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나이가 30에 가까운데 이렇게 <신돈>에 빠져 늦바람이 났습니다..지혜양도 너무 좋아하구요. ^^;; 어떻게든 <신돈> 홍보를 해 드리고 싶어 주변 사람들에게 구두 홍보, 전화 홍보를 하다가 심지어 제 개인 블로그(하루에 한 100명쯤 들어옵니다)에 자작으로 다른 사람이 글 쓴 것처럼 사기를 치기도 했죠. ㅋㅋ 아래글은 다 제가 자작으로 쓴 겁니다..ㅋㅋ

신돈조아...안녕하세요. 우연히 랜덤타고 왔어요. <신돈> 좋아하시는 것 같아 너무 방가워요~
지혜언냐, 너무 조아요. 앞으로 점점 더 재미있어질 것 같아요. 님도 재미있게 보세요.

톡끼지혜...횽아도 톡끼지혜 눈하 조아하는고시햐~ 나도 ㅈㄴ 조아해. 지난 주 마지막 장면의 포스최강이었어. 이제 발청률 올라갈 일만 남은 거 같아. (이거는 디시 인사이드 분위기를 흉내내서 쓴 거예요..ㅋㅋ)

신돈사랑... 반갑습니다. 서울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사람입니다. 국사 가르치고 있는데, <신돈> 역사 공부에도 참 좋더라구요. 제가 한국사 전공을 했는데, 고려사가 너무 묻혀 있어요. 요즘은 <신돈>을 보고 학생들과 월요일 수업에 토론을 하는 낙으로 삽니다. 이런 좋은 드라마가 더 많이 사랑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신돈폐인...도대체 MBC는 뭐하는 겁니까. <신돈>을 주2회 편성하다니. 매일매일 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돈 많이 들였으면서, 홍보도 제대로 안해주고 답답합니다. 드라마 잘 만들면 뭐합니까. 홍보를 제대로 해줘야지. 이렇게 묻혀 있을 드라마가 아닌데 말예요

신돈만세...어머. 안녕하세요. ^^;; <신돈> 좋아하시는 분이 이렇게 많이 모여있다니 반가워요~
강릉에 사는 주부예요. 요즘 남편이 <신돈> 때문에 주말에 집에만 붙어 있어 좋답니다. 그 좋아하는 술도 안 마시고, 친구가 불러내도 안 나가요. 우리 부부 사이도 공민왕과 노국공주처럼 좋아졌답니다. 신돈 만세!

佛心....불심으로 대동단결입니다. 모두들 반갑습니다. 저는 경주 창원사에서 수행하는 불자입니다. 요즘은 세상이 많이 좋아져서 절에도 TV와 인터넷이 있습니다. 고승 신돈을 다루는 드라마라고 해서, 주지스님 모시고 요즘 한창 잘 보고 있습니다. 세상이 어둡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자비와 생명존중을 강조하는 불심이 필요할 때입니다. 너와 내가 남이 아님을 깨닫는 마음, 이것이 있다면 극락이 멀지 않을 것입니다. 모쪼록 드라마 <신돈>을 보시면서 대자대비하신 부처님의 옷 끝자락이라도 쥐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나무아미타불...

찰리....hi~! nice to meet u. 모두 반갑습니다. 여기는 베데스다 분수대가 내려다 보이는 미국의 센트럴 파크 아파트입니다. 벌써 한국을 떠난 지도 5년이 넘네요. 덕수궁 돌담길 생각이 나네요. 홍대도 다시 가고 싶고...쩝. 뉴욕에서도 <신돈>을 즐겨 봅니다. 서지혜 양이 결혼 전에 사귀었던 처자랑 닮았어요. 하하. 이거 마눌이 보면 안 되는데..^^;; 보통 인터넷을 이용해서 보는데, 가끔 끊기지만 볼 만 하더군요. 미국에서도 열심히 응원할테니 더 좋은 연기 보여 주세요. 지혜양~ ^^;;

박병장...충성. 대전에서 군생활하고 있는 박병장입니다. 점점 쌀쌀해지니 이제 야상을 꺼내야 할 시점인 것 같습니다. 요즘은 군대에서도 <신돈> 열풍이예요. <신돈>할떄되면 전 내무반이 조용해져요. 누가 군바리들 아니랄까봐..저도 군바리지만요. ^^;; 전국 50만 장병들의 희망 서지혜양 화이팅~!이런 선임하사 님이 찾으시네요. 그럼 이만...단결!



미유키...はじめ まして. おはよう ございます.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일본 삿포로에서 한국을 배우러 온 미유키입다. 어학당에서 한국말 공부하고 잇는데, 너무 어려요. 저도 요즘 <신돈>을 즐겨바요. 제가 일본에서 공부할 때만 해도, 한국의 옛날엔 남존여비가 심해 여자들이 힘들었다고 들엇는 데 <신돈>을 보니 아니더군요. 노국공주는 완젼 여걸이던데요. 어떠케 된 건가요? さようなら.

악귀...보아하니 나이도 꽤 많은 것 같은데 드라마나 보는 찌질이로군. 쯧쯧...연예인이나 좋아하고 말야. 난 너같은 넘들만 보면 악플을 달고 싶어 참지 못하는 악귀라고 해...너에게도 강력한 악플을 달아주려 했으나, 이런 비뚤어진 나도 <신돈>은 마음에 들더군. 마음이 정화된다고나 할까...제길 갑자기 왜 눈물이...나도 이젠 똑바로 살아야겠어. 이게 다 <신돈> 때문이라고 생각하니 조금은 고마워지는군. 그럼 제다이 자네도 잘 살게나.

이렇게라도 홍보하고 싶었던 제 마음을 알아주시길..^^;; 그런데 사람들이 제가 자작으로 썼다는 걸 금방 눈치채더군요..-_-;; 여하튼 <신돈>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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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春) 2005-11-27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저도 보고 싶은 마음은 있으나, 처음부터 못 본 관계로 약간 흥이 떨어지네요. 지금부터 봐도 재미있을까요?

하이드 2005-11-27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정말 재밌어요. 저도 신돈 좋아요 ㄱ ㄱㅑ~

nemuko 2005-11-28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악귀 댓글 최곤데요^^ 제다이님의 노력으로 신돈의 시청률이 마구마구 올라가길 바랍니다

jedai2000 2005-11-28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지금부터가 재미있어지는 시점입니다. 제가 서재에다 신돈 관련 글을 좀 올려야겠군요. 대략 어떤 내용인지만 파악 되시면 그 담부터는 그냥 모든 걸 잊고 즐기시면 됩니다. 가히 최고의 드라마입니다!!!!

하이드님...반갑습니다..^^;; <신돈> 좋아하시는 분 뵈면 무조건 반갑다니까요^^;

F.하네노이님...감사합니다..^^;; 30대로 가열차게 향해 가고 있는데, 소년이라니 기쁩니다. 앞으로도 <신돈> 많이 사랑해 주세요..^^;;

네무코님...앞으로 영화 감독, 디자이너, 서지혜 양 동창 등의 캐릭터들이 속속 등장할 예정입니다. 그나저나 <신돈> 시청률 올라가야 합니다. 현재 11%대에서 맴도는데 이 완성도로 그 정도라니 가슴이 미어집니다. <백만장자와 결혼하기>는 첫 회에 16%였는데 말예요..-_-;; 모두 <신돈>으로 대동단결합시당.~~ ^^;;
 



 

어제 오후에는 일 관계로 교보문고를 갔다. 가는 길에는 지하철을, 올 때는 버스를 탔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한 지도 어언 9개월이 지났건만 딱히 버스를 탈 기회는 없었다. 직장 생활 하기 전에도 27년 평생 동안 거의 서울을 가지 않았었기에 서울 버스는 단 한 번도 타보지 않았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서울 버스(이렇게 쓰니까 서울 버스가 뭐 대단한 거라도 되는 거 같다..ㅋㅋ)

계단에 발을 디뎠다. 내 앞에는 여학생들이 몇 명 서 있었는데, 올라 타면서 교통카드를 단말기에 찍었다.

 

"청소년입니다."

하는 우렁찬 여자 목소리의 기계음에 들렸다. 오호, 인천 버스는 그냥 삑삑 하고 마는데 서울 버스는 일일이 확인을 해주는구나...난 홀로 생각에 잠겼다. 나는 단말기에서 뭐라고 불러줄까 말이다.

 

'청년입니다.' , '성인입니다.' 내지는 '일반입니다.'

이렇게 해 줄라나 생각하고,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교통카드를 찍었다. 들려오는 소리...

 

"환승입니다." -_-;;

 

그래, 내 나이가 청소년은 아니지...청년에서도 조금 빗겨가고 있고...난 그저 단지 환승일 뿐이야.

청춘, 불러만 봐도 가슴이 뛰는 말이지만...환승, 듣기만 해도 소름이 몰려온다.

 

에헤라~ 이미 푸른 나이는 다 지나가 버렸어. 다만 환승이지. (쓸데없이 자조하고 있다...)

여러분...저는 방년 스물 일곱 살의 나환승이예요~ (정신 이상 증세를 보이고 있다...)

이야~ 좋다. 돈주고도 못 한다는 환승을 했네그려. 서울에서 환승해서 저 정말 행복해요~ -_-;;

 

네이버를 찾아보니, 환승은

다른 노선이나 교통수단으로 갈아탐...이란다.

 

그래, 나는 이미 청소년에서 성인으로 갈아탔어. 아이가 신나게 놀다가 어느새 우울한 황혼이 깔리는 것을 보고 문득 쓸쓸해지는 것처럼 별 거 아닌 걸로 괜히 심통나고 우울해졌다.

서울에서 버스는 다시 안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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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05-11-26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왜요,,저는 버스 좋아라하는데 ,,지하철타고 버스타면 돈도 안내고 얼마나 좋아요,,아니면 버스타고 지하철타도,,,

jedai2000 2005-11-26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청소년들이 부러워 심통났던 겁니다..^^;;
 
다정불심 1
박종화 지음 / 자유문학사 / 2005년 9월
평점 :
품절


 



 

노국공주의 태어난 생년일시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그저 안타깝게도 돌아가신 날만 기록되어 있을 뿐이다. 그녀는 원나라 황제인 순제의 동생 위왕의 딸이었다. 당대 제일의 미모로 유명했던 공주는 꽃다운 나이에, 원나라에 볼모로 잡혀 있던 고려 충목왕의 둘째 아들 강릉대군과 정략결혼을 했지만 남편의 기상이 높은 것에 저윽이 안심했다. 그녀는 첫날 밤에 남편에게 당신이 그저 그런 인물이었다면 죽는 한이 있어도 결혼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당찬 면모가 있었다. <다정불심>에서는 사냥을 즐기는 당대의 명사수로 묘사되는 여걸이었다.

 

1351년 강릉대군이 왕위에 오르자 남편을 따라 고려로 돌아와 왕비가 되는데, 어진 성품과 뛰어난 지략으로 왕을 보필했다. 왕께서 지기이자 사부로 생각할 만큼 공주의 활약은 대단했는데 변정도감을 만들어 억울하게 전답을 빼앗긴 농민들을 구제하도록 간했으며, 원나라에 빼앗긴 쌍성을 되찾으려 할 때 왕이 군량미를 백성에게 거두려 하자 그리하면 백성들의 원망을 산다며 원에서 가져온 어마어마한 양의 패물들을 내놓아 그것으로 군량미를 삼았다. 단호한 계책으로 원에 빌붙은 간신배 기철 일당을 처단하는데 도움을 주었으며 흥왕사의 반역 때는 반역도 50명 앞에 혈혈단신으로 나서 왕의 목숨을 구하기도 했다.


백성들은 치마두른 요순 임금과도 같다며 공주를 극찬했고, 그런 노국공주에 대한 왕의 사랑도 지극했다. 시집오고 10년이 넘도록 후사가 없어 새 왕비를 간택하라는 왕의 모친 말에도 흔들림이 없었다. 공주는 고려의 사직을 위해 몸소 후궁을 간택해 왕의 침소에 들게 하는 믿기 힘든 어진 성품을 보였다.(지금 기준으론 어질다고 할 수 없겠지만...^^;;)

 

그러나 왕은 다른 여인에게는 단 한 번도 눈길을 주지 않아 결국 새로 얻은 혜비는 본의 아니게 평생 수절을 해야 했다. 1365년 그렇게도 바라던 임신을 했지만 결국 난산 끝에 영영 이승 세계를 떠나야 했다. 인간 세상의 용, 봉황과도 같았던 절세가인이었기에 하늘도 그 재주를 질투한 것이리라...

 

 

공민왕의 아명은 왕기였다. 부득이 원나라에서 소년 시절을 보내야 했는데 당대에 글 잘 쓰고 그림 잘 그리기로 유명했다. 평생 예술가로 살고 싶어 했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 왕으로 살아야 했다. 초기에는 노국공주와 더불어 의욕적인 개혁을 펼쳤으며, 우리 역사상 마지막으로 북벌을 추진했던 왕으로 남을 정도로 진취적인 기상이 있었다. 그러나 너무도 아끼던 노국공주를 잃고 정치에 완전히 흥미를 잃게 된다.

 

그는 노국공주의 시신이 썩어가는 악취를 풍길 때까지도 그녀를 떠나지 못했고, 나라의 국력을 소진할 만큼 어마어마한 대공사를 펼쳐 그녀의 무덤을 만들었다. 공주를 잃고 한 순간도 잊지 못하며 방황하자 왕의 모친께서는 궁궐에 미모가 뛰어난 다른 여인들이 많다며 재가를 권유했다. 그러자 왕은 눈물을 흘리며 '공주만 한 여자는 없소이다' 하였다.

 

왕은 우연히 기이한 중 편조를 만나게 되는데, 편조는 섭혼술로 공주의 혼을 데려올 수 있다고 호언했다. 공주의 영혼을 몇 번 대면한 왕은 편조를 크게 신뢰해 모든 실권을 준다. 나중에는 신돈이라는 속명과 함께 섭정왕의 자리까지 내렸다. 그러나 실상 공주의 영혼은 공주와 닮은 반야라는 천한 여인이었다. 왕은 반야와의 사이에 아들을 두었으니 이이가 바로 훗날의 우왕이다.

 

그러나 왕은 결단코 반야가 공주의 혼인 줄로 믿고 동침을 하였기에, 진실이 밝혀지자 다시는 반야를 보지 않는다. 이 반야가 홀로 왕을 짝사랑하며 외로워하다 마침내 자결하는 대목하는 대목 또한 구슬프다.

 

왕은 신돈이 노국공주의 무덤을 넓히는 데 반대하자 누명을 씌워 그를 살해한다. 여러 가지 악행도 많았지만 큰 뜻을 품었던 신돈마저 잃자 왕에게는 아무도 남지 않는다. 왕은 술에 절어 음탕한 행동들을 일삼다 마침내 비명에 살해된다.

 

지엄한 왕의 신분으로 한 평생을 노국공주에 대한 정으로 살았던 전무후무한 이 사나이를 기려 책에서는 이렇게 끝을 맺는다.

"삽시간 일이었다. 왕은 벌써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넋은 날아 그리운 공주를 찾았으리라!

다정(多情)이 병이 아니고 무엇이랴! 뒷사람들은 왕을 가리켜 공민(恭愍)이라 불렀다."

 

 

<다정불심>은 역사소설의 외피를 두르고 있으나 본질적으로 애정소설이다. 1940년 매일신보에 연재되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한다. 작품에 내재된 불후의 낭만성과 끊을 수 없는 정에 대한 애절함이 당대 사람들을 크게 감동시켰으리라...아니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을 울리고 있으니, 언제 어느 곳에나 역시 사람이 사는 곳엔 은근한 정이 함빡 가득하다는 걸 느끼게 해 준다.

 

이 작품의 마지막에는 문학평론가 윤병로 님의 해설이 실려 있다. 그는 이 작품이 한 마디로 공민왕이 오랑캐 땅에서 맺은 한 번의 사랑이 그 자신을 망치고 나라까지 망쳤다는 역사적 교훈을 준다고 썼다. 한 마디로 졸견이다.

 

<다정불심>에서 월탄 박종화 선생이 보여주고 싶었던 건 그깟 역사적 교훈 나부랭이가 아니다. 월탄 선생은 남녀 사이의 지극한 정이란 얼마나 찬란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지, 간장을 녹여내도록 슬픈 것인지 보여주기 위해 이 작품을 썼다고 믿는다. 슬프도록, 아름다운 정이란 무엇인가를 집요하게 탐구하는 정에 대한 보고서라 하겠다.

 

정이 있어 슬프지만, 그럼에도 끊을 수 없는 것...대관절 정이란 무엇이길래 사바세계와 저승세계도 갈라놓지 못하는가. 정이란 사람의 얄팍한 지식 위에 있는 법이기에 나는 그 답을 알 수 없다.

 

작품에서 가장 매혹적인 장면은 공민왕이 아내의 무덤에 직접 그림을 그려주는 장면이다. 지엄한 왕이 무덤에 들어가는 것만 해도 망극한 일인데, 하물며 그림까지 직접 그리다니...당대 제일의 화가였던 공민왕이 아내의 무덤에 바치는 마지막 선물이니 그 그림이 어땠을지 가히 짐작이 간다.

 

또한 그는 노국공주의 초상화를 생전에 그려주지 못한 걸 애석해 하며 그녀의 초상화를 그린다. 붓놀림 하나하나까지 혼신의 힘을 기울여 그녀에 대한 사랑으로 화폭을 채워 간다. 이 장면을 묘사하는 월탄 선생의 붓마저 혼신의 힘이 느껴질 정도이다. 이 노국공주 초상화는 훗날 연산군이 보고 공주에게 반할 정도였다고 하나 지금은 실전된 상태이다. 이게 남아 있으면 오죽 좋았으랴. 한숨만 나올 뿐이다. 공민왕의 그림은 지금 <천산대렵도> 하나만 남아 있다고 한다.

 

많은 눈물을 흘리며 본 작품이다. 지금으로부터 65년 작품이기에 어쩔 수 없이 낡은 표현도 있지만 작품 속의 사랑은 전혀 낡지 않았다. 1천 년의 사랑이 지금까지 눈부신 빛을 발하는 것처럼 또 다른 1천 년이 지나도 두 사람의 사랑은 영원하리라 믿는다.

 

염량세태의 세상 속의 나는 죽음도 갈라놓지 못한 공민왕과 노국공주의 사랑을 보며 많은 걸 느낀다. 사람들 입성이며 먹는 건 예전과 비할 수 없겠지만, 달면 삼키고 쓰면 뱉으니 옛사람 정에는 미치지 못한다. 한잔술에 쓰러져 눈을 뜨면 1천 년 전이었으면 하나니...

 

 

 



 

 

 

 

 

 

 

 

 

 <개성 봉명산에 위치한 공민왕과 노국공주의 정릉. 왼쪽이 공민왕, 오른쪽이 노국공주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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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dhand 2005-11-25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라마에 심취하시더니 결국 책까지 읽으셨군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공민왕과 노국공주, 신돈에 대한 이야기가 이 소설에서 많이 비롯된것 같습니다.

jedai2000 2005-11-25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올드핸드님...드라마 <신돈>이 사람 하나 폐인 만들었어요. ㅋㅋ
제 책상 주변에는 <신돈>에서 노국공주 역을 맡은 서지혜 양의 사진이 가득 붙어 있답니다. 컴퓨터 월페이퍼는 물론이지요..^^;; 이 책은 정말 요즘 사람들이 많이 보았으면 합니다...
 
세계 서스펜스 걸작선 2 밀리언셀러 클럽 20
로버트 블록 외 지음, 제프리 디버 엮음, 홍현숙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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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라임'시리즈로 유명한 제프리 디버가 편저한 서스펜스 명작 모음집의 제2권입니다. 2권에도 유명한 거장들부터, 국내에 한번도 소개되지 못한 좋은 작가들의 작품까지 많은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네요.

 

 

첫 번째 작품 <담배 파는 여자>는 초창기 미국 하드보일드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제임스 케인의 작품입니다.  제임스 케인은 <우편배달부는 벨을 두번 울린다>와 <이중 배상>이라는 불후의 명작들로 유명해졌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더쉴 해미트나 챈들러보다 높이 평가하는 정말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애욕과 정념에 사로잡힌 남녀가 범죄를 계획하고 마침내 좌절하는 내용을 그보다 더 탁월하게 그리는 작가는 앞으로 나오기 힘들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실린 <담배 파는 여자>는 대단히 실망스럽더군요. 음반 제작자인 주인공이 자신이 맡고 있는 밴드의 곡을 표절한 혐의를 받고 있는 나이트클럽의 록밴드를 찾아가 사실을 확인하려 합니다. 그곳에서 그는 매력적인 담배 파는 여자를 만나죠. 그리고...내용 설명을 못 드리겠네요.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거든요. 작가의 필력이 엄청 떨어졌거나, 내용을 심하게 축약한 듯한 느낌, 더구나 다소 좋지 않은 번역까지 겹쳐 2번을 읽어도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습니다.

 

 

<7월 4일의 야유회>는 렉스 스타우트입니다. 그는 엄청나게 비대한 몸집의 명탐정 네로 울프와 그의 사랑스런 조수 아치 굿윈의 이야기를 50편 넘게 쓰면서 엄청난 사랑을 받습니다. 작품의 화자인 아치의 매력을 최대한 살리면서 그는 추리소설에서 필수적인 '와트슨' 역할의 새로운 유형을 창출해냅니다. 단순히 사건의 보고자나 관찰자가 아닌 독자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매력적인 와트슨을 만들어낸거죠. <7월4일의 야유회>는 네로 울프와 아치 굿윈의 성격이 흥미롭게 드러나는 재미있는 작품이지만 추리소설적으로는 조금 약합니다. 사실 렉스 스타우트가 탁월한 트릭메이커는 아니예요. 다만 읽는 재미가 뛰어날 뿐이죠.

 

 

<우리 시대의 삶>은 <사이코>로 유명한 로버트 블록의 작품입니다. <사이코>와 몇몇 단편 밖에 읽어본 적은 없지만 조금 과대평가됐다고나 할까요. <사이코>는 히치콕의 영화가 훨씬 뛰어나죠. <우리 시대의 삶>은 전에 읽어본 단편인데, 재미없는 남편과 사는 여자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남편은 어느 날부터인가 우리 시대의 삶을 후세에 남길 타임캡슐에 들어갈 물건들의 선정으로 고심합니다. 마무리가 흥미롭지만 예측 가능합니다. 다소 평범하네요.

 

 

<치의 마녀>는 현재 미국의 소수 민족인 인디언 경찰이 등장하는 작품들을 주로 쓴 토니 힐러먼의작품입니다. 저도 좀 아쉬운 게 토니 힐러먼의 작품들을 한 편도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명성이 대단한 작가인데 말예요. 앞으로 좀 찾아봐야겠습니다. 짐 치라는 인디언 형사는 부족에 들어온 이방인이 마녀라는 소식을 듣고 수사를 합니다. 이것도 무슨 내용인지 도저히 짐작이 안 갑니다. 도대체 번역이 문제인지, 쓰다 만 건지...간신히 내용 파악만 겨우 될 뿐입니다. 토니 힐러먼의 다른 작품들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예비 심문>은 저도 처음 들어본 예례미아 힐리라는 작가의 작품입니다.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거나, 평범한 단편들로 지쳐갈 때쯤 튀어나온 물건입니다. 존 쿠디라는 사립탐정이 살인 미수 혐의로 재판을 받는 사람에게 고용됩니다. 그는 배심원 중 한 명이 군대에 있지 않았느냐, 전략적으로 민감한 산업에서 일하지 않았느냐, 수감된 적은 없는가를 조사해야 합니다. 쿠디는 이상합니다. 배심원에게 왜 저런 의문들을 가질까 하고 말입니다. 결말이 아주 재미있습니다. 좋은 단편 추리소설의 요건-초반부에 흥미로운 의문을 던져주고 기발하게 마무리하는- 을 모두 가지고 있는 작품입니다.

 

 

<인터폴: 현대판 메두사 사건>은 평생 단편 추리소설만 쓴 에드워드 호치(호치가 맞을까요..-_-;)의 작품입니다. 메두사 탈을 쓰고 공연을 하는 여자가 실제로 목이 잘린 채 발견됩니다. 사건을 수사하는 인터폴의 세바스찬 블루(이름이...-_-;;) 형사와 로라 샤메는 곧 기묘한 밀실 살인사건과 맞닥뜨립니다. 전체적으로 2% 부족한 느낌이지만 삼지창을 이용한 밀실 살인사건의 트릭은 재미있습니다. 심플하지만 흥미로운 트릭이었습니다. 

 

 

<불타는 종말>은 현대 추리소설계에서 가장 뛰어난 작가 중 한 사람인 루스 렌들 여사의 작품입니다. 인간의 이상 심리, 광기 등이 어떻게 피어나고, 어떤 과정으로 확대되며, 어떤 파국을 맞게 되는지를 예리하게 그리는 데는 따를 작가가 없습니다. 밧줄로 조이듯 다가오는 공포감이 대단한 작품을 쓰는 작가이죠. <불타는 종말>은 단편이지만 역시 좋습니다. 여기서는 인간의 살의, 악의가 어떻게 스물스물 피어나는지를 특유의 건조한 문체로 조명합니다.

 

 

<시적인 정의>는 스티브 마티니의 풍자적인 작품입니다. 매끄러운 얼굴과 처세술로 공부 한 자도 안하고 일류 변호사가 되는 남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건 작품 중간 중간에 코러스가 등장하는 것입니다. 그리스 비극처럼 말예요. 코러스는 전지적 시점에서 주인공의 인생을 비웃곤 하죠. 이런 코러스를 쓴 것은 탁월한 선택으로 보입니다. 주인공의 결말은 정말 그리스 비극처럼 인간 운명의 아이러니를 보여 주거든요.

 

 

<붉은 흙>은 에드거 단편상을 수상한 마이클 말론의 작품입니다. 주인공은 어린 시절을 회상합니다. 유명 여배우가 부자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습니다. 그러나 주인공의 아버지는 어린 시절부터 짝사랑했던 유명 여배우의 결백을 확신하죠. 아련한 추억의 향기를 손에 잡힐 듯 묘사하는 문장력이 좋습니다. 그러나 추리소설적이지는 않습니다. 순문학(?)에 가깝죠...

 

 

<베니의 구역>은 마샤 멀러라는 여류 작가의 작품입니다. 역시 여탐정인 샤론 맥콘이 주인공입니다. 암흑가의 패권을 둘러싼 혈전 중에 살인 장면을 목격한 증인이 있습니다. 증인은 재판장에 서지 말라는 경고를 받고 두려움에 떱니다. 샤론 맥콘은 누가 증인을 협박하는지 조사에 나섭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진진한 작품입니다. 진상을 알아가는 과정도 매끄럽고 결말도 좋습니다. 마샤 멀러의 샤론 맥콘 시리즈를 더 알고 싶게끔 만드는 흥미로운 단편입니다.

 

 

2권에서 3작품만 꼽으라면 <예비 심문> <불타는 종말> <베니의 구역>을 뽑겠습니다. 이제 3권만 남겨 놓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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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11-19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권 읽는 중입니다^^
 



날씨가 더워서일까 칼 포터가 요즘 이상하다. 늘 성실했던 그가 근무 시간이 끝나자마자 득달같이 스트립바 <비바 라 라싸 Viva la laza>로 달려가는 것이다. 한 두번이야 젊은 혈기에 그럴 수 있다 치지만 그 빈도가 너무 잦았다. 포터의 도가 지나치다고 생각한 카렐라는 그를 붙잡고 충고했다. 하지만 포터는 다짜고짜 <비바 라 라싸>로 카렐라를 끌고 가는 것이 아닌가.

 

<비바 라 라싸>는 스트립바 답게 무대 중앙에 봉이 기둥처럼 박혀 있었다. 벗기 위해 입는 옷을, 입은 검은 옷의 스트립 걸이 나오자 사람들의 환호는 대단했다. 칼이 말한다.

"자, 잘 보세요. 블랙 다알리아라고 불리는 여자예요. 여기서 최고 인기죠."

 

블랙 다알리아는 섹시하게 봉에 기대어 춤을 추며 옷을 벗었다. 남자들의 환호는 대단했다.

"잘 봤네. 그래, 자네 요즘 이 여자한테 그렇게 미친건가?"

칼 포터는 침울하게 대답했다.

"저..사실 동독 출신이예요. 제가 어렸을 때, 부모님은 저와 제 여동생을 데리고 미국으로 망명했죠. 연고도 없고, 재산도 없이 출발해서 저희 집은 무지하게 어려웠죠. 일해도 일해도 가난을 벗어날 수 없자 아버지는 알콜 중독에 걸려 어머니와 동생, 저를 학대했습니다. 나중에는 술값을 감당할 수 없자, 14살이던 여동생을 포주에게 팔았어요...전 늘 동생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저런...그랬군..."

"그런데 우연히 잠복 근무 중에 춤추는 블랙 다알리아를 봤어요. 전 직감했죠. 그녀가 제 동생이라는 것을...솔직히 닮았잖아요?"

빈 말로라도 칼 포터와 블랙 다알리아는 닮은 곳이 전혀 없었지만 카렐라는 아무 말하지 않았다.

"매일 와서 닮은 곳을 찾던 중에 마침내 닮은 곳을 발견했어요. 발가락이 닮았더라구요."

카렐라는 마음이 찡해져 거짓말을 했다.

"발가락만 아니라 얼굴도 닮았네."

"그렇죠! 하하. 역시 카렐라 형사님은 눈이 날카로우셔."

 

며칠 뒤, 칼 포터의 성화에 못 이겨 카렐라, 마이어, 핼 윌리스, 버트 클링 형사들은 <비바 라 라싸>로 향했다. 기다리던 블랙 다알리아는 나오지 않았다. 무료한 나머지 형사들은 칼을 재촉했다.

"노래나 한 번 해보지, 그래."

 

형사들의 성화에 칼은 노래를 불렀다. Bread의 를 불렀다.

"If a picture paints a thousand words then why can't I paint you"

(독자의 편의를 위해 더 이상의 영어는 생략하겠습니다. 결코 작가의 지식이 모자라서가 아닙니다.)

 

분위기는 마치 폭탄이라도 떨어진양 썰렁해졌다. 마이어가 비꼰다.

"오우~ 칼의 노래 끝내주는군."

그것도 모르고 칼은 연방 감사 인사를 한다. 바닥을 친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마이어가 총대를 멘다.

"나 나나나 난나나나~ 아일 서바이브~ 솨~ 오 애즈 롱 애즈~ 솨~ " 

 

한참 술을 마시며 떠들석하게 즐기고 있는데 여자 화장실 쪽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직업 정신을 발휘하여 다섯 형사는 여자 화장실로 달려갔다. 여자 화장실 칸막이 안쪽에 한 여자가 죽어 있었다. 혀가 튀어나온 것이 질식사의 흔적이 보였다. 목에 손자국이 있는걸로 봐서 교살인 듯 했다.

 

형사들은 밖으로 급히 나갔다. 버트 클링이 소리쳤다.

"여자 화장실에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음악을 멈춰! 그리고 모두 움직이지 마라..."

그러나 역효과가 발생했다. 살인 사건이라는 말이 나오자 손님들 모두 당황해 벌떡 일어서며 문쪽으로 달려갔다. 기민한 핼 윌리스가 문 앞으로 다가가며 손에 든 총을 뽑았다. 총을 공중에 발사하며 핼은 소리쳤다.

"이 안에 살인범이 있으니 아무도 나갈 수 없다. 모두 정지하라.."

 

군중들 중 한 남자가 소리쳤다.

"살인이 일어난 곳은 여자 화장실이라고 했잖소. 난 남자니 내보내 주시오."

"그럴 순 없다. 몰래 들어갔을 수도 있지."

"저야말로 내보내 주세요."

 

블랙 다알리아였다. 여느 때와 같이 아름다운 그녀는 뇌쇄적인 검은 옷을 걸치고 있었다. 그러나 한쪽 손에는 붕대를 감고 있었다.

"전 내내 출연자 대기실에 있었어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지도 못해요."

"그래도 앉아 있으쇼."

블랙 다알리아가 쌀쌀맞게 소리친다.

"저는 어제 팔을 다쳐 오늘 공연도 못했어요. 이 팔을 해서 어떻게 목을 조르겠어요."

"그래도 안 돼. 무조건 앉아 있어. 조사가 끝날때까지 아무도 못 나가."

 

핼의 박력에 사람들은 주섬주섬 제 자리를 찾아 돌아갔다. 칼이 입을 연다.

"용의자가 이렇게 많으니 난해한 사건이로군요. 이 사건을 어떻게 풀죠?"

마이어가 대답했다.

"이 사건을 풀 사람은 단 한 사람 밖에 없지"

"예?"

마이어가 소리친다.

"카!"

버트 클링이 외친다.

"렐!"

핼 윌리스가 마무리한다.

"라!"

 

스티브 카렐라 형사는 블랙 다알리아의 팔을 잡았다. 그러곤 입을 열었다.

"아름답지만 가시가 있군. 범인은 블랙 다알리아, 너야. 피살된 여자는 여자화장실에서 발견됐다고만 했지, 어떻게 죽었는지는 아무도 말한 적이 없어. 자네는 대기실에 있었다면서 피살자가 목이 졸려 죽었다는 걸 알았지? 이유는 단 한 가지! 네가 범인이고, 네가 목을 졸랐기 때문이야!"

 

블랙 다알리아의 얼굴이 사색이 된 순간, 칼 포터가 뛰어나와 카렐라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카렐라는 나가 떨어졌다. 칼의 눈동자는 반쯤 뒤집혔다.

"안돼! 아무도 내 동생은 못 건드려. 내 동생이 범인일 리가 없어. 모두 비켜."

핼이 앞으로 나섰다.

"이봐. 칼. 왜 이래? 아직 범인이 확실한 건 아냐. 그리고 자네 여동생인지 아닌지도 모르잖아."

"그럴 리 없어. 내 동생이야!"

광기에 찬 칼 포터는 아무도 막을 수 없어 보였다. 그러나 핼은 유도의 달인이었다. 재빨리 칼의 품에 파고 들어 엎어치기를 구사했다. 칼은 건너편 테이블에 쳐 박혀 정신을 잃었다.

 

여름내내 시민들을 괴롭히던 더위가 물러간 어느 가을날, 카렐라와 칼은 87관서 건물 휴게실에서 자판기 커피를 손에 들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카렐라가 어렵게 입을 뗀다.

"유감이군. 블랙 다알리아가 자네 동생이 아니라니 말이야."

"괜찮습니다. 마음 깊숙한 곳에서는 이미 그녀가 내 동생이 아니었음을 알고 있었어요."

"그렇다면 다행이지. 한데 경찰은 왜 그만두는 건가?"

"카렐라 형사님. 저는 어렸을 때 동생을 지키지 못했어요. 동생을 지킬 수 있을만큼 충분히 강하지 못했던 거예요...동생을 잃고 저는 늘 한 가지 상상을 하곤 했어요. 늘 넓은 호밀밭에서 꼬마들이 재미있게 노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었죠.어린애들만 수천 명이 있을 뿐 주위에 어른이라고는 나 밖에 없는 거예요. 그리고 난 아득한 절벽 옆에 서 있죠.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붙잡아 주는 거라구요. 애들이란 앞 뒤 생각 없이 마구 달리는 법이니까. 그럴 때 어딘가에서 내가 나타나서는 꼬마가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 주는 거지요. 온종일 그 일만 하는 거예요.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요. 바보 같은 얘기란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내가 되고 싶은 건 그거입니다."

"하지만...문제가 있네. 호밀밭의 아이들이 자네 얼굴을 감당할 수 있을까? 더 놀라서 울음을 터뜨리지 않을까 싶은데..."

"카렐라 형사님!!!"

"하하. 농담이야. 농담..."

감동으로 카렐라의 가슴이 멍멍해졌다. 어린 동생을 잃었지만, 그는 호밀밭의 많은 아이들을 얻지 않겠는가...자네 인생은 틀리지 않았네. 칼 포터...자네는 일등 경찰이자, 일등 파수꾼이야...

 

몇 년 뒤, 카렐라는 한 장의 사진을 우편으로 받았다. 석양이 지는 호밀밭에서 수십 명의 아이들이 웃고 떠들고 있고, 아이들 뒤편에는 칼 포터가 서 있었다. 칼 포터 옆에는 그와 꼭 닮은 여자 한 명이 칼과 어깨동무를 한채 나란히 서 있었다.  

 

  

 

<그동안 사랑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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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24 09: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jedai2000 2005-11-24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아영엄마님. 감사합니다. 그 부분은 제 실수가 맞습니다. 처음에 한 작품이라 어슬픈 부분이 많았습니다. 2쇄가 나오면 수정이 될텐데 현재로서는 언제 2쇄를 찍을지 기약이 없네요..T.T 서평 잘 봤습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다행입니다.

2005-11-24 2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