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라도 즐거운 도쿄 싱글 식탁 - 도쿄 싱글 여행자를 위한 소박한 한 끼
김신회 지음 / 넥서스BOOKS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난 여행 냄새가 나는 사진이 좋다. 이국적인 풍경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 속이 시원해진다. 맛있는 음식이 가득하다면 행복해진다. 친구와 그리스 여행을 할 때에도 갖가지 음식 맛보기를 기본으로 계획했었다. 찜통더위로 인해 음료와 아이스크림만 잔뜩 먹고 왔지만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여행 이야기와 음식 이야기를 함께 들려준다니 이렇게 좋은 책이 어디 있을까 싶었다. 

저자는 도쿄를 좋아한다. 혼자 하는 여행을 즐긴다. 맛있는 것 먹는 것이 취미다. 하지만 길치다. 나는 일본을 좋아한다. 한번도 가본 적은 없지만 가게 된다면 도쿄에 가장 먼저 들르고 싶다. 친구나 친척이 있는 곳으로 혼자 여행해보기는 했지만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으로 혼자 여행해본 적은 없다. 하지만 혼자 하는 여행도 꽤 즐거웠다. 맛있는 것 먹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배낭여행 중에 지도 하나 들고 골목길을 누비며 다니는 것은 정말 즐거웠다. 가끔씩 길치일 때도 있다. 저자와 내가 좋아하는 게 비슷하다는 것만으로 기대가 되었다. 

한번 훑어본 책은 예뻤다. 프롤로그와 메뉴 페이지의 색상이 예뻤고, 메뉴의 깔끔한 형식도 마음에 들었다. 각 장을 시작하는 사진의 느낌이 좋았다. 반짝반짝 윤이 나는 엎어진 그릇들, 초록빛깔 채소 사이의 바구니에 담긴 완두콩, 붉은색의 탐스러운 토마토, 쪄 먹고 싶은 동글동글 감자 등. 여행 중에 찍었을 여러 장의 사진을 한 페이지에 편집한 게 예뻤다. 비슷한 색상의 사진들을 모았던 것도 그렇고 하나하나가 작품 같았다. 현지인들이 보면 일상의 한 부분이고 별 것 아닌 것처럼 생각하겠지만 내게는 외지(外地)의 모습이라서 그런지 보는 것만으로도 색다르고 멋있었다. 자그마한 음식 사진들은 군침이 돌 만큼 맛깔스러워 보였다.

도쿄 싱글 여행자를 위한 소박한 한 끼를 소개해주고 있다. 일식을 좋아하는 내게 이 책은 보물상자다. 우리나라 모듬회덮밥 정도인 '치라시즈시', 소고기덮밥 '규동', 튀김덮밥 '텐동'을 먹고 나면 속이 든든할 것이다. 도심 정원에서 따뜻한 모닝 수프 한 그릇을 먹거나 공원 벤치에 앉아 유부초밥 '오이나리즈시'를 맛보고 싶다. 술 한잔 후에 뜨끈한 국물과 다양한 해산물을 함께 먹을 수 있는 '오챠즈케'는 어떨까.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야끼소바'를, 정육점 튀김코너에서 '(다진 고기를 뭉쳐 튀긴) 멘치카츠'나 고로케를, 시원한 바람이 부는 잔디밭에 앉아 주먹밥 '오니기리'를 먹고 싶다. 한 입 떠먹는 즉시 얼얼한 매운맛에 놀란다는 일본 카레, 잘게 썬 유부가 들어가는 '키츠네소바', 여러 종류의 라멘과 카레우동, 일본인이 좋아한다는 '멘타이코(명란) 스파게티' 그리고 맥주와 함께 '타코야끼'를 먹는다면 행복할텐데......    

길지 않은 내용이지만 저자의 여행 추억과 함께 맛있는 음식과 식당 정보를 알 수 있어서 좋았다. 각 장의 뒷부분에 소개된 디저트나 간식, 소박한 도쿄나들이도 볼 만하다. 책 한 권을 통틀어 불필요한 부분 없이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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