五行大義 -上 대유학술총서 1
김수길.윤상철 옮김 / 대유학당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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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아버지께서 간직해오신, 거실 책장 맨 아래 칸을 채우고 있는, 두께가 어마어마한 표준 국어사전이나 가정 대백과사전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오행대의'의 두께가 엄청나다는 것은 아니다. 중국이나 일본에서 널리 알려진, 소길의 '오행대의'를 번역했다는 상, 하권 둘을 합한다면 조금 두껍다고 느낄까. 도서관에 가면 거의 찾지 않는 코너를 차지하고 있는 한 질의 오래된 책들의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이 책이 아무도 읽고 싶어하지 않는 책이라는 것은 아니다. 오행에 관심 없는 일반인이 읽는다면 지루하다 못해 머리가 아플 수도 있지만, 오행학설을 공부하는 사람이나 이 영역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참고서가 될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히 읽지는 못했다. 한 장씩 넘기며 두 번을 보았다. 하지만 이해하기 어렵고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 건 마찬가지였다. 역자의 말이나 서문을 읽어보면 '오행대의'가 훌륭한 책임에는 틀림없다. 비록 상 권만 보았을 뿐이지만 어려우면서도 신기했다. 오행을 다섯 수와 연결짓거나 계절이나 절기를 오행으로 설명하는 것, 간지를 신체와 오장에 배속시키는 것이 그러했다. 예전에 띠를 보고 서로 맞지 않는 상대를 알아내는 표가 있었다. 가족의 띠로 확인해보았던 기억이 있다. 제 12편에서 서로 해가 되는 이유를 12간지로써 설명하고 있으나 헷갈리기만 할 뿐이다. 

책을 처음 손에 잡았을 때 막막했던 것과 달리 '오행대의'에서 조금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부분이 있었으니 상 권의 맨 마지막 부분 제 14편이다. 색(色)과 악기(초중학교 때 이후로 처음 듣는 듯한 '궁상각치우')와 맛(味)을 오행과 연결지어 배속시키는 것이 재미있었다. 다섯 가지 맛을 과일, 나물 등 음식 외에 돌이나 벌레에까지 나타내다니. 계절과 장부(藏府) 등 결국 오행으로 설명되지 않는 것은 아무 것도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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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즈 인 런던 - 혼자 떠나기 좋은 런던 빈티지 여행
곽내경 지음 / 예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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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 채널에서 그녀들의 여행 이야기를 즐겨 보았다. 파리, 런던, L.A, 뉴욕, 멜버른에서의 그녀들은 정말 행복해 보였다. 즐거움이 가득한 환한 미소가 예뻤고, 마음껏 여행할 수 있는 자유로움이 부러웠다. 여행이란 단어는 언제 들어도 마음을 들뜨게 한다. 세상에서 가장 신 나는 단어가 여행이 아닐까. 목적을 가지고 하는 여행이든 아니면 여기저기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것이 좋아서 하는 여행이든 여행이란 이름만으로 신이 난다.

'데이즈 인 런던'이란 제목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스타일리쉬 여행을 주제로 한 스타들의 테마 여행이었다. 런던 여행기는 패션, 쇼핑 이야기가 대부분이었지만 재미있었다. 내가 하는 여행도 고스란히 남길 수 있다면 더없이 행복할 텐데. 내가 좋아하는 '여행'을 자주, 많이 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행하는 순간순간이 내게는 축복이다.

여행 중 사진기에 담는 생동감 있는 모습이 좋다. 반짝반짝 빛이 나는 보석이 아니더라도 차례차례 질서 있게 줄 맞춰 선 구도가 아니더라도 엉터리 배열이라 할지라도 나는 화려하지 않고 획일화되지 않은 그것이 좋다. 사진의 전체적인 파랑과 부분적인 노랑과 그리고 빨강 필기체를 한데 모은 표지가 마음에 들었다. 혼자 떠나기 좋은 런던 빈티지 여행이라. 혼자만의 여행을 꿈꾸어보긴 했지만 여행지로 런던을 생각한 적은 없었다. 어느 여행책이든지 보는 것만으로 그곳을 여행하고 싶게끔 한다. 이 책도 예외는 아니었다. 언젠가 런던 거리의 자그마한 갤러리 앞에서 서성이거나 아담한 카페에서 바비큐 햄버거로 허기를 채우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어느 날엔가 훌쩍 떠나고 싶음을 느끼지만 모든 걸 내팽개치고 떠날 용기와 배짱이 없기 때문에 항상 다른 사람의 여행기로 그 아쉬움을 대신한다. 사진과 글이 거의 반반이라서 더욱 흥미롭게 읽은 '데이즈 인 런던'은 크게 갤러리와 북샵, 마켓과 카페 그리고 패션과 쇼핑으로 나누어져 있다. 내 관심 분야인 그림과 음식에 관련한 사진은 하나의 작품으로 여겨졌고, 갤러리와 카페 이야기는 지루할 틈 없이 읽었다. 관심 영역은 아니지만 구경하는 것만으로 즐거운 쇼핑과 패션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런던, 언젠가 한 번쯤 가보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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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메르 VS. 베르메르
우광훈 지음 / 민음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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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았을 때는 외국 작가의 소설인 줄 알았다. 네덜란드 정부가 렘브란트의 작품 보다도 더 아낀다는 베르메르의 '진주 귀고리 소녀'를 소재로한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소설이나 댄 브라운의 '다 빈치 코드'를 생각하며 '베르메르 vs. 베르메르' 역시 외국 소설이겠구나 했다. 국내 작가임을 확인하고 슬며시 놀랐다. 오래전 도서관 책꽂이에서 꺼내보았던 적이 있는 소설집 '유쾌한 바나나 씨의 하루'의 저자 우광훈의 장편소설인 것에 말이다. 

유명 화가의 작품을 소재로 한 이야기는 정말 흥미진진하다. 책장을 넘기자마자 내가 좋아하는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작품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다. 미술 기법이라든지 용어를 알지 못하지만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을 좋아한다. 책에 실린 여섯 작품 역시 천천히 훑어보았다. 언제 보아도 감탄이 절로 난다. 책을 접하고 가장 먼저 궁금했던 게 '왜 제목에 베르메르가 두 번 들어갈까' 였는데 책을 읽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알 수 있었다.

이야기 속의 이야기다. 베르메르의 이야기라기 보다 위작 화가이며 화상(畵商)인 가브리엘의 이야기다. 이야기가 시작되고 제1부 각 장의 마지막 부분이 의미심장했다. '가브리엘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의 시간이 바로 자신의 코앞까지 다가온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 과오에 대해 과연 나는 면죄부를 받을 수 있을까?' 제2부, 4부에서는 가브리엘의 옛 시절부터 연도 순으로 이야기하고 있고, 3부에서는 1부에 이어 '최후의 심판' 전의 이야기까지 하고 있다. 부가 바뀔 때마다 앞 이야기에 이은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여 속도를 늦추지 않고 눈을 굴렸다. 읽으면 읽을수록 책에 빠져드는 내 모습이 오랜만이었다.  

책을 덮으면서도 이 이야기가 실재인지 허구인지 분간이 안 갔다. 네덜란드의 전설적인 명화 위조범 '반 메헤렌'을 모델로 하여 책의 주인공 '가브리엘 이벤스'를 만들어낸 것이었다. 반 메헤렌에 대해 모르고 있었기에 사실을 토대로 한 팩션이라는 점에 놀랐고, '진주 귀고리 소녀'나 '다 빈치 코드'에 맞설 우리 작가의 작품성에 또 한 번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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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언 달러 초콜릿
황경신 지음, 권신아 그림 / 북하우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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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런 책이 좋다. 어릴 적 동화책에서 보았던 꿈꾸는 듯한 느낌의 일러스트와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말투로 조곤조곤 들려주는 이야기. 이 두가지를 갖추고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황경신과 권신아의 이름, 제목을 구성하고 있는 '초콜릿'이란 단어, 그리고 표지 일러스트 까지 마음에 드는 것뿐이었다.

2006년에 읽었던 소설집 '슬프지만 안녕'을 통해 황경신을 처음 알았고 월간 잡지 <PAPER> 역시 그때 알았다. 서점에 갈 때마다 매달 바뀌는 <PAPER>를 훑어보곤 한다. 그렇게 만났고 빠져들게 된 황경신의 글은 내게 마약과도 같다. 그녀의 글에서는 감미로운 멜로디가 들리고 그 때마다 내 가슴은 두근거린다. 글마다 느낌이 있고 아름다움마저 전해지는 듯하다. 오래전에 도서관에서 꺼내 든 권신아 일러스트레이션 'Indigo'를 한 장 한 장 넘기며 아름다운 색감과 그녀만의 표현에 감탄했었다. 그후에 보았던 'Alice'와 '예랑의 키다리 아저씨'도 너무 예쁜 책이었다. '밀리언 달러 초콜릿', 내가 좋아하는 황경신의 글과 권신아의 일러스트가 만났다.  

따뜻한 초콜릿 한 잔을 마시며 달콤한 향과 맛을 음미하며 그렇게 읽고 싶은 책이다. 프롤로그를 읽으며 3년 동안 연애했던 남자친구가 떠올랐다. 그와 진지한 만남이 시작되기 전, 2월 13일에 나와 내 가장 친한 친구와 우리의 5년 선배였던 그와 그의 가장 친한 친구 넷은 함께 시간을 보냈다. 나와 그의 친구, 내 친구와 그는 서로 의남매라고 지칭하고 있었다. 식사도 하고 유원지에서 바이킹도 타고 드라이브도 하고 아직 추운 날씨였지만 마음은 따뜻했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학교 동아리 방에서 밤을 보내고 다음날 역전에서 헤어질 때 나와 내 친구는 서로 의를 맺은 오빠들에게 밸런타인데이 초콜릿을 건냈다. 그리고 한참 후에 알았다. 그는 초콜릿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래도 가끔 내가 좋아하는 초콜릿을 함께 먹어주던 그가 고마웠다.

사랑과 기쁨과 축제, 장미와 스무 살과 유혹, 노래와 영화와 드라마틱한 삶, 청춘과 비밀이란 말들이 행복감에 젖어 웃음 짓게 만든다. 질투와 불행과 상처, 착각과 혼란과 규칙, 가난과 슬픔과 아픔, 실수와 불평과 거짓이란 말들이 심장을 찌르며 눈물 맺히게 한다. 마냥 행복할 것만 같던 시간들이 한순간에 사라지고 서로의 마음을 다치게 하고, 영원히 간직하고 싶었던 추억들은 의미가 불분명해지며 희미한 기억으로 흩어지고 만다. 그런 걸 반복하는 것도 사랑이겠지만 이제는 아픈 사랑은 그만하고 싶다. 따뜻한 계절 봄이 기다려진다. 사랑하고 싶은 계절이다. 뭔가 좋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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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일의 그림동화 1
이우일 지음 / 황금가지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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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일.
노빈손 시리즈를 비롯하여 김영하 이우일의 영화이야기, 현태준 이우일의 도쿄 여행기에서 보았던 그의 그림은 재미있었다. 이우일만의 백과사전이라 할 수 있는 '옥수수빵파랑'은 느낌이 좋은 책이었고, 나 역시 그러한 스타일의 책을 만들고 싶다. 자기계발 우화인 '넥타이를 맨 바퀴'를 읽으면서도 그의 일러스트를 만날 수 있었다. 여러 권의 책을 통해 친근해진 작가였기에 '이우일의 그림동화'라는 제목만 보고 선택했다.

동화(童話)란, 어린이를 위한 이야기다. 하지만 '이우일의 그림동화'는 연소자 독서 불가다.
예전에 일본 작가의 '어른들을 위한 안데르센 동화'를 읽은 적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흔히 알고 있는 어릴 적 읽었던 동화의 내용이 아니었다. 그 안에 숨겨진 것을 다른 의미로 재해석한 이야기였다. 안데르센 동화든 그림형제의 동화든 다른 사람에 의해 재탄생된 이야기가 조금 낯설기는 했지만 재미있었다. 그림형제의 '잔혹동화'를 읽지 않은 사람들은 놀랐을 것이다. 이야기가 잔혹하다거나 너무 길다거나 하는 이유로 우리 어린이들에게 축소, 수정하여 전해진 것이 그림형제의 동화 내용이기 때문이다. 원래 내용을 이우일 작가의 그림과 유머로 표현하여 재미있게 엮었다. 중간중간에 민망한 표현들도 있지만 지루할 때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제목 앞부분에 어른들만 보라는 내용이 추가되어야 하지 않을까. 오랜만에 읽은 만화 겸 동화여서 읽는 동안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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