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두 사람이 있었다 - 그리고 다시 한 사람...
김종선 지음 / 해냄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책이 너무 예뻐서 제목이 마음에 와닿아서 읽고 싶었다. 그냥 사랑 이야기인 줄 알았다. 가볍게 읽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너무 아팠다. 내가 겪었던 아픔이 군데군데 묻어났다. 대학 시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이별했던 기억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하지만 아프기만 한 것은 아니다. 따뜻하게 보듬어 주는 느낌과 함께 새로운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영원할 것만 같던 사랑과 이별했을 때는 정말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아니, 시간이 그대로 멈추었으면, 이대로 생이 끝나버렸으면, 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했었다. 오랜 시간 동안 만나면서 정도 많이 들었지만 다투기도 많이 다투었다. 장난으로 결혼하자는 말도 했었지만 크게 싸우고 나서는 한 번만 더 싸우면 헤어지자고도 했었다. 3년을 만나고 헤어졌을 때 한동안은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그동안의 일들이 하나둘씩 선명하게 떠올랐고 길었던 시간이 아깝고 분하기도 했다. 이별했지만 이별할 때의 그의 눈빛은 악하지 않았다. 그의 마음도 아팠을 거라고 생각한다. 헤어지고서 사귀었던 시간만큼 흐른 지금까지 한번도 마주치지 않은 게 신기할 뿐이다. 같은 동아리였는데 소식조차 들리지 않는다. 소개팅을 할 때마다 그와 비교를 하게 된다. 아직까지도 잊지 못하고 있는 건지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문득 떠오를 때가 있다.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이별을 해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내용이다. 저마다 사연은 다르지만 아픔은 매한가지일테니. 글을 읽으면서 눈물이 흐르지는 않았다. 울음을 꾹 참았을 때처럼 머리가 멍하게 아파왔다. 그런데도 쉬지 않고 읽어내려갔다. 잠시 책을 덮는다면 이별의 아픔을 또 한번 펼쳐야 할 테니까.
파스텔 톤의 일러스트가 예쁘다. 동화책을 보는 느낌이다.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느낌인데 머리로 울어서 마음은 아팠다. 그와 함께 갔던 식당이나 극장, 공원에는 갈 수가 없었고, 휴대폰에서 그의 이름을 지웠는데 머릿속에는 그의 번호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가 항상 데려다주던 집 앞까지 혼자 걸어올 때는 외로웠고, 길을 가다 그와 뒷모습이 비슷한 사람을 보면 깜짝 놀랐다. 여러 사람들이 경험했을 법한 이야기들이 가득해서 더욱 슬프고 아팠다. 지내면서 울고 싶을 때 다시 꺼내볼 것 같은 책이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사랑을 찾아 나설 용기를 얻었다. 옛 사랑에 얽매여있던 끈이 그동안은 느슨해진 상태였다면 이제는 그 끈을 풀어버릴 차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