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수학책 - 내 안에 숨겨진 수학 본능을 깨우는 시간
수전 다고스티노 지음, 김소정 옮김 / 해나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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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미적분 시험을 망친 뒤로 수학을 버렸다는 저자 수전 다고스티노는 10년 동안 수학 책을 펴본 적도 없지만, 수학을 더 배우고 싶다는 바람이 점점 커지고 있었단다. 난 초등학교 시절부터 수학을 좋아했다. 6학년 때, 문제를 다 풀면 선생님께 풀이 과정을 설명해야 했는데 그 시간이 즐거웠다. 중학교 때는 수학 담당이던 담임 선생님께서 시험이 끝나고 칠판에 수학 풀이를 하게 하셨다. 고등학교 교내 수학경시대회에서 1학년 때는 최우수상, 2학년 때는 은상을 받았지만, 3학년 때는 상을 받지 못했다. 고2 때 이과를 택하면서 수학1, 수학2를 배웠는데, 점점 어려워지던 수학2 점수가 반토막 나기 시작했다. 대학교 때 전공기초 과목으로 미적분 수업을 들어야 해서 또 한 번 좌절했던 기억이 있다.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서 수학 문제집을 만들고 수학을 가르쳤다. 초등 수학만 접했기 때문에 중고등학교 수학도 공부하고 싶었다. 임신 중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17년이 지나고) 고등 수학 문제집을 풀었는데 재미있었다. 공부가 의무가 아니라서 재미있었을까? 공부로써가 아닌 수학 이야기도 궁금했다. <다정한 수학책>은 저자가 단 한 번의 실패로 더는 수학을 잘하게 되는 날이 없으리라고 잘못 생각해버린 어린 시절의 자신에게 주고 싶은 책이라고 한다. 왠지 고등학교 시절의 내가 떠올랐고, 공식을 알아야 하거나 수학 기호를 기억하지 않아도 그저 읽고 배우고 생각하는 과정을 즐길 수만 있으면 된다고 하길래 차근차근 읽기 시작했다.


1부는 몸을 위한 수학 20가지, 2부는 마음을 위한 수학 21가지, 3부는 영혼을 위한 수학 5가지를 다룬다. 1부는 쉬운 내용, 2부는 조금 더 상세하고 어려운 내용, 3부는 수학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추상 수학을 다룬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읽으면서 1부에도 어려운 내용이 있었고, 2부에서 조금 쉬운 내용도 있었기 때문에 사람마다 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정한 수학책>이지만 수학 이야기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수와 패턴, 모양, 추상적인 수학 개념 외에 매미의 생애 주기, 공정한 투표 방법, 오렌지를 쌓는 방법, 벽지 무늬, 죄수의 딜레마 등 생물학, 화학, 물리학, 경제학, 기술 같은 실생활에 적용하는 다양한 방법이 나와 흥미롭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가 박학다식하다고 생각한다.(물론 <다정한 수학책>을 쓰는 동안 곁에서 도움 준 사람들도 많을 것이고, 책 뒷부분에 쓰여진 참고 문헌도 엄청나다.)



2장을 살펴보면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에 대해 나온다. 나무가 성장하며 가지를 뻗는 방식이나 벌집, 기린의 점박이 무늬, 잠자리 날개, 진흙이 굳으며 갈라지는 형태까지도 수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한 것이다. 도시 설계자가 소방서나 학교 같은 공공건물의 위치를 정할 때도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을 이용한다니 수학과 연결되는 모습이 신기하다. 각 장이 끝날 때마다 문제가 나오는데, 책 뒷부분에 해답이 있다. 책이 거의 400페이지인데 해답만 42페이지를 차지한다. 계산이 필요한 문제는 직접 풀어보기도 했는데, 대부분의 어려운 문제들은 바로 해답을 넘겨보게 된다.



계산이 필요한 문제는 많지 않지만, 6장의 이진법과 35장의 등차수열로 연결되는 가우스 방법은 연필로 끄적이면서 풀어 보았다. 대부분의 수학 문제는 공식에 대입하지 않고 원리를 이해하며 그냥 푸는 게 더 쉽지만, 학교에서는 공식을 외우게 한다. 그 탓에 수학이 암기과목으로 인식되어 수학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아서 안타까울 뿐이다.


<다정한 수학책>을 읽는 즐거움 중 하나는 저자가 그린 그림들이다. 학교에서 수업을 듣는 학생으로 돌아가 선생님이 칠판에 그리는 그림을 보듯 재미있었다.


10장의 쾨니히스베르크의 다리에서는 어렸을 때 많이 해봤던 집 모양 도형의 변을 연필 떼지 않고 한 번에 그리기에 대해서도 나온다. 쾨니히스베르크 다리 문제를 그래프로 만들고, 오일러 회로를 그리려면 그래프의 모든 꼭짓점의 변 개수가 짝수여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그래프 이론을 이용하여 신경 과학자가 뇌 구조를 이해하고, 생물학자들은 질병이 퍼져나가는 경로를 파악한다고 하니 대단하다.



11장의 매듭 이론에서 교차점 수에 따른 매듭의 종류를 표로 보여 주는데, 교차점이 5개 이상인 매듭 종류를 보면서 감탄이 절로 났다. 42장의 4차원 클라인 병에 대해서는 처음 들었는데, 클라인 병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어 신기했다. 가장자리가 없고 면이 1개인 물체라서 그 위를 걷다 보면 출발한 곳으로 돌아오지만 거꾸로 매달려 있게 된다. 13장의 피보나치수열에서 이야기하는 내용도 흥미로웠다. 해바라기나 선인장, 솔방울을 살펴보았을 때, 시계 방향과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는 나선의 수가 피보나치수열에서 나란히 놓이는 두 수라고 한다. 자연계에서 무수한 피보나치수열을 찾아볼 수 있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밑면과 높이가 같으면 부피가 같다고 알고 있었는데, 20장 힐베르트의 스물세 문제 중 3번째 문제에서 밑면과 높이가 같아도 부피가 다른 사면체가 있다는 답이 나왔다고 한다.


<다정한 수학책>에서 오래 전에 배운 내용을 다시 한 번 읽게 되어 반가웠고, 몰랐던 내용을 새롭게 알게 되어 흥미로웠다. 책 내용을 이해하기 쉽도록 그림을 넣어서 읽는 데 마냥 어렵지는 않다. 수학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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