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본 친구가 좋다 - 한 발 다가서면 한 발 물러서는 일본 사람 엿보기
박종현 지음 / 시공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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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4월말부터 일주일 정도 여유가 생겼다. 계획했던 호주 패키지 여행이 인원 미달로 취소되어 일본을 갈까 제주도를 갈까 고민하다가 혼자서 가기에 아직 용기가 부족한 것 같아 3박 4일 전라도 여행을 다녀왔다. 하지만 '나는 일본 친구가 좋다'를 읽고 나니 혼자 여행해도 괜찮을 듯한 곳이 일본이라고 생각된다. 일본어 공부를 하면서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 되어버린 일본인데 막상 발을 떼기가 쉽지 않다. 한 발 다가가면 한 발 물러서는 일본 사람 엿보기, 스무 살에 일본 여자와 사랑에 빠지며 일본과 첫 인연을 맺었다는 저자 박종현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사람들 앞에서는 간을 빼줄 정도로 친절하고 상냥한 일본인이 혼자일 때는 냉기가 느껴질 정도로 쌀쌀맞고 고독감마저 감돈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타인에게 미움 받는 것을 무서워하고 싫어하기 때문이란다. 대인 관계의 긴장감이 주는 스트레스 때문에 많은 일본인들이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니 무서울 정도이다. 일본인들은 차를 마실 때뿐만 아니라 식사를 하거나 술을 마실 때도 혼자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라면 주위의 시선이 신경쓰일 것이 분명하지 않을까. 이런 점에서 일본 여행을 혼자 해도 특별히 불편한 점은 없을 것 같다. 혼자서 길을 걸어도 혼자 식당에서 밥을 먹어도 이상한 눈으로 흘끗거리는 사람은 없을테니 말이다.   

허물없이 친하게 지내는 한국 친구와 달리 서로에게 일정한 거리를 두며 관계를 유지하는 일본 친구. 그것이 일본 사회에서 '친구 사귀기'의 기본이라지만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든다. 친구의 형제와 부모님도 마치 내 가족같이 대하는 문화가 훨씬 보기 좋지 않은가. 이번 전라도 여행에서는 고등학교 친구 집에서 두 언니와 이야기도 나누고 남동생과 맥주 한 잔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중학교 친구 집에서는 어머니께서 차려주신 맛있는 밥을 먹으며 옛날 이야기와 여행 이야기도 해드렸다. 이렇듯 살갑게 대하는 우리 문화야말로 정겹고도 따뜻하지 않은가 생각해본다.  

냄새강박증의 나라 일본, 회의를 좋아하는 일본인, 겸손을 넘어 걱정이 팔자인 그들, 자신감 없는 일본인들의 성격을 커버해 줄 수 있는 '명품', 야구를 보며 눈물을 흘린다는 일본인 등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5장 그들만의 스타일 엿보기에서 음식이나 동네 책방, 거리나 산책로 부분이 재미있었다. 각 장의 뒷부분 '도쿄 스케치'에서 소개해주는 맛집도 일본을 여행하게 되면 꼭 가보고 싶다. 일본 사람은 물론이고 그들의 문화에도 한 발짝 가까이 접근할 수 있어서 책을 읽는 동안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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