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는 과학이다
스기타 도시로 지음, 명성현 옮김 / 지상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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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목과 표지가 책을 읽고 싶게 했다. 여자들을 위한 연애교과서라니. 대학 졸업할 때까지 한번도 해보지 않은 소개팅을 직장 선배들 덕분에 해보았다. 학교 다닐 때의 연애경험도 떠오르고 뭔가 재밌는 이야기가 들어있을 것 같아서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제목에 '과학'이 포함되었고 저자는 일본인 의학박사이다. 어쩐지 지루하겠단 생각도 했지만 목차만 훑어보아도 흥미로운 문구가 가득했다.  

내용은 암기-준비-시작-실행-완성편으로 나뉘어 있다. 여느 교과서에 걸맞은 구성이다. 수업을 받는 듯한 느낌과 함께 읽어나갔다. 암기편은 학교 강의를 듣는 기분이었고 내용도 조금 따분했다. 시작편과 실행편에서는 공감되는 부분도 있었고 이 말이 진짜일까 의심이 생기기도 했다. 사람을 소개받고 관계를 유지하면서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얼굴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연애 할 때는 꼭 그럴 필요는 없을 수도 있겠지만. 데이트는 오후 7시 이후가 좋다는 말에 동감할 수 없다. 소개팅남과 주말에 만날 수 없다는 이유로 일주일에 한번씩 평일에 8-9시쯤 세번을 만났다. 그 시간에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늦은 저녁식사 겸 음주를 했다. 주말 오후 3-5시에 만나보지 않아서 그랬는지 몰라도 세번의 만남으로 호감을 가질 수 없었고, 관계를 유지하고 싶단 생각도 들지 않았다. 데이트에서 식사가 중요하다거나 장소가 사람 마음을 흔든다는 내용에 공감했고, 데이트 할 때는 눈을 크게 뜨지 말라는 부분이 재미있었다. 

책 전체 중 여섯 페이지에 나오는 표와 그림은 바랜 듯한 색 탓인지 흥미를 끌지 못했다. 전체적으로 높은 점수를 줄 수는 없지만 연애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한번쯤 가볍게 읽어보기에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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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 상
차오원쉬엔 지음, 김지연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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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오원쉬엔의 작품이라면 학교 다닐 적에 <빨간 기와>, <까만 기와>를 읽었을 뿐이다. 작가의 사춘기 시절을 회상하며 썼다는데 꼭 우리네 옛 시절 이야기를 읽는 듯했다. 그래서일까. 이제 차오원쉬엔이라면 친근한 중국 작가로 여겨진다. 

파스텔톤의 은은한 느낌이 좋다. 겉표지의 가느다란 하양 선이 빗줄기를 표현한 것일까. 비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 적이 없는 것 같다. 비 오는 날, 먹구름, 홍수, 우산 등 비와 관련된 것은 어느 것 하나 좋은 이미지를 떠올릴 수가 없다. 그런 내가 '비'라는 제목의 두 권짜리 소설을 읽었다.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비가 내린다. 잠시 멈춘 듯하여 공기라도 한 모금 마실라치면 또다시 비를 뿌린다. 하지만 내용이 지루하지 않고 비에 젖어 눅눅하다는 느낌은 없다. 한 장(章)을 읽으면 다음 장에 어떤 이야기가 이어질지 기대된다. 

유마지(油麻地) 사람들의 이야기다. 아니, 유마지로 흘러들어와서 결국 유마지를 위해 살다가 죽어서도 유마지를 잊지 못하는 두원조의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다. 그의 어린시절부터 예순이 넘어서까지의 일대기라고도 할 수 있다. 책을 읽는 동안 마치 영화 한 편을 보는 듯했다. 책장(冊張)을 넘길 때마다 머릿속에 영상이 흘렀다. 비록 날씨는 맑지 않지만 포근하고 아름다운, 사랑과 우정과 질투가 뒤섞인 끊임없이 얽히고설킨 이야기.

많은 사람이 나오지만 다른 소설보다 등장인물에 대해 더 쉽게 기억하고 있었던 이유가 그들의 성격이나 모습이 잘 묘사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배경이나 상황 설명은 자세하게, 인물 묘사는 세밀하게 되어 있다. 2권을 펼치면 유마지에 농사를 지으러 젊은이들이 오고 그 중 애융이라는 여자 아이의 이야기가 계속 나온다. 뜬금없다 생각했는데 이야기의 전환점이라 볼 수 있겠다. 인상깊었던 건 장님 범 씨의 노래부르는 장면이다. 노래 가사가 바로 다음에 일어날 일을 예견하는 듯하다. 소설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야기에 빈틈이 없다. 앞뒤 내용의 연결고리가 매끄럽고 자연스럽다. 역시 다른 외국소설과 다르게 친근하고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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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개 1
김별아 지음 / 문이당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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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유난히 국사 과목을 어려워했다. 역사 관련 이야기만 나와도 머리가 아팠다. 본격적으로 독서를 하면서 좋아하게 된 장르 중 하나가 역사소설이다. 아이러니하지만 역사적 사실이 바탕이 되어 소설화되는 이야기들은 읽을수록 빠져든다.

겉표지가 무척 고급스럽다. 단아한 여인네의 한복 입은 자태가 눈에 아른거린다. 갑술년, 갑술월, 갑술일, 갑술시에 태어나 사주 전체가 갑술이니, 아버지 주달문은 딸의 이름을 논개(論介)라 짓는다. 논개에 대해 알고 있던 사실은 일본군을 끌어안고 강으로 투신했다는 정도였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글솜씨에 감탄했다. 소설을 쓰기 위해 참고했다는 자료가 엄청나다. 물론 다른 작가들도 역사소설을 구상하기 전에 그러하겠지만 대단하게만 보인다. 60세가 넘는 고령의 소설가들에 비해 젊은층이지만 저자가 쓴 문체는 감칠맛 난다. 등장인물들의 말투나 옛시절에 사용하던 말들이 그랬다. 읽는 동안 이게 맞는 말인지 이러한 말들이 지금도 쓰이는지 궁금했던 것도 많다. 역사소설을 쓰려면 대체 얼마나 공부해야 할까.

책을 펼치면 '논개'라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부터 상영된다. 2권을 덮으며 다시 1권을 펼쳤다. 고단하고 애달픈 짧은 생애를 보낸 스무살 논개의 마지막 모습을 아름답게 그리고 있다. 날아오르듯,으로 끝나고 날아올라,로 시작된다. 마치 두 권의 책에 끊김이 없는 듯하다. 빠른 템포로 진행되지는 않는다. 여느 역사소설처럼 긴장감이 있는 건 아니지만 지루하지 않고 뒷이야기가 기다려진다. 올차고 도랑도랑한 여섯 살 꼬마의 모습과  굵고 거친 손가락에 반지 다섯 개를 낀 스무살 여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녀는 젊다. 젊음은 봄처럼 새롭고 새벽처럼 활기차며 꽃처럼 도발적인 것이다. 그것은 삶, 그 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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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7-08-01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집 아이도 사회나 역사를 싫어하네요.(나 닮은듯)
많은 책들을 읽다가 님처럼 곧 좋아하길 바라게 되네요..
 
도쿄밴드왜건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4
쇼지 유키야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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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대가족으로 살아 보고 싶다. 한집에 어르신들부터 아이들까지 북적이며 산다면 얼마나 즐거울까. 물론 힘들고 불편한 점도 있겠지만 재미있는 일이 더 많을 것 같다. '도쿄밴드왜건'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4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의 이야기이고, 그 가족이 운영하는 헌책방 주변이 소설의 배경이기 때문이다. 헌책방에 딱 한번 가보았는데 오래된 책들에 둘러싸여 있을 때의 기분은 왠지 들떠 있었다. 

등장인물 소개 페이지가 있는 책- 꽤 오랜만이다. 장편 추리소설에서나 볼 수 있었는데.
역시 대가족이라 인물 소개가 필요할 것이다. 게다가 이야기가 시작되면서 식구들을 한 명씩 소개해주는 분이 계시다. 바로 홋타 사치 할머니. 세상을 떠나셨지만 집에 머물며 가족들을 지켜보고 있다. 할머니의 눈으로 보고 할머니의 입으로 이야기를 한다. 어릴 적 잠자리에 누워 할머니께서 들려주시던 옛날 이야기를 경청하는 기분이었다. 책을 덮을 때까지 사치 할머니의 편안한 음성이 귓가를 맴돈다.

도쿄 변두리의 낡은 건물에 오순도순 모여 사는 홋타 가. 가게 벽 여기저기에서 가훈을 여러 개 볼 수 있다. 많은 가훈들 중에 '식사는 가족이 모두 모여 왁자지껄 먹는다'가 눈에 띄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족 구성원 모두가 가급적 가훈을 지키려고 한다는 것이다. 
앞부분을 읽으면서는 등장인물들이 헷갈려 인물 소개 부분을 몇 번이나 넘겨보았다. 4대가 모여 사니 그들의 성격 또한 제각각이다. 기억에 남는 인물은 가나토와 미스즈. 전설의 로커 가나토는 예순의 나이에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닌다. 가나토가 추구하는 것은 러브다. 러브의 형태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각자 자기 나름의 러브를 책임진다. 미스즈가 홋타 가에 찾아온 계기는 좀 복잡하지만 결국 아오와 결혼하기 위해서라고 해도 괜찮을 것이다. 이야기는 사계절로 나뉘어 많은 사건들이 터지고 해결되며 진행된다. 미스즈의 정체가 밝혀지고 가나토가 밖에서 낳아 온 아들 아오의 어머니가 등장하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일본 여행을 하다가 겉표지의 그림같이 헌책방과 작은 카페가 나란히 있는 멋진 집을 발견한다면 나도 모르게 발을 들여놓지 않을까. 그곳이 어쩌면 도쿄밴드왜건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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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 나를 위한 변화 에너지
존 고든 지음, 전제아 옮김 / 바이탈북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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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熱情), 어떤 일에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열중하는 마음.
이 단어가 참 좋다. 열정적이라는 말이 최고의 칭찬이 아닐까.
한때 취업을 앞두고 진지하게 고민을 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내 열정을 쏟아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관심도는 조금 낮더라도 열정지수가 높다면 성공 확률 또한 높아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 하는 일이 육체적으로 힘들기는 하지만 일하면서 느끼는 보람과 자부심만큼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 피곤함을 감추어 줄 내 안의 열정을 모두 꺼내고 싶다. 혼잣말처럼 나에게도 열정이 있다고 소리쳐 보지만 결국 겉으로 내보이는 부분은 눈에 띄지 않는다.

변화. 나를 변화시켜야 한다.
내 인생의 첫 변화는 중 2 때였다. 학급에서도 조용하기만 했던 소심한 아이가 180도 성격 전환을 이룬 셈이다. 그 시절이 좋았다. 세상 물정에 더럽히지 않고 순수하게 예뻐보이던 때. 그 변화가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50% 이상이 아닐까. 또다시 변화할 때가 왔다. 일을 시작했으며 30대가 되기 전의 내 모습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이제 어떤 모습을 원하는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그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는 듯하다. 다만, 열정 혹은 용기가 조금 부족할 뿐이다.

열정 에너지 지수 평가 항목을 훑어 보며 열정이라는 말이 여러 가지를 포함하고 있구나 생각했다. 어쨌든 좋은 말들은 모두 들어 있다. 이해심과 동정심, 호의, 청취 등 타인을 배려한다는 의미가 포함된 항목에서는 높은 점수를 얻었지만 신체 에너지와 수분 섭취, 운동 등 자기 관리 항목은 빈도가 낮았다. 신체 에너지가 낮아짐에 따라 긍정 에너지나 정신력, 의욕까지 저하될 확률이 높을텐데 말이다. 역시 건강이 최우선이다.

스스로 언제, 무엇을 할 때 에너지를 느끼는지 파악부터 해야겠다. 원하는 것의 목록을 작성하고 좋은 습관을 들이자. 피로하면 짧게나마 휴식해라. 에너지는 들이마시고 걱정은 내뱉어라. 걷기는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한다. 본래 걱정을 많이 하는 편이었다. 별 것 아닌 일에도 신경쓰이곤 했다. 하는 일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일이지만 주위 동료들이 말하길 스트레스를 맞받아치란다. 마음으로 받아들여 속태우지 말고 그냥 흘러보내란 소리다. 그렇게 한 후로는 속이 편해졌다. 지금 당장 운동을 시작하자고 마음먹어도 하루 이틀 미루기만 할 뿐이다. 다행인 건 한정된 장소지만 걷는 시간이 많다. 일과 연계되어 운동이라 할 수는 없지만 한가하게 걷는 시간만큼은 여유롭다. 저자가 들려주는 좋은 이야기들이 많다. 결국 내가 원하는 일을 하면서 현재를 즐기고 삶을 사랑하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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