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재수해도 괜찮아
텃밭 지음 / BCM미디어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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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텃밭이라 불리는 저자에게 호감이 간다. 쓰지 않는 물건이라도 잘 버리지 못한다는 단지 그 이유 하나만으로 텃밭에게 친근함이 느껴진다. 나도 그렇다. 몇 년째 쳐다보지도 않는 물건들을, 버려도 그만인 물건들을 한 해 한 해 보관하고 있다. 박하사탕도 못 먹는, 여름을 정말 싫어하는 그녀는 누구일까?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예쁘지도 멋있지도 않다. 가슴이 두근거리지도 않지만 흔하게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로 인해 어릴 적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꾸미지도 않고 털털한 모습의 텃밭, 그녀는 정말 누구일까? 내 이야기를 들어 주는 가장 가까운 사람 중의 하나일 뿐인가.

사랑에 빠지고, 사랑에 목말라하고, 결국 사랑에 아파하는 그 과정이 너무 안쓰럽다. 미호와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몇년 전의 일이지만 벌써 어릴 적 자그마한 추억일 뿐이라고 스스로 달래고 있다. 용감하게 사랑에 도전하고, 다시 헤어짐을 준비하고, 마침내 길을 떠나는 지유의 모습에서 따뜻함이 묻어난다. 사랑이 뭐라고 이렇게 뜻대로 하기가 힘든걸까. 누군가를 만나고 서로에게 다가가고 알아가는 과정이 항상 기쁘지만은 않은가보다.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 그렇게 아플 수도 있고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할 수도 있겠지만 사랑이 없다면 삶이 많이 외롭고 허전할 것이다. 아픔을 겪어보아야 더 성숙해진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참고 견디는 과정 또한 사랑의 밑거름이 될테니까.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사랑때문에 아파하는 일이 조금씩 줄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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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한의사 최승의 내손으로 보약 만들기
최승 지음 / 전나무숲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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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약이라고 하면 한약과 관련지어 쓴 맛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책의 샛노란 표지와 한의사 최승의 밝은 미소를 본다면 쓴 맛은 잊혀지지 않을까. 엄마께서 먼저 책을 보시더니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좋은 책이라고 칭찬하신다.

요즘에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건강에 관심이 많다. 몸에 좋은 것이라면 가리지 않고 먹을 정도다. 운동이나 음식만이 건강을 지키는 요소라고 하기엔 부족하다. 아마도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첫째 요소가 아닐까. 마음이 편안한 상태에서 마시는 보약 한 컵이라면 정신뿐 아니라 체력까지도 건강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흔히 알고 있던 한약에 관한 잘못된 상식을 바로 잡아 주고, 한약재 구입요령이라든지 한약재의 종류에 따른 효능과 고르는 법을 가르쳐주며 1부를 장식한다. 2부에서는 무려 50가지의 보약 만드는 법을 소개한다. 한 컵의 보약과 그릇에 담긴 약재의 사진은 단아하면서 고풍스럽기까지 하다. 약재 달이는 법에서부터 먹는 방법과 주의할 점을 읽고 있으면 저자의 꼼꼼함과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한방수첩의 짤막한 내용들도 따로 정리하여 보관하고 싶을 만큼 값지다. 계절별, 증상별, 연령별로 나뉘어진 구성이 마음에 든다. 온 가족의 건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3부에서는 평소에 마시고 있는 차가 어디에 좋은지 또다른 한방차를 어떻게 먹으면 좋은지 자세하게 설명한다.  

그동안 많은 책을 읽어보았고 소장하고 있는 책도 많지만 이 책만큼 실용적인 책은 없었던 것 같다. 단순히 책을 한번 읽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보약을 직접 만들어 마셔보며 효과를 느끼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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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아카데미 - 행복한 연애로 향하는 10개의 계단
홀거 쉴라게터.파트릭 한츠 지음, 송소민 옮김 / 21세기북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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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자줏빛 하트가 매혹적이고, L-o-v-e란 철자가 괜히 쑥스럽다. 각 학기별로 나뉘어진 편집 구성은 깔끔해서 읽는 동안 지루하지 않았다. 러브 아카데미의 따뜻한 강의실에 앉아 교재 한 권을 앞에 두고 강의를 듣는 느낌이었다. 본격적으로 사랑학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전에 내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 진짜 내 꿈은 무엇인지.

현실에서 멀리 벗어나지 않고서도 내 삶의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실현할 수 있다.

내 자신을 성찰하고나서야 비로소 '관계'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연인이라는 사이를 떠나서 다른 사람들과 관계 맺는 것을 좋아한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좋아하게 되고 꾸준히 연락하고 싶은 사이가 되는 것. 서로 다른 사람들을 만나 여러 세상을 접해보는 것. 난 그런 것을 좋아한다. 마지막으로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고 가슴 두근거림을 느낀 것이 언제인지 기억하지 못한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단단히 묶여서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다. 책을 읽으면서 몇 년 전 행복했던 때를 떠올리게 되었다. 당시에는 나와 상대방 이외의 것에 눈 돌릴 새도 없이 마냥 즐겁고 행복했다. 현재로서는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느껴본 사랑이었으며, 여러 가지의 사랑을 접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제7 학기- 연인관계의 30가지 유형을 확인했을 때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각 유형에 대한 예시며 '한계'와 '기회' 정리는 한 편의 보고서를 보는 듯했다. 또한 관계를 어렵게 만드는 걸림돌은 주변의 많은 커플들이 왜 다투고 헤어지는지, 연인(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세계 어느 나라든 연인의 모습은 대부분 비슷한 모양이다.

사랑에 관한 이론적인 부분을 이렇게 자세히 배울 줄이야. 그 누구도 일부러 시간 내어 가르쳐주지 않을 강의를 몇 시간만에 들은 셈이다. 이로써 앞으로 사랑을 할 때에 조금더 조심스럽고 조금더 치밀해질 수 있지 않을까. 러브 박사님과 두 분의 강사님께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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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희망에 기대고 싶다 - 오요나의 디지털 감성 포토 에세이
오요나 지음 / 무한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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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표지의 연둣빛과 속표지의 개나리색이 상큼하다.

사진과 함께한 저자의 짤막한 생각이나 경험이며 표현이 친근하고 구수하다.

숨가쁘게 달려가는 사람들이 잠시나마 쉬어갈 수 있도록 맑은 옹달샘을 만든다.

상처 관계 여행 사랑 추억 엄마에 대한 정의는 내 마음에도 와닿는다.

일상의 사진이든 여행 중 찍었을 사진이든 거리의 풍경이며 아기자기한 소품들,

화려하지 않은 소박한 것들이 아름답게만 보인다.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하거나 반복되는 하루가 숨막히고 고단할 때

잠깐 휴식을 취하며 넘겨본다면 조금이나마 여유로워지지 않을까.

 

사진 하나하나의 느낌이 너무 좋다.

사진과 짧은 글의 조화가 잘 어우러진 이 책을 나는 저자만의 희망 사전이라고 명명하고 싶다.

몇 년 전 만든 나만의 백과사전이 떠오른다.

단어들을 추려내어 경험담을 끄적이거나 혼자만의 정의를 내려 얇은 책을 만들었다.

언젠가 사진을 곁들이고 글을 좀더 다듬어 멋진 작품으로 재탄생시킬 생각이다. 

내게는 희망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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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사키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밝은세상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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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보면 표지는 무척이나 경쾌해 보인다. 파란 하늘에 빨랫줄의 밝은 색상이 마음을 가볍게 하지만 그 위로 드리운 그림자와 한쪽 구석의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남자가 보이는가? 도대체 어떤 이야기일까?

내가 읽은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은 그의 첫 장편소설인 '퍼레이드'와 '일요일들'이 전부다. 한 아파트에서 동거하는 다섯 남녀의 이야기 '퍼레이드'는 현대사회의 모습과 젊은이들의 심리를 경쾌하게 나타내었다. '일요일들'에서도 다섯 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아픔과 상처가 있는 그들의 불안정한 일상을 그리고 있다. 두 소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 주고 감동의 여운을 남기며 끝맺는다. 작가의 냉소적인 문체가 돋보이면서 책읽기에 부담이 없어서 좋았다. '나가사키' 또한 평범한 주인공이 등장하고 인물의 심리 묘사가 세밀하다.

이 책의 제목이자 일본 지명인 나가사키에 대한 설명이나 묘사는 거의 없다. 단지 나가사키 지역에서 번창한 야쿠자 가문인 미무라 가의 이야기를 그려낼 뿐이다. 북적거리지만 난잡하지 않고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그 모습이 정겹기만 하다. 대가족의 일상과 사내들의 모습, šœ의 성장과정이 간결한 문장 속에 녹아있다. 결국엔 모두 떠나가고 미무라 가는 화재 사건으로 사라지게 된다. 책장을 덮으면서 가슴 한 쪽을 쓸어내린 느낌이었다. 표지 위에 진 그늘의 심중을 헤아릴 수 있었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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