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에도 쇼핑몰에도 없는 것 - 뚱뚱하고 가난하고 외로운 나와 이별하는 50가지 비결
빅토리아 모란 지음, 윤정숙 옮김 / 아고라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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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뚱뚱하고 가난하고 외로운 나와 이별하는 50가지 비결'이라니, 눈길 가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특히 여자라면 위 세 가지 중 적어도 하나는 자신과 관련된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나 또한 그랬다. 일 시작하고 1년 6개월 동안 거의 5kg 늘었고, 일정하지 않은 월급은 연초에 계획했던대로 매달 오르기는커녕 급하락 중이고, 3년 사귀었던 남자친구와 헤어진지 3년 이상이 지났는데도 곁을 지켜주는 소중한 사람이 없는 상태다. 표지만 보고도 내가 읽어야 할 책이구나 생각했다. 

하는 일의 특성상 식사가 불규칙적이다. 아침은 꼭 챙겨먹는 편이지만 사무실에 출근하는 날은 점심을 먹는 둥 마는 둥 아니면 짧은 시간에 급하게 먹는다. 저녁은 제 시간에 못먹고 집에 가서 9시 넘은 시간에 고픈 배를 움켜쥐고 과식을 하기도 한다. 회식이라도 하는 날이면 동료들이 모두 모인 10시나 되어서야 술자리가 시작된다. 일 시작하고 처음에는 간식거리에 늦은 시간에 먹는 음식에 몸무게가 늘었다. 1년이 지나고 안 되겠다싶어서 너무 늦게는 먹지 말자고 다짐했다. 꾸준히 노력하기는 어렵지만 되도록이면 지키려고 한다. 한달 동안 독하게 마음먹고 저녁을 안 먹은 적이 있다. 술도 마시지 않았더니 예전 체중까지는 아니지만 많이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한달 동안 노력한 게 하루 술 마셨다고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을 보고 기운이 빠졌다. 무슨 일을 하든지 굳은 의지가 관건이다.   

어릴 때부터 소비 습관은 좋았다고 자부한다. 쓸데없는 곳에 돈 쓰지 않고 꼭 써야할 곳에 쓴다. 하지만 친구들과의 모임이나 영화를 본다거나 여행을 할 때에는 고민하지 않는다. 옷이나 액세서리에는 거의 지출하지 않는다. 스스로도 보통의 여자들과는 다르다고 느낀다. 내가 하는 일이 일 하는 만큼 돈을 번다. 그래서 매달 수입이 일정하지가 않다. 그래도 어느 정도 버는 편이었는데 근래 세 달 정도의 수입이 변변치가 않다. 매달 정기적금이며 청약저축, 장기주택마련저축, 적립식 펀드 등 일정한 금액이 빠져나가는데 월급은 줄고 있으니 답답한 마음이 들 때도 있지만 아직 젊다는 생각에 패기로 버티고 있다. 지금까지도 내 인생에 돈이 중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많이 벌면 좋겠지만 아직은 조금의 시간적 여유를 부리며 즐거운 생활을 하고 싶다. 

일을 시작하고 1년간 세 번의 소개팅을 했다. 그 중에 두 명은 꽤 좋은 직업에 돈 잘 버는 사람이었다. 괜찮은 사람들이었지만 내 마음에 들지 않은 걸 보니 나한테뿐만 아니라 남자를 만날 때도 돈이 중요한 건 아닌가 보다. 결혼을 심각하게 생각했다면 바뀌었을까.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내 생활을 하나 둘 떠올리며 읽다보니 공감되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하다. 지금 당장 스스로를 멋지다고 생각하고, 좋은 음식으로 몸을 챙기자. 신용카드보다는 현금을 쓰고, 10퍼센트는 이웃을 위해 10퍼센트는 나를 위해 쓰자. 지금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하며 자신부터 사랑하라. 꿈을 가지고 두려움과 싸우며 내면의 빛을 밝혀 내가 꿈꾸는 삶을 살자. 좋은 말들이지만 여느 책에서 읽었던 내용들이 반복된다. 책을 덮으며 '뚱뚱하고 가난하고 외롭다'는 생각은 조금 없어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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