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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he Road -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
박준 글.사진 / 넥서스BOOKS / 200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2005년 6월 30일.
아무도 없는 집에서 마지막으로 배낭을 점검했다.
배웅해주는 사람 없이 문을 잠그고 나오는데 괜히 울컥한다.
마을버스를 타고 리무진을 타고.
공항에 도착해 함께 여행할 친구를 만나고.
출국심사대를 지나고 비행기에 탔을 때.
그제서야 비로소 긴장하기 시작했다.
특별한 이유 없이 여행지를 정하고
부모님과 상의 없이 항공권을 예매하고
그리고 짧은 시간 동안에 여행서적들을 읽으며 계획을 세웠다.
여행하는 동안보다 여행 준비하는 기간이 더 즐거웠다.
난 그랬었다.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장기여행자들은 아주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들은 걱정하지 않는다.
여행을 하고 싶어 다니던 학교를, 회사를, 그만두는 사람들.
여행을 하고 싶어 열심히 돈을 모으는 사람들.
일하고 돈을 모아 여행하다 돈이 떨어지면 돌아가 다시 일하고 여행하는 사람들을 보며
그럴 바에야 여행지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게 낫다는 그리스 청년.
그들이 여행 중에 보이는 여유로운 모습이 마냥 부럽다.
아직 고등학생인 아들 딸에게 여행을 권하는 부모는 정말 멋져 보였다.
혼자서도 아무런 위험 없이 여행할 수 있다고
낯선 세계에 온몸을 던져 놓는 일은 흥미진진하다고
여행을 시작하기도 전에 여행 후 내가 어떻게 달라질까를 걱정하는 건 너무 조급하다고
이 책은 말한다.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당장에라도 그만두고 여행을 떠나고 싶게 만든다.
인터넷에서 서평을 읽고 혹은 서점에서 책을 훑어보고
내가 읽고 싶은 도서 목록에 책의 제목을 추가했듯이
이 책을 덮은 후, 내가 가고 싶은 여행지 목록에 카오산 로드가 추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