과 기록장을 대신할 수 있는 독후 대체 활동은 무엇이 있는지 알려 주고 있어서 유익하다. 누리쌤이 소개하는 추천 도서 30은 유아기, 저학년, 고학년의 추천 창작 그림책을 10권씩 소개한다. 유아기 추천 도서 중 3권은 읽은 책이라서 나머지 7권은 도서관에서 빌려 볼 예정이다. '책 읽기' 앞부분의 그림책 잘 읽는 방법에서 소개한 《건전지 엄마》가 특히 궁금하다.



'글쓰기'에서는 글을 쓰면 왜 좋은지부터 시작해 처음 글쓰기는 어떤 식으로 하는지, 어떤 형태로 글쓰는 연습을 하는지에 대해 나온다. 딸아이가 이면지를 꺼내 짧은 편지를 써주면, 받기만 했지 답장 써 줄 생각을 못했다. 정성스러운 쪽지와 답장은 글쓰기의 동기가 된다는 글을 읽고, 아래쪽 빈 공간에 답장을 써 주니 좋아한다.

좋아하는 노래 가사를 옮겨 적으며 글씨 바르게 쓰는 연습을 하고, 동시를 읽으며 창의력도 기르고 표현도 익히는 건 좋은 방법인 것 같다. 단어 이어 붙여 글 만들기나 책과 다른 결말 만들기, 나만의 동화책 만들기를 보며 역시 독서 교실의 선생님은 다르다고 생각했다. 나의 문체를 찾기 좋은 방법으로 편지쓰기를 추천하며, 아이들이 쓰기 좋은 편지 주제도 알려 준다. 기행문 쓰는 법과 글쓰기 수업에서 중요한 수정하기에 대해서도 말한다.

누리쌤이 추천하는 재미있는 글쓰기 주제 20가지를 소개하는 것은 물론이고, 부록으로 책 놀이 활동지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 했다. 누리쌤만의 소중한 자료일텐데, <책으로 걷는 아이>에 모든 것을 담아낸 것 같아 고마운 마음이 크다. 유아부터 초등까지 문해력을 키우는 책 읽기와 생각이 자라는 글쓰기에 대해 궁금하다면, <책으로 걷는 아이>를 추천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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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젊어지는 처방전 - 질병 없는 50~60대를 위한
송은호 지음 / 온더페이지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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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관련 책에 관심이 많지는 않았는데, 40대에 들어서고부터 부쩍 눈길이 간다. 현직 약사인 송은호 저자는 한번 잃은 건강은 되찾기 쉽지 않아 예방하고 관리해야 하는데 그 방법 중 하나가 '영양제 복용'이라고 한다. 저자가 직접 경험한, 많은 환자의 건강을 되찾아준 놀라운 영양 요법의 효과를 기록한 책이 <날마다 젊어지는 처방전>이다. 이 책을 질병 없는 50~60대를 위해 미리 읽어 보면 좋을 것 같았다. 차례를 보면 심장부터 혈관, 부신, 갑상선, 간과 담낭, 위와 식도, 신장, 눈, 뼈와 관절까지 나온다.

우리 몸은 무너진 신체를 정상화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어서 우리는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충분히 보충해주기만 하면 된다. 영양제를 복용하는 것이 영양소의 결핍을 치료하는 게 아니라 비정상적인 건강 상태를 정상적인 상태로 복구시키는 것이다. 영양제만 복용하지 말고 올바른 식습관과 꾸준한 운동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날마다 젊어지는 처방전>에서는 신체를 각 기관별로 나누어 50~60대가 잘 걸리는 질병과 이를 예방하기 위해 어떤 영양제를 복용하는 게 좋은지, 식습관과 생활 습관은 어떻게 바로잡아야 하는지 알려준다. 인트로에서 저자의 약국을 찾아온 환자들과의 대화를 보여 주고, 환자의 현상태와 함께 저자의 조언까지 담았다. 일정 기간 후에 건강 상태가 좋아져서 약국을 다시 찾아온 환자들의 이야기는 감동적이다.

2장 심장부터 10장 뼈와 관절까지 각 기관의 역할부터 설명한다. 심장이나 신장, 눈물층의 구조는 그림으로 보여 준다. 고혈압과 부정맥, 동맥경화, 부신 피로증후군, 갑상선 기능저하증, 갑상선 기능항진증, 자가면역질환, 간과 담낭질환 등 각 기관과 관련한 질병에 대해 이야기하고, 위산 저하증, 만성 신부전, 3대 실명질환(백내장, 녹내장, 황반변성), 골다공증, 퇴행성 관절염, 류머티즘 관절염 등은 어떤 영양소를 챙겨야 하는지 꼼꼼하고 자세하게 설명한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대표적인 미네랄 성분인 칼슘과 마그네슘은 1:1이나 2:1 비율로 들어 있는 영양제를 복용하는 것이 좋다. 생체 흡수율이 많이 떨어지는 탄산 칼슘이나 산화 마그네슘보다 가격이 높더라도 구연산 칼슘, 글루콘산 칼슘, 젖산 마그네슘 같은 형태가 좋다. 일일권장량 100%가 영양제를 선택하는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되고, 저자가 권하는 영양 성분 함량이 책에 나와 있어서 참고하기 좋다.

술을 안 마시는데도 간이 나쁜 사람이 많다고 한다. 피곤하면 대개 간이 안 좋다고 생각하지만, 심한 스트레스와 만성 피로, 불면증의 증상은 부신 피로증후군이다. 갑상선 기능저하증이라면 어떤 음식을 피해야 하는지, 각 영양제는 어느 정도 복용해야 하는지, 골다공증에 무조건 칼슘만 먹으면 되는지 등 유용한 정보가 가득하다.



각 장의 뒷부분에서는 고혈압 환자와 골다공증 환자의 운동법, 고혈압과 심혈관질환 환자의 식습관 법칙, 지친 부신을 달래는 생활 습관과 식습관, 담낭 제거 수술 환자의 식단, 만성 신부전 환자의 식단에서 빼야할 것 등 관련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내용을 담았다.

<날마다 젊어지는 처방전>은 몸의 증상에 따른 맞춤 영양제를 처방해 주는 책이다. 내 몸에 꼭 필요한 영양제가 무엇인지, 어떤 영양제를 함께 복용하면 좋은지, 식습관을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지 도움 주는 책이다. 의사가 처방한 약을 보고 환자의 상태를 물어 불필요한 약은 따로 빼주는 약사. 이런 약사 선생님이 우리 동네에 계시면 너무 좋겠다. 건강 관련 책을 읽고 뭉클함이 느껴진 건 처음인 것 같다. 집에 한 권씩 있으면 좋은 책으로 <날마다 젊어지는 처방전>을 추천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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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숙면 - 못 자는 이유부터 잘 자는 방법까지
주은연 지음 / 유노라이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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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숙면>은 20여 년간 2만명 이상의 수면장애 환자들을 치료한 주은연 저자가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이다. TV 프로그램 '명의', '생로병사의 비밀'에 출연했던 최고의 수면 의사가 잠들지 못하는 이유부터 잘 자는 방법까지 잠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 준다고 해서 책 내용이 궁금했다. 저자가 지난 10여 년 동안 강의했던 내용을 총정리했다고 하니 수면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매일 숙면>의 목차를 보면 숙면, 잠 못 드는 이유, 건강한 잠, 수면 진료, 여성과 남성의 수면, 노년기 수면, 수면 처방 등 일곱 가지 내용으로로 구성되어 있다.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해 불면 환자가 급증하고, 수면다원검사가 국가 의료보험 급여 제도에 포함되었다. 불면증, 수면호흡장애, 하지불안증후군 등 잠들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수면 진료는 어떻게 받는지, 건강한 잠을 위해서 어떤 치료가 필요한지 책을 펼쳐 보았다.




성장기 아동은 자는 동안 키가 쑥쑥 자라고, 아플 때도 잠만 잘 자면 금방 회복된다. 건강하게 자면 몸의 성장과 회복을 돕고, 면역 기능을 유지하며, 신체대사를 조절한다. 깨어 있을 때 쌓인 뇌 폐기물들이 자는 동안 뇌척수액으로 빠져나가는데, 지속적으로 잠을 못 자면 뇌 청소가 제대로 안 되어 나중에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잘 자야 기억력 보존도 된다고 하니 학생의 경우에 시험 전날 벼락치기로 공부하는 것보다 평소에 꾸준히 공부하며 깊은 잠을 자는 게 도움이 되겠다.


잠에 대한 잘못된 속설이나 수면 사이클, 연령별 적정 수면 시간에 대해서도 나온다. 수면 시간이 7~8시간일 때 당뇨병, 우울증 발생률과 사망률이 가장 낮고, 수면 시간이 7시간보다 짧거나 9시간보다 길어지면 각 질환의 위험도는 높아진다고 한다. 알코올 섭취량과 수면, 카페인 양에 따른 수면도 등 참고 자료로 표나 그래프가 나오기 때문에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청년기 환자가 많아졌는데, 청년기의 크로노타입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자신의 고유한 일주기 리듬에 따라 선호하는 취침-각성 시간대를 크로노타입이라고 하는데, 자신의 크로노타입을 가늠해볼 수 있는 간단한 질문이 책에 나온다. 수면장애의 원인으로 불규칙한 생활 습관이나 우울과 불안 같은 기분 장애를 꼽는다. 산책이나 운동으로 기분 전환을 하고 햇빛에 노출되는 시간은 충분히 가지며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맑은 날의 태양광선 같은 매우 밝은 빛을 기상 직후 30분 정도 쬐는 게 좋다고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니라서 아쉽기만 하다. 중등도 이상의 유산소 운동을 주 3회 이상 규칙적으로 하면 잠드는 시간도 짧아지고, 중간에 깨서 못 자는 시간도 줄어든다고 한다. 자다가 중간에 깨서 먹는 음식 섭취는 가짜 허기이므로 반드시 피해야 한다. 점심 식사 후에 너무 졸리다면 커피보다는 20분 이내의 짧은 낮잠이 낫고, 낮잠을 잘 수 없는 상황이라면 탄수화물이 적고 채소와 단백질 위주의 간단한 점심 식사 후 가벼운 산책을 권한다.


4장에서는 수면 진료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데, 불면증과 악몽을 유발하는 약물이 정리되어 있다. 복용하고 있는 약물만 줄여도 수면장애가 상당히 해소된다고 한다. 수면증상질문지, 주간 졸림증 자가진단표, 불면증 자가진단표 등 수면 설문지도 살펴볼 수 있고, 수면다원검사의 진행 과정도 자세히 설명한다.




5장에서는 여성 호르몬이 수면에 미치는 영향, 월경전증후군을 최소화하는 방법, 완경 후 달라지는 여성의 수면, 갱년기 불면증에 대해 이야기한다. 6장은 노년기 수면장애에 대한 내용인데, 자다가 깨서 화장실에 자주 가는 야뇨도 수면 질환의 증상이라고 한다. 딸아이가 자다가 한 번씩(많으면 두 번) 깨서 소변을 보는데, 노년기의 이야기만 나와 있어서 궁금증을 해결하지는 못했다. 야뇨가 생기는 이유 중에 저녁 식사를 마치고 취침할 때까지의 시간이 너무 짧은 것도 있는데, 딸아이의 경우가 아닐까 짐작해본다.


마지막 장에서는 중년기 남성의 수면장애, 수면무호흡증에 효과적인 상기도 양압기, 다리가 불편해도 뇌의 문제인 하지불안증후군, 잠에 예민한 사람을 위한 치료법 등을 얘기하며 건강한 잠을 위한 수면 처방을 내려 준다. 아이든 어른이든 한 번도 깨지 않고 아침까지 쭉 자고 상쾌하게 일어나면 좋을텐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아서 안타까울 뿐이다. '숙면은 푹 자는 게 아니라, 건강하게 자는 것'이라고 하니 잠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매일 숙면>을 읽어 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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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곰돌이 푸, 우린 이제 여섯 살이야 - 곰돌이 푸 세 번째 이야기, 1927년 초판본 표지 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앨런 알렉산더 밀른 지음, 어니스트 하워드 쉐퍼드 그림, 박혜원 옮김 / 더스토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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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만화영화로만 보았던 곰돌이 푸. 사실 '곰돌이 푸'는 저자 앨런 알렉산더 밀른이 아들의 장난감 인형들(곰, 아기 돼지, 당나귀, 호랑이 등)을 주인공으로 해서 쓴 동화라고 한다. 곰돌이 푸 첫 번째 이야기는 3살 정도의 아이가 바라보는 세상을 노래한 동시집이고, 두 번째 이야기는 위에서 말한 인형들을 주인공으로 한 동화다. 그리고 곰돌이 푸 세 번째 이야기 <우린 이제 여섯 살이야>는 6살이 된 아이의 마음을 대변하는 동시집이다. 딸아이가 68개월이기도 하고, 어떤 내용일까 궁금해서 읽고 싶었다. 게다가 1927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를 그대로 재현했고, 당대 최고의 삽화가인 어니스트 하워드 셰퍼드의 오리지널 삽화도 전체 수록했다고 하니 더욱 귀한 느낌이 들었다.




자아가 생기기 시작한 6살 아이의 마음을 노래한 동시집 <우린 이제 여섯 살이야>는 동화책을 읽는 것 같기도 하고, 아이의 일기장을 몰래 보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동시집을 좋아하는 딸아이와 함께 읽고 싶었는데, 아이가 읽기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은 것 같다. 내가 읽으면서도 왕과 기사의 이야기가 나올 때는 이게 무슨 말이지? 싶은 부분이 몇 군데 있었다. 나라와 시대의 차이인 것 같다.

아이와 함께 읽어도 좋을 만큼 비슷한 상황을 떠올릴 수 있는 부분도 여럿 있었다. '바빠'를 읽으며 외출 준비를 할 때 아이가 말로만 "시간 없다"며 급하게 준비하는 모습을 떠올렸다. '재채기'를 읽으면서는 기침이 심해지고 폐렴으로 입원까지 했던 기억이 났고, 책에서 나온 홍역바이러스에 대해 묻던 아이가 떠올랐다. (나만의 비밀 친구) '빙커'처럼 딸아이도 가상의 친구를 만들어 본인이 무섭거나 뿌듯하거나 다양한 상황에서 가상의 친구에게 빗대어 이야기한다.




푸가 등장하는 '우리 둘이'에서는 아이가 벌써 두 배의 개념을 알고 있나 보다. 아이와 푸의 대화가 포근하다. 또 다른 동시에서는 구구단이 나온다. 곱하고 더하고 빼고, 엄마 눈에는 학습에 대한 부분이 크게 들어온다. '같이 나가서 놀래'에서는 귀여운 꼬마라고 부르면서 함께 놀아주지 않는 어른들에 대한 아이의 마음을 표현했다. 딸아이에게 바쁘다고 저리 가라고 말하던 내 모습도 있었을 것이다. '착한 어린이'에서는 "말썽 부리지 않고 착하게 굴었지?"를 반복하니 '만약 내가 나쁜 짓을 했다면 그 말을 하겠어요?'라며 묻고 또 묻는 엄마 아빠를 재미있어 하는 모습이 나온다. 집에 있는 날에는 쉬지 않고 말하는 딸아이가 내게 한 마디도 지지 않고 반문하는 모습이 떠올라 웃음이 났다.

유치원에서 다독상 선물로 받은 인형보다 키즈카페에서 처음 만난 친구와 뛰어 노는 걸 더 좋아하는 딸아이. 아빠가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쓴 <우린 이제 여섯 살이야>는 딸아이 또래의 이야기라서 재미있게 읽었다. 아이에 대한 아빠의 사랑이 듬뿍 담긴 책이다. 삽화는 내가 어릴 적에 읽은 두꺼운 세계 명작 동화 속 삽화와 비슷해서 추억에 빠지듯 보았다. 상상의 세계와 작별하고 서서히 어린이가 되어가는 곰돌이 푸 네 번째 이야기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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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수학책 - 내 안에 숨겨진 수학 본능을 깨우는 시간
수전 다고스티노 지음, 김소정 옮김 / 해나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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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미적분 시험을 망친 뒤로 수학을 버렸다는 저자 수전 다고스티노는 10년 동안 수학 책을 펴본 적도 없지만, 수학을 더 배우고 싶다는 바람이 점점 커지고 있었단다. 난 초등학교 시절부터 수학을 좋아했다. 6학년 때, 문제를 다 풀면 선생님께 풀이 과정을 설명해야 했는데 그 시간이 즐거웠다. 중학교 때는 수학 담당이던 담임 선생님께서 시험이 끝나고 칠판에 수학 풀이를 하게 하셨다. 고등학교 교내 수학경시대회에서 1학년 때는 최우수상, 2학년 때는 은상을 받았지만, 3학년 때는 상을 받지 못했다. 고2 때 이과를 택하면서 수학1, 수학2를 배웠는데, 점점 어려워지던 수학2 점수가 반토막 나기 시작했다. 대학교 때 전공기초 과목으로 미적분 수업을 들어야 해서 또 한 번 좌절했던 기억이 있다.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서 수학 문제집을 만들고 수학을 가르쳤다. 초등 수학만 접했기 때문에 중고등학교 수학도 공부하고 싶었다. 임신 중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17년이 지나고) 고등 수학 문제집을 풀었는데 재미있었다. 공부가 의무가 아니라서 재미있었을까? 공부로써가 아닌 수학 이야기도 궁금했다. <다정한 수학책>은 저자가 단 한 번의 실패로 더는 수학을 잘하게 되는 날이 없으리라고 잘못 생각해버린 어린 시절의 자신에게 주고 싶은 책이라고 한다. 왠지 고등학교 시절의 내가 떠올랐고, 공식을 알아야 하거나 수학 기호를 기억하지 않아도 그저 읽고 배우고 생각하는 과정을 즐길 수만 있으면 된다고 하길래 차근차근 읽기 시작했다.


1부는 몸을 위한 수학 20가지, 2부는 마음을 위한 수학 21가지, 3부는 영혼을 위한 수학 5가지를 다룬다. 1부는 쉬운 내용, 2부는 조금 더 상세하고 어려운 내용, 3부는 수학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추상 수학을 다룬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읽으면서 1부에도 어려운 내용이 있었고, 2부에서 조금 쉬운 내용도 있었기 때문에 사람마다 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정한 수학책>이지만 수학 이야기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수와 패턴, 모양, 추상적인 수학 개념 외에 매미의 생애 주기, 공정한 투표 방법, 오렌지를 쌓는 방법, 벽지 무늬, 죄수의 딜레마 등 생물학, 화학, 물리학, 경제학, 기술 같은 실생활에 적용하는 다양한 방법이 나와 흥미롭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가 박학다식하다고 생각한다.(물론 <다정한 수학책>을 쓰는 동안 곁에서 도움 준 사람들도 많을 것이고, 책 뒷부분에 쓰여진 참고 문헌도 엄청나다.)



2장을 살펴보면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에 대해 나온다. 나무가 성장하며 가지를 뻗는 방식이나 벌집, 기린의 점박이 무늬, 잠자리 날개, 진흙이 굳으며 갈라지는 형태까지도 수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한 것이다. 도시 설계자가 소방서나 학교 같은 공공건물의 위치를 정할 때도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을 이용한다니 수학과 연결되는 모습이 신기하다. 각 장이 끝날 때마다 문제가 나오는데, 책 뒷부분에 해답이 있다. 책이 거의 400페이지인데 해답만 42페이지를 차지한다. 계산이 필요한 문제는 직접 풀어보기도 했는데, 대부분의 어려운 문제들은 바로 해답을 넘겨보게 된다.



계산이 필요한 문제는 많지 않지만, 6장의 이진법과 35장의 등차수열로 연결되는 가우스 방법은 연필로 끄적이면서 풀어 보았다. 대부분의 수학 문제는 공식에 대입하지 않고 원리를 이해하며 그냥 푸는 게 더 쉽지만, 학교에서는 공식을 외우게 한다. 그 탓에 수학이 암기과목으로 인식되어 수학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아서 안타까울 뿐이다.


<다정한 수학책>을 읽는 즐거움 중 하나는 저자가 그린 그림들이다. 학교에서 수업을 듣는 학생으로 돌아가 선생님이 칠판에 그리는 그림을 보듯 재미있었다.


10장의 쾨니히스베르크의 다리에서는 어렸을 때 많이 해봤던 집 모양 도형의 변을 연필 떼지 않고 한 번에 그리기에 대해서도 나온다. 쾨니히스베르크 다리 문제를 그래프로 만들고, 오일러 회로를 그리려면 그래프의 모든 꼭짓점의 변 개수가 짝수여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그래프 이론을 이용하여 신경 과학자가 뇌 구조를 이해하고, 생물학자들은 질병이 퍼져나가는 경로를 파악한다고 하니 대단하다.



11장의 매듭 이론에서 교차점 수에 따른 매듭의 종류를 표로 보여 주는데, 교차점이 5개 이상인 매듭 종류를 보면서 감탄이 절로 났다. 42장의 4차원 클라인 병에 대해서는 처음 들었는데, 클라인 병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어 신기했다. 가장자리가 없고 면이 1개인 물체라서 그 위를 걷다 보면 출발한 곳으로 돌아오지만 거꾸로 매달려 있게 된다. 13장의 피보나치수열에서 이야기하는 내용도 흥미로웠다. 해바라기나 선인장, 솔방울을 살펴보았을 때, 시계 방향과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는 나선의 수가 피보나치수열에서 나란히 놓이는 두 수라고 한다. 자연계에서 무수한 피보나치수열을 찾아볼 수 있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밑면과 높이가 같으면 부피가 같다고 알고 있었는데, 20장 힐베르트의 스물세 문제 중 3번째 문제에서 밑면과 높이가 같아도 부피가 다른 사면체가 있다는 답이 나왔다고 한다.


<다정한 수학책>에서 오래 전에 배운 내용을 다시 한 번 읽게 되어 반가웠고, 몰랐던 내용을 새롭게 알게 되어 흥미로웠다. 책 내용을 이해하기 쉽도록 그림을 넣어서 읽는 데 마냥 어렵지는 않다. 수학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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