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난 돈을 위해 산다 현대세계추리소설선집 5
자넷 에바노비치 지음, 한기찬 옮김 / 문학사상사 / 1997년 2월
평점 :
절판


출근한지 한달이 딱 됐는데, 확실히 직장에 나가다 보니 책 볼 시간이 줄어 드네요. 헌책, 새책 산더미같이 쌓여 있는데 읽을 시간이 별로 없어서 가슴이 아픕니다. 작년, 재작년 일년에 200여권씩은 읽었던 거 같은데 말예요. 지금은 그 재미있는 <맥널리의 비밀>을 읽다가도 쓰러지듯 잠든다니까요..^^;;



제가 근무하는 출판사에서는 전문적인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스릴러가 주로 출판되기 때문에 원고 검토를 할 때도 집중하고 읽어야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개인적으로 읽을 때는 가볍고 유쾌한 이야기에 손이 가게 되더라구요.

<맥널리의 비밀>과 <터프 쿠키>등의 작품이 준비되어 있지요. 혹시 경쾌하고 웃기는 유머 스릴러, 미스터리 계열의 작품이 있음 소개 좀 해주세요...



오늘 소개드릴 책도 유머가 아주 풍부한 재미있는 소설입니다. 작가인 자넷 이바노비치는 처음 들어봤는데 아주 재미있게 쓰더군요. 원래는 로맨스 소설을 썼다고 하던데 유쾌한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에도 재능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작품에도 로맨스 터치가 녹아들어가 있는데 아주 말랑말랑 읽기 좋더군요. 원제는 <One for the Money>더군요...두 번째 작품은 <Two for the Dough>구요. 숫자 시리즈로 계속 나오는 것 같습니다.



작품의 주인공은 스테파니 플럼. 주인공의 처지부터가 웃깁니다. 실직을 하는 바람에 알거지 신세가 된 스테파니, 그녀는 집기,가구, 전자제품 등을 모두 팔며 근근히 버티지만 결국 키우던 햄스터 먹이만 남게 됩니다. 그녀의 사촌이 보석금을 떼먹고 도주한 범인들을 잡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걸 보고, 그녀는 그 회사에 도주한 범인 체포인으로 취직하게 됩니다.



하지만 여자 속옷을 팔던 스테파니가 무엇을 알겠습니까? 그녀의 좌충우돌 탐정으로의 성장기가 펼쳐 지는데 쿡쿡거리는 웃음을 참을 수 없게 됩니다. 그녀가 잡아야 할 사람은 그녀의 처녀성을 훔쳐갔던 악연으로 얽혀 있는 조셉 모렐리.

그는 경찰인데 시민 1명을 사살했다는 죄목으로 추적을 당하고 있습니다. 스테파니는 과거의 복수를 위해, 하지만 무엇보다도 현상금 1만달러를 위해 그를 뒤쫓습니다. 하지만 조셉은 경찰이고 스테파니는 풋내기 탐정인데 상대가 될까요. 조셉에게 가볍게 농락당하는 스테파니의 모습이 또한 독자들을 즐겁게 해주지요.



조사중 스테파니는 뉴저지 주의 잠재되어 있는 악의 존재를 깨닫게 됩니다. 마약과 창녀, 새디스트인 권투선수 등 심각한 사회 병리에 속속 부딛치면서 점점 성장해 나가지요. 이 작품에 등장하는 사회 문제들은 거의 로렌스 블록의 작품을 방불케 하지요.

하지만 로렌스 블록의 작품이 스트레이트 강펀치라면, 자넷 이바노비치는 가볍게 잽을 툭툭 던지듯 이런 문제들을 건드립니다. 로렌스 블록처럼 한 방에 골이 띵하진 않지만, 부담스럽지 않게 도시의 병폐들을 툭툭 건드리는 자넷의 작품도 그리 가볍지만은 않습니다.



하여튼 스테파니는 바쁩니다. 푼돈 벌어서 시리얼이라도 사먹어 생계 유지도 해야 하고, 조셉 모렐리에게 매번 당하면서도 그를 뒤쫓는 노력을 멈추지 않아야 하고, 진정한 도시의 악과도 맞서 싸워야 합니다. 스테파니가 바빠질수록 독자는 즐거워집니다. 이 시리즈를 더 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끝으로 본문 중에서 한 장면 소개해 보겠습니다..

<나는 용기를 내기 위해 립스틱을 새로 발랐다. 그것으로 별 효과가 없자이번에는 청색 라이너를 한번 더 그리고 마스카라를 칠했으며 볼에 분을 바르기까지 했다. 그런 다음 백미러에 비친 내 모습을 들여다 보았다. 그것은 영락없이 슬픔에 잠긴 원더우먼의 모습이었다..ㅋㅋㅋ>





p.s/ 주의!!!!!! 문학사상사에서 나온 이 책의 겉날개 등장 인물 소개는 절대로 읽으시면 안됩니다. 친절하게도 살인자의 정체와  범인이 왜 살인을 저질렀는가 하는 이유가 자세히 제시됩니다. 이렇게 어이없는 경우는 보다 보다 처음 봅니다. 다행히 전 읽지 않았지만요. 앞으로 읽으실 분은 명심! 또 명심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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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27 0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panda78 2005-10-27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오옷! 반가운 소식이네요- ^^

jedai2000 2005-10-27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위 답변은 지우겠습니다. 생각해 보니 아직 그곳에서도 정식으로 공표를 안 했어요..제 멋대로 공표할 수는 없는 일이죠..^^;;

coolcat75 2006-04-09 0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겉날개에 등장인물 소개를 저는 읽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읽는 내내 긴장감이나 이미 범인을 알고 읽었으니 이 책이 그저 로맨틱 소설일 수밖에 없었어용...
 
두 동강이 난 남과 여 - 현대 일본추리 대표걸작선
노리즈키 린타로 외 10명 지음, 일본 추리작가 협회 엮음, 한국 추리작가 협회 옮김 / 봉성기획 / 1999년 6월
평점 :
절판


현대 일본 작가들의 단편들을 모은 단편집입니다. 한국 추리 작가 협회에서 번역했고, 일본 추리 작가 협회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답니다. 일본 협회 이사장의 추천사도 앞에 있고, 한국 협회 회장 이상우 선생님의 서문도 있네요. 양국 추리 작가들이 뭉쳐서 이런 좋은 시도를 했을 때도 있었군요. 지금은 협회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잘 모르겠는데, 모쪼록 양국 추리 문학 발전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해 주셨음 하네요...



여튼 수록작 면면을 살펴보겠습니다.



<두 동강이 난 남과 여 - 노리츠키 린타로>



아야츠지 유키히토, 아리스가와 아리스, 모리 히로시 등과 더불어 신본격 작가군을 형성하고 있는 노리츠키 린타로의 작품입니다. 신본격하면 트릭이라 엄청 기대했는데, 실망이더군요. 호텔에서 절단된 여자 상반신에, 역시 절단된 남자 하반신이 붙여져 있는 엽기적인 살인 사건이 발생합니다. 나머지 여자 하반신, 남자 상반신은 어디 있을까가 문제의 핵심인데...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조잡한 트릭이 쓰였습니다. 읽으면서 이건 아니겠지...이거면 안돼...그렇게 생각했던 것이 해답이었습니다...-_-;;; 노리츠키 린타로의 <밀폐교실>,<눈밀실> 등을 봐야지 이 단편만 봐서는 그를 평가절하할 수 밖에 없겠습니다.



<살인 신혼여행 - 히가시노 게이고>



일본의 베스트셀러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네요.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일정 부분 이상의 완성도를 항상 담보하는 우수한 작가입니다. 그렇지만 이번 단편은 조금 평범하네요. 신혼 여행지에서 아내를 살해하려는 남자. 남자는 이번에 결혼한 아내가  남자와 그의 전처 사이에서 낳은 딸을  가스 사고로 위장해 살해했다는 증거를 가지고 있지요. 딸이 새엄마가 될 이 여자를 잘 따르지 않았거든요. 그러나 과연 새 아내가 딸을 살해했을까요? 진실이 밝혀집니다. 한 마디로 평범한 작품입니다.



<피바다의 웨딩드레스 - 노나미 아사>



한국에서는 단 한권도 출간되지 않았지만, 일본에서는 서스펜스의 여왕 대접을 받고 있는 노나미 아사의 흔치 않은 단편입니다. 시점을 바꿔가며 진행되는 이야기가 대단히 흥미롭습니다. 가출한 두 남녀. 두 사람은 서로 가까워지지만 이 남자 뭔가 이상합니다. 잘생긴 자신의 얼굴에 조그만 흠집이라도 나는 걸 참지 못합니다. 어느날 남자와 한방을 쓰는 건달이 여자를 겁탈하려 합니다. 겁탈을 막으려고 발버둥치다 여자는 얼굴에 화상을 입고, 건달은 비명에 갑니다. 남자는 목숨같이 아끼던 자신의 얼굴을 지키죠...여기까지가 제 1장입니다. 제 2장에서는 느닷없이, 결혼식을 준비하는 요조숙녀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요조숙녀에게 하나둘씩 배달되는 불길한 선물...이 두 별개의 이야기가 만나는 3장의 충격은 굉장합니다. 아주 좋은 단편입니다.



<아메리카 마약 스쿨 - 바바 노부히로>



처음 듣는 작가입니다. 아주 하드보일드한 작품이죠. 미국의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마약에 쩔어 있는 미국 아이들과 일본 아이가 대결한다는 내용입니다. 갈데까지 간 미국의 고등학교 이야기라 흥미롭습니다.



<결혼식 손님 - 고이케 마리코>



얼마전인가 단편집이 나온 고이케 마리코의 작품입니다. 난봉꾼이었던 한 사내가 결혼식장에서 자신의 난봉질로 자살한 여자의 어머니인 노파를 만납니다. 노파는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고 그저 사내를 바라볼 뿐이죠. 사내는 공포에 질리고, 점점 비이성적인 행동을 합니다. 결말은 무슨 꽁트를 보는 것 같습니다. 가볍게 보기 좋습니다.



<한 마디에 대한 벌 - 나츠키 시즈코>



이 단편집의 백미입니다. <w의 비극>으로 유명한 나츠키 시즈코의 작품입니다. 두 여성 동창이 한 마디 말 실수로 오해를 부르고, 결국 파멸에 이르게 된다는 내용인데, 작가의 여성 심리 묘사가 아주 섬세합니다. <올드 보이> 못지 않게 말조심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되는 작품이죠. 구성이 탄탄하고, 자연스레 빨려 들어가는 전개가 좋습니다.



<좋은 사람이지만 - 사노 요>



엇갈린 치정을 다룬 작품입니다. 매우 평범하지요. 결말은 나쁘지 않은 듯 합니다만...



<이상한 인연 - 다카하시 카즈히코>



기발한 작품입니다. 교통 사고로 인연을 맺게 된 한 털털하고 사람좋은 사나이...그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인간 심리에 바탕을 둔 상당히 공감가는 작품입니다.



<식인 상어 - 도모노 료>



너무도 예측가능한 작품입니다. 해안 마을, 상어가 나타나지 않는 마을에서 상어가 출몰합니다. 상어에게 남편을 잃은 아내...기자는 그녀에 주목합니다. 트릭이며, 내용이며, 모든 게 독자의 예상을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 작품입니다.



<붉은 강 - 고스키 겐지>



볼만한 작품입니다. 약간 사회파적인 냄새가 납니다. <피와 뼈>에 나오는 양준평처럼 평생을 개망나니같이 살아온 범죄자가 범죄를 저질러왔던 이유가 서서히 밝혀지는 작품입니다. 여운이 있는 괜찮은 단편입니다.



<예절의 문제 - 야마다 마사키>



기발한 단편입니다만 조금 더 갈고 닦았음 어땠을까 하는 작품입니다. 한 주부가 자신의 위층이 너무 시끄럽다고, 어제 밤에는 비명 소리 비슷한 것도 들렸다며 이웃간에 예절이 중요하다는 내용의 투고를 합니다. 평범한 투고는 일파만파로 번져, 한 사람 한 사람 투고자가 늘어날수록 사건은 확대되어 마침내 밀실 살인 사건이 되어 버리죠. 결말이 상쾌합니다...





이렇게 11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쓰다 보니 지쳐서 뒤로 갈수록 내용 소개가 짧아지네요...ㅋㅋ 여튼 읽어볼만한 작품이 제법 있습니다. 절판됐지만 우연히라도 발견하게 되면 꼭 읽어보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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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11-03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읽어볼게요- 불끈! 표제작을 다른 책에서 읽어서 별 관심 없었는데..
설명을 읽으니 관심가는 단편이 꽤 되는군요. 제목만 달랐어도 바로 샀는데, 아쉬워라..

jedai2000 2005-11-03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럭저럭 재미있게 읽었는데, 안 좋다고 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그래도 책은 언제나 그렇듯이 본인이 판단하는 게 가장 정확한 법이죠..
 
옥스퍼드 운하 살인사건 - An Inspector Morse Mystery 1
콜린 덱스터 지음, 이정인 옮김 / 해문출판사 / 2004년 12월
평점 :
품절


정말 오랜만에 글을 남깁니다. 한 2주간 정신없이 바빠서요. 일도 일이지만, 거의 매일 이어지는 술자리가 특히 피곤합니다. 출판 관련자들은 기본적으로 다들 애주가시더군요..-_-;; 이제는 낮술을 안 먹으면 손이 떨리는 증상까지 왔어요. 술심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답니다...-_-;;;

이렇게 바쁘고 피곤할 때면 늘 생각나는 곳이 있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늘 생각했던 곳이죠. 진짜 건강이 안 좋으신 분들이 들으면 욕하시겠지만 저는 꼭 한번 병원이나 요양원에서 일년쯤 요양을 했으면 하고 생각했었습니다. 모든 신경쓰이고 피곤한 것들을 다 잊고 경치좋고 물맑은 곳에서 책만 읽고 틈틈이 글도 쓰고...그렇지만 나름대로 튼튼한 편이라 감기도 잘 안걸리더군요..-_-;;

<옥스퍼드 운하 살인사건>의 주인공 모스 경감은 부럽게도(?) 병원 신세를 집니다. 연일 계속되는 음주, 흡연과 불규칙한 생활로 인해 위에 큰 탈이 나버린거죠. (갑자기 저도 불안해집니다. -_-;;)
병원에서 할일도 없고 심심한 모스 경감, 동료이자 친구같은 루이스가 가져온 <블루 티켓>같은 빨간 책을 뒤적이며 시간을 죽입니다. 물론 다른 환자들에게 걸려 망신도 당하지요..^^;;

그러다 그는 병원에서 우연히 책 한권을 선물받습니다. 야한 책이면 좋겠지만 이번 책은 <옥스퍼드 운하 살인사건>이라는 심상치 않은 제목입니다. 이 책은 120년전 옥스퍼드 운하 근처에서 뱃사공 4명이 한 여자를 강간하고 살해한 혐의로 체포되어 처형받았다는 내용을 다룬 논픽션입니다.

그런데 비범한 모스 경감, 이 책에 나오는 내용 중 뭔가 앞뒤가 안맞는 내용을 발견합니다. 웬지 수상쩍어진 그는 침대에 누워 번뜩이는 추리력과 논리력만으로 120년전 사건의 진상을 밝혀냅니다...

<우드스탁으로 가는 마지막 버스>와 <사라진 소녀>에 이어 세번째로 읽어보는 콜린 덱스터의 소설입니다. 한 사건에 대해 수가지의 가설들을 세우고 그것들을 수정하고 변형하기도 하는 등 그의 최고 재미는 역시 '가설의 향연'일 것입니다. 비록 그 가설들이 다 맞는 건 아니고, 오히려 틀릴 때가 많지만 나름대로 합리적인 논리로 이뤄진 가설들이 속속 등장할때마다 참 재미있었습니다.

이 작품은 그런 '가설의 향연'이라는 측면에서는 조금 약했습니다. 페이지가 적고 소품에 가까워 사건의 진상에 대해 한 가지 가설로만 단선적으로 흘러갑니다. 조금 아쉬운 부분이죠...

물론 모스 경감 특유의 유머는 여전합니다. 엄청 재미있는 장면이 많습니다. 특히 야한 책을 읽다 걸리는 장면 등은 웃지 않고는 못 배기죠. 여전히 충실한 루이스와의 우정도 흐뭇하고요. 밝혀진 사건의 진짜 이야기도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언급한대로 '가설의 향연'이라는 면에서 조금 약한 게 아쉽습니다. 내용도, 형식도 작가가 소품을 의식하고 썼다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아마 콜린 덱스터판 <진리는 시간의 딸>을 쓰려고 했는지도 모르죠.

조금 아쉬웠던 건 과거 사건에서의 미스터리들이 완벽하게 풀리지는 않는다는 거죠. 예를 들어 뱃사공들이 여자를 희롱할 때, 여자는 비명을 지릅니다. "내 구두를 어떻게 하려는 거야!"
독자들은 구두에 얽힌 비밀이 궁금할 수 밖에 없지만 모스 경감은 구두에 얽힌 진실을 풀지 못합니다.(풀지 않습니다.)

120년이라는 시간의 먼지를 뒤집어쓴 사건이 현대의 사건들처럼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낱낱이 풀릴
수는 없음을 보여주기 위해 작가가 의도한 효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저런 단점들도 있지만 저는 읽으면서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천사같은 피오나와 아일린 간호사들의 간호를 받으며 유유자적하는 모스가 너무 부러웠습니다. 병원, 나쁜 곳만은 아니라니까요!

별점: *** 1/2

p.s/ 올 여름에 모스 경감 후속 시리즈가 더 나온다고 하더군요. 3권이 한꺼번에 비슷한 시기에 나온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붉은 언더라인>이라는 작품이 보고 싶은데 보기 힘들더군요. 해문 목록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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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서스펜스 걸작선 1 밀리언셀러 클럽 19
엘러리 퀸 외 지음, 제프리 디버 엮음, 홍현숙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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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디버가 선정한 서스펜스 단편 모음집이다. 소설가로 맹활약하는 그가, 편집자 노릇까지 했다니 흥미롭다. 1권만 읽어본 결과로는 조금 약하다는 느낌도 들고, 옥석이 섞여있는 느낌도 든다만 미국의 독자들은 100%만족했을 것 같다. 미국 독자들은 1권으로 읽었을테니까... 1권 가격에 많은 단편들을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단편집에 가끔 끼어들기 마련인 실망스러운 작품들도 너그럽게 넘어가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국내의 독자들은 만만치 않은 가격에 3권으로 나뉜 책으로 읽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조금은 눈을 날카롭게 뜨고, 이 책과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의 면면을 보는 듯 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2권으로도 충분히 묶여져 나올 만하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아쉽다.



디버는 서문에서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를 했다. 단편소설이야말로 소설가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기회라고...잠깐 생각해 봤는데 맞는 말 같다. 짧은 내용에 그만큼 강력한 한 방을 담아 독자를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장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잔재주(?)를 부릴 여유가 없다. 솔직히 장편소설은 기둥줄거리가 조금 빈약해도 인물이 매력적이거나, 대사가 재치있거나 하면 좋게 좋게 넘어가 줄 수 있지만 단편은 그렇지 못하다. 짧은만큼 촌철살인의 기교가 필요한 것이 단편이란 말이다. 그렇다면 디버는 과연 어떤 작품들을 단편만의 맛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선정했는지 관심이 가게 된다.



첫 번째 단편은 그 유명한 엘러리 퀸이다. <황태자 인형의 모험>이라는 작품으로, 시끌벅적한 크리스마스 축제 한마당에 벌어진 보석도난 사건을 그린다. 여느때와 같이 엘러리와 리차드 퀸 부자가 모두 등장한다. 엘러리 퀸 답지 않은 약한 트릭이 쓰여 실망스럽기도 하지만 분위기도 경쾌하고, 크리스마스 기분도 잘 살린 작품이다. 크리스마스답게 흉악한 범죄가 일어나지도 않고...꼭 추리퀴즈를 보는 듯한 소품이다.



<사라진 13쪽>은 추리소설의 어머니쯤 될 안나 카타린 그린의 작품이다. 최초의 여성 사립탐정을 등장시킨, 최초의 여성 추리소설가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1800년대 후반에 작품 활동을 한 사람으로, 디버는 의외로 상당히 고전기의 작가를 포함시켰다. <사라진 13쪽>은 대저택에서 감쪽같이 사라진 비밀서류를 찾는 미소녀 탐정 바이올렛 스트레인지의 모험을 그리고 있는데 옛날 작품이라 그런지 내용 전개는 전부 짐작 가능하다. 그러나 옛날 이야기를 읽는 듯 편한 마음으로 술술 읽히는 작품이다.



다음 작품 <숨겨 갖고 들어가다>야말로 이번 단편집 1권의 최대 하이라이트이다. 책 뒤표지에 서스펜스란 벼랑 끝에 매달린 듯 불안하고 조바심 나는 상황을 뜻한다고 정의를 해놓았는데, 이 작품이야말로 가장 서스펜스의 정의에 부합하는 작품으로 보인다. 조바심나고 불안한 상황이 연속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 웃긴다는 것도 이 작품의 강점이다. 독자는 키득키득 거리면서도, 손에 땀이 차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아내의 등쌀에 어쩔 수 없이 법정에 아기를 숨겨갖고 들어간 검사의 이야기이다. 아기는 아버지인 검사의 가방에 들어가기도 하는 등 갖은 수난을 당한다. 아버지 검사는 재판을 치르며, 상대측과 대결해야 하지만, 아기가 자신의 가방에 들어있다는 걸 숨겨야 한다. 검사가 아이를 학대한 걸 들키면 파면이니까...하지만 잠들어있던 아이는 가방 안에서 기운차게 울어대기 시작하는데... 이 단편집에서 이 작품만큼은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작가인 리사 스코토라인이 정말 궁금해졌다.



<배트맨의 협력자들>은 현존하는 세계적인 거장, 로렌스 블록의 작품이다. 알콜중독자 무면허 사립 탐정 매트 스커더가 등장한다. 씁쓸한 느낌을 주는 중후한 단편이지만 서스펜스가 강한 작품은 아니다. 매트 스커더가 돈을 받고  무허가로 찍어낸 '배트맨 티셔츠'(소위 말하는 짝퉁)를 단속하는 일상을 그저 보여주는 작품이다. 가난하고 못배운 노점상들을 상대로 그들의 무허가 '배트맨'상품들을 강제로 철거하는 일에 매트가 회의를 느낀다는 내용으로, 이제는 유명 인물이 된 매트 스커더의 성격(일종의 정의감)을 보여주는 인상적인 단편이다. 다만 서스펜스 느낌은 전무하므로 실망할 사람도 더러 나올 수 있겠다. 매트 스커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재미있을 듯...



<주말 여행객>은 선정자 제프리 디버의 작품으로 영국추리작가협회 단편상 수상작이다. 도입부는 마치 <펄프 픽션>을 보는 듯 하다. 두 강도가 인질을 잡고 주말 별장지로 도피한다. 두 강도는 피도 눈물도 없는 악당들인데, 잡힌 인질이 걸물이다. 강도 앞에서도 전혀 겁을 먹지 않고, 오히려 강도들을 어르고 달래며 머리 위에서 논다. 반전의 대가답게 절묘한 반전을 이끌어낸 수준 높은 단편이지만 전개가 조금 급작스러운 느낌도 든다.



<그 여자는 죽었어>. <교환살인>의 프레드릭 브라운의 작품이다. 기발한 마무리가 끝내주는 <교환살인>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이 작가는 비트족의 생활을 잘 그리기로 유명했다. <그 여자는 죽었어>에도 상류층의 삶을 포기하고 밑바닥에서 떠돌며 알콜 중독에 빠진 주인공의 심리를 절묘하게 그려낸다. 살인 누명을 쓴 주인공이 도피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꽤 잘 쓰여진 작품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를 몰입시키는 힘이 있다.



<원칙의 문제>는 맥스 알란 콜린스라는 현대 작가의 작품이다. 작가 소개글을 읽어보니 미국 현지에서는 유명한 듯 한데, 한국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그가 쓴 정도는 읽어 보았는데, 인기 드라마의 인물 및 설정 등을 그대로 가져와 소설화한 듯 해 첫인상은 좋지 않았다. 은퇴한 살인청부업자의 이야기와 납치된 부자집 딸, 두 악당 등이 등장하는 이 작품은 짧지만 그런대로 재미있다. 싸구려 범죄소설 같지만 꼭 영화 <신 시티>를 보는 듯한 즐거움이 있었다. 악당 마초들이 날뛰는 작품이라는 이야기이다.



<힐러리 여사>는 얀윌렘 반 드 바터링이라는 생소한 네덜란드 작가의 작품이다. 파푸아뉴기니 추장의 대사로만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큰 임팩트는 없는 그냥 소품이다. 제2차 대전 중 섬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이야기하는 추장은 정말 수다스럽구나..하는 정도의 느낌 밖에 못 주는 작품이다.



이렇게 총8편이 수록되어 있다. 이중 3편만 뽑으라면 <숨겨 갖고 들어가다>,<주말 여행객>,<그 여자는 죽었어>를 선정하고 싶다. 2권, 3권에서는 어떤 작가들의 어떤 작품을 만나볼 수 있을 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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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11-02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권까지 읽었는데 3권으로 나누다니(몇 편 뺀 주제에!) 정말 너무했다 싶어요. 1권으로 나왔다면 뿌듯해하면서 읽었을 텐데. 한 권에 두세 작품만 마음에 들어서 본전 생각이 더 나는 듯.. 정말 두 권으로 나오기만 했더라도 이만큼은 아니었을 텐데 말예요.

jedai2000 2005-11-03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말이 바로 그 말씀입니다..^^;; 차라리 제프리 디버 단편집을 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디버 단편집이 좋다는 소문이 자자해요. 라임 단편도 한 편 있구요.

panda78 2005-11-03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제프리 디버가 고른 단편집이라고 해서 산 거였는데 말이죠. 이제껏 볼 수 없었던 작품들 보게 된 건 좋지만, 다른 단편집에 비해 별로다 싶은 작품이 너무 많았어요.
매트 스커더(스쿠더라고 나오더라구요? 내 참 ; 800만가지에서는 스커더라고 해 놓고는. ) 좋아하는데, 배트맨의 협력자들 말고 좀 더 임팩트 강한 단편이 실렸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좀 아쉽더군요.

jedai2000 2005-11-04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제가 2,3편을 사놓고 아직 안 봤다는 거 아닙니까 ^^;; 저도 매트 스커더 좋아하는데 굳이 왜 서스펜스 걸작선에 이 작품을 골랐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디버 단편집에는 라임과 색스가 크리스마스에 사건을 해결하는 단편이 있다는데 너무 읽고 싶네요.

panda78 2005-11-04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블하우스에서 디버 단편집 안 나오나요? ^^

jedai2000 2005-11-07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편집은 아직까지는 계획이 없네요..^^;;
 
실버 피그 - 로마의 명탐정 팔코 1 밀리언셀러 클럽 22
린지 데이비스 지음, 정회성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읽는 역사 추리소설이다. 추리소설이라면 장르 불문하고 전부 읽지만, 세부 장르로 나눠볼 떄,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분야가 역사 추리소설이다. 대학교도 역사를 전공하고 싶었지만, 사정상 그러지 못했는데 언젠가는 역사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고 싶은 소망이 있다. 세계사, 동양사, 한국사...인류가 살아온 발자취가 그만큼 길어서겠지만, 역사는 한마디로 방대하다. 그 방대한 역사 중에 내가가장 좋아하는 분야가 로마사이다.

 

역사추리소설+로마라니 이 책은 나를 위한 책이다 다름없다. T.T 그런 이유로 굉장히 기대하고 본 작품이다. 

작품의 배경은 유명한 폭군 네로 황제가 사망한 직후, 별 시덥지 않은 황제들이 연이어 집권하다 살해당하는 로마의 혼란기를 거쳐, 성군으로 칭송받는 베스파시아누스 황제의 집권기를 그리고 있다.

 

이 시기에 활동했던 탐정 디디우스 팔코가 아직 세력을 완벽히 구축하지 못한 황제에게 반기를 드는 세력에 맞서 벌이는 모험을 그리고 있다. 물론 팔코를 움직이는 가장 큰 원동력은 황제가 얽힌 권력 다툼이 아닌, 첫 눈에 반한 한 소녀의 죽음의 원인을 밝히는 것이지만 말이다.

 

역사추리소설로서 이 작품이 조금 아쉬웠던 건, 작품의 배경이 꼭 고대 로마가 아니어도 괜찮았기 때문이다. 대강의 내용은 13세기 영국에도, 18세기 독일에도, 심지어 현대로 각색해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 그 시대가 등장하는 필연적인 이유 없이, 단순히 고대 로마가 독자들에게 인상적이고 이국적인 배경으로만 기능하고 있음이 아쉽다.

 

물론 작가의 꼼꼼한 리서치가 빛나는 부분, 이를테면 로마 시대의 생활상 같은 부분은 정교하게 재현되었지만 팔코를 비롯한 등장 인물들의 정신 세계는 현대 인물들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다. 고대인답지 않은 쿨한 감각의 대사와 사고방식 등은 마치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버둥대는 사람을 보는듯한 부조화를 느끼게 한다.

 

단순 비교하기는 뭣하지만 역사 추리소설을 잘 쓰는 폴 도허티라는 작가의 작품 '알렉산드로스의 음모'를 보면, 추리소설적인 음모의 플롯 속에서도 알렉산드로스라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인물을 매력적으로 그리고, 그 시대인들의 정신 세계(종교, 사상, 가치관 등)를 성공적으로 재현해내어 마치 진짜 역사의 한복판에 있는 느낌을 준다. 전쟁 장면도 장쾌하고, 물론 단순한 추리소설로서도 재미있다.

 

개인적인 잣대로 너무 혹평하는 것 같지만, '역사' 추리소설을 좋아하시는 분들의 심정은 대부분 비슷하지 않을까? 작품의 플롯과 배경, 인물들 모두가 다루고 있는 역사에 걸맞게 그려져야 함을 원한다고 믿고 있다.

 

이런저런 불만을 제외해 보면, 읽는 재미는 있는 작품이다. 작품 매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탐정 팔코는 귀엽고, 재치덩어리이다. 작품을 읽어보면 팔코를 미워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노상 농담을 일삼는 팔코가 진실을 캐기 위해 갖은 고생을 다하는 장면들은 안타깝고, 때로는 손을 불끈 쥐게 만드는 정서적 감흥을 안긴다.

 

그런데 추리소설적인 면(트릭, 반전 등)에서는 다소 평범하다. 다만 주인공 팔코와 헬레나의 개인적인 매력과 흥미진진한 로맨스, 곳곳에 스민 유머 등으로 독자의 시선을 붙잡는데 성공할 뿐이다.

 

앞으로 시리즈가 더 나온다면 어떨지 모르겠다. 관심있는 장르라 계속 읽어볼 생각이지만 1편 <실버 피그>는 확실히 기대에 못 미쳤다. 그래도 기분좋게 후속작들을 기대해 보련다.

 

별점: ★★★

 

P.S/ 전영도서관 대출 1순위라는 카피를 썼는데, 대출 많이 나가면 출판사로서는 안 좋은 거 아닌가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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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10-25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권 시리즈 구매자로서 더 좋기만을 바랄뿐입니다. 지금 읽었는데 잉 ㅠ.ㅠ

jedai2000 2005-10-25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직히 좀 별루셨죠? 저는 끝에 가면 뭐 굉장한 게 나올까 기대하고 봤는데 평범한 결말로 서둘러 마무리..-_-;;

panda78 2005-11-02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청동 조각상의 그림자 읽고 있어요. ^^ 실버피그보다는 재밌어야 할 텐데..

jedai2000 2005-11-03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편이 담 달에 나온다면서요. 점점 재미있어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