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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테리 소설계의 여왕!!


소설가 다카무라 카오루(高村薰). 계기는 보너스로 PC를 산 것이었다. 직장생활을 할 때 퇴근 후 한가한 틈에 시작한 소설 쓰기. 치밀한 구성력과 극명한 정경 묘사, 남성적인 필체, 사회에 대한 냉철한 시선, 그리고 보편성이 프로를 능가해 데뷔 후 불과 3년만에 나오키상(直木賞)을 수상했다. 작풍을 보면 과묵하고 무서운 사람일 것 같은데 실제로 만나 보면 평범한 아줌마였다. 독자의 마음을 흔드는 이야기는 담담하고 규칙적인 생활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소설은 매일 페인트를 칠하는 일!"

그녀는 오사카 시내의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한 깔끔한 서재가 있는 2층짜리 단독주택에서 네마리 고양이와 살고 있다. 부모는 모두 세상을 떠났고 독신이다. 일본 최고의 사회파 작가라고 불리우고 있는데 생활은 평범하기 그지 없다. 작가라고 하면 불규칙한 생활, 한 밤이 되어서야 글을 쓰는 모습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그녀의 생활을 샐러리맨과 같다. "아침에 일어나 밥을 짓고 청소와 세탁을 합니다. 오전 9시부터 책상에 앉아 글을 쓰기 시작해 정해진 시간에 점심을 먹고 설겆이를 한 후 다시 책상에 앉죠. 오후에는 쇼핑을 갔다와서 저녁을 먹어요. 그 후 5시간 정도 글을 쓰는데 야근에 해당하는 셈이죠."

2층 서재에서 담배를 피워 물고 위스키를 삼키면서 워드프로세서를 두드린다. 밤 12시가 되면 집필을 중단한다. "내게 소설을 쓴다는 것은 감정이 서서히 고조되어 어느새 아침이 되어 버리는 것 같은 게 아닙니다. 매우 이성적인 일이죠. 사무적이라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페인트 가게에서 일하는 사람이 매일 벽을 칠하는 것과 같은 겁니다."


"세상과 연결되어 있는 게 중요하다"

이런 일상 틈틈히 대사건과 정치 문제 등에 대해 논평을 해달라는 요청을 신문사와 출판사로부터 받는다. 영화화된 <레이디 조커(レディ ジョ-カ-)>는 글리코모리나가사건(グリコ森永事件)을 참고로 했다. 취재를 위해 여러차례 신문사를 찾았다. 전화로 전문가들에게 논평을 요구하는 기자들의 모습도 자주 봤다. 그녀가 신문사에 사회 문제에 대한 발언을 하는 것은 무엇보다 "사회와의 연결고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소설가라고 하면 여관에 쳐박혀 있는 모습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지 모르지만 나는 그렇지 않습니다. 사회와 연결되어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연결되기 위해서는 내가 뭔가를 해야만 합니다. 소설만 쓰고 있어서는 안 됩니다." 서민적인 일상도 역시 사회나 현실과의 연결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데서 비롯된 듯하다. 그런 평범한 생활이 복잡해지는 시대의 핵심을 찔러 사회와 인간의 보편적인 문제를 이끌어내는 힘이 되고 있는 것이다.



"밤의 여가가 준 선물"

원래부터 소설가를 꿈꿨던 것은 아니다. 오사카에서 태어난 그녀는 도쿄의 국제기독교대를 졸업한 후 다시 오사카로 돌아와 외자계 상사로 들어왔다. 비서도 겸한 일로 폭넓은 업무를 담당했다. 서른 살이 지나자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 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고 싶은 지도 몰랐다. 결혼할 상대도 없다. 입사한 지 9년째되던 해였다. 퇴근 후 회사에서 다하지 못한 일을 처리하기 위해 보너스 70만 엔으로 PC를 샀다.

거품경제기였기 때문에 보너스가 꽤 많았다. 집에 사들고 오자마자 PC를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그녀는 특별히 쓰고 싶었던 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뭔가 1줄이라고 써보자. 사무적인 문서가 아닌 문장을 써보고 싶었다"는 것이 소설가 다카무라의 시작이었다. 전부터 기계를 좋아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PC를 사용하는 느낌이 좋았다. 매일 밤 쓰고 지우는 일을 반복했다. 이렇게 해서 처녀작 [리비에라를 쏴라(リヴィエラを擊て)]가 탄생되었다.

다 쓰고 나니 누군가에게 읽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가족이나 친구에게 보이기는 부끄러웠다. 그 때 발견한 것이 잡지 구석에 있던 공모광고였고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니까 괜찮겠다 싶어서 응모했다. 그러나 곧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응모한 사실을 까맣게 잊고 경황없는 나날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출판사에서 전화가 왔다. 제2회 일본추리서스펜스대상 최종후보가 되었다는 것이다. 대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좋은 평가를 받았다. 출판관계자들의 권유로 다시 글을 쓰긴 했지만 그때까지도 소설가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3년만에 나오키상 수상"

두번째 작품은 은행강도를 다룬 소설 [황금을 안고 날아라(黃金を抱いて翔べ)]. 지난 해에 자신을 빗겨간 대상을 거머줬다. 상금을 받기 위해서는 한 작품을 더 써야 한다는 게 조건이었다. 두가지 일을 다 할 수 없어서 결국 회사를 그만뒀다. 그리고 연쇄살인사건을 쫓는 형사를 경찰조직의 하나로 그린 [막스의 산(マ-クスの山)]으로 마침내 나오키상을 수상했다. 평범한 직장여성이 퇴근 후 틈틈히 글을 쓰기 시작한 지 불과 3년만의 일이었다. 대형 작가의 탄생이라고 떠들썩했지만 마음은 복잡했다.

자신이 읽고 싶은 소설이 아니라는 게 걸렸다. 바로 그 때 한신대지진이 일어났다. 몇개월 후에 시작할 연재소설에 대한 구상을 끝낸 상태였지만 다시 백지 상태로 돌아왔다. 40대의 아줌마로서 생각해 봐도 모든 게 변하는 시기였다. "우리들의 세대는 21세기가 장미빛 미래라고 생각하고 자란 '철완 아톰' 세대입니다. 그러나 90년대 중반에 들어 대지진, 그리고 지하철 사린사건 등이 일어나면서 큰 전환점을 맡았습니다. 이제까지 쓰여지지 않은 사회적인 소재를 쓰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현실과 정면에서 맞서는 사회파 소설가, 미스테리 소설계의 여왕이 탄생했다.

 

 

참고로 이 자료는 <일본으로 가는 길>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현재 제가 가장 존경하는 작가입니다.

작가 자신은 비록 마음에 든다고 하지 않지만 <마크스의 산>은 90년대 최고의 일본소설입니다.

집요할 정도의 꼼꼼함과 완벽한 리서치, 비록 펜을 들었지만, 마치 칼을 든 사무라이 같은 결기로 글을 쓰는 작가랍니다.

작가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다카무라 카오루의 책을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작가는 이래야 한다는 걸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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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10-25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이디 조커를 출판할 계획을 세우세요~ 여기저기 찌르는데 참...

jedai2000 2005-10-25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이디 조커>가 국내에 나오면 아마 5권 빡빡하게 내면 4권 분량이랍니다. 장편 대하 추리소설이 얼마나 팔릴까요. 제가 가장 하고 싶은 작품이 <고다3부작>인데 아마 어렵겠죠. 쩝.

BRINY 2005-10-25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다3부작! 추진해 보세요~

jedai2000 2005-10-26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꼭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
 



소년은 개울가에서 소녀를 보자 곧 윤 초시네 증손녀(曾孫女)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소녀는 개울에다 손을 잠그고 물장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서는 이런 개울물을 보지 못하기나 한 듯이.

이 날은 소녀가 징검다리 한가운데 앉아 세수를 하고 있었다. 분홍 스웨터 소매를 걷어올린 목덜미가 마냥 희었다.

토요일이었다.

개울가에 이르니, 며칠째 보이지 않던 소녀가 건너편 가에 앉아 물장난을 하고 있었다.

소년은 참외 그루에 심은 무우밭으로 들어가, 무우 두 밑을 뽑아 왔다. 아직 밑이 덜 들어 있었다. 잎을 비틀어 팽개친 후, 소녀에게 한 개 건넨다. 소녀는 먼저 대강이를 한입 베물어 낸 다음, 손톱으로 한 돌이 껍질을 벗겨 우쩍 깨문다.

그러나, 세 입도 못 먹고, "아, 맵고 지려." 하며 집어던지고 만다.

"참, 맛없어 못 먹겠다."

그 때, 거웃한 수염의 농부가 지나가며 말한다.

"어서들 집으로 가거라. 소나기가 올라."

참, 먹장구름 한 장이 머리 위에 와 있다. 갑자기 사면이 소란스러워진 것 같다. 바람이 우수수 소리를 내며 지나간다. 삽시간에 주위가 보랏빛으로 변했다.

산을 내려오는데, 떡갈나무 잎에서 빗방울 듣는 소리가 난다. 굵은 빗방울이었다. 목덜미가 선뜻 선뜻했다. 그러자, 대번에 눈앞을 가로막는 빗줄기.

비안개 속에 원두막이 보였다. 그리로 가 비를 그을 수밖에.

오들오들 떨던 소년과 소녀는 비가 그치자 원두막을 나섰다. 시냇가에 도착하자 엄청나게 물이 불어 있었다. 빛마저 제법 붉은 흙탕물이었다. 뛰어 건널 수가 없었다.

소년이 등을 돌려 댔다. 소녀가 순순히 업히었다. 걷어올린 소년의 잠방이까지 물이 올라왔다.

소녀는 '어머나'소리를 지르며 소년의 목을 끌어안았다.

 

며칠 후, 소년은 자리에 누워서도 같은 생각뿐이었다. 내일 소녀네가 이사하는 걸 가보나 어쩌 나. 가면 소녀를 보게 될까 어떨까.

그러다가 까무룩 잠이 들었는가 하는데,

"허, 참 세상일도……."

마을 갔던 아버지가 언제 돌아왔는지,

"윤 초시 댁도 말이 아니야, 재산만 많으면 뭘 하나. 악상까지 당하는 걸 보면……."

남폿불 밑에서 바느질감을 안고 있던 어머니가,

"증손(曾孫)이라곤 계집애 그 애 하나뿐이었지요?"

"그렇지, 사내 애 둘 있던 건 어려서 잃어버리고……."

"어쩌면 그렇게 자식복이 없을까."

"글쎄 말이지. 이번 앤 꽤 여러 날 앓는 걸 아무리 비싼 약을 써도 별무 소용이었다더군. 지금 같아서 윤 초 시네도 대가 끊긴 셈이지.……그런데 참, 이번 계집앤 어린 것이 여간 잔망스럽지가 않아. 글 쎄, 죽기 전에 이런 말을 했다지 않아? 자기가 죽거든 자기 입던 옷을 꼭 그대로 입혀서 묻어 달라고……."

 

소년의 말이 모두 끝났다. 허름한 초가집 마루에는 소년과 소년의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정운산 형사가 앉아 있었다. 정운산이 입을 열었다.

"그게 전부니?"

"네."

"정말 더 할 말 없어?"

소년은 입을 열지 않았다. 정운산은 어렵게 이야기를 꺼냈다. 

"그래. 잘 들았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구나.

그 소녀를 왜 죽였니?"

소년과 그의 부모들의 얼굴에 놀란 빛이 역력했다. 그들의 반응을 무시한 채 정운산은 입을 열었다.

"지금은 9월이란다. 가을 무 철이지. 가을 무는 맛이 올라 달디 달지.

그런데 네가 뽑아준 무를 먹은 소녀는 왜 맵고 지려 했을까? 네가 무언가를

발랐던 거야. 바로 양잿물이지. 네 어머니의 빨래통에서 양잿물을 훔쳐 무에다 바른 후 소녀에게 갖다 준 거지. 당연히 소녀는 맵고 지려 할 수 밖에 없었고..."

소년의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 소년의 아버지, 어머니는 직감으로 정운산의 말이 사실인 걸 깨달았다. 어머니는 소년의 등짝을 내지르며

"아이고! 이놈아. 어쩌자고 그런 일을 저질렀어!"  연신 소리지른다.

사실, 정운산도 소년의 범행 동기가 궁금했다.

"아부지가 맨날 윤초시한테 빌빌거리는 게 보기 싫었단 말예요. 걔도 미웠어요. 서울에서 왔다고 잘난 체만 하고...아부지가 만날 새벽 네 시에 일어나 힘들게 일해도, 우리 집은 가난하기만 한데, 윤초시네는 아무 것도 안 하면서도 우리가 일한 거 다 가져 가는 게 싫었어요."

소년의 아버지가 힘없이 뇌까린다.

"이놈아. 그마나 우리가 먹고 사는 게 다 누구 덕인데. 윤초시님 아니면 우린 다 굶어 죽었어. 인석아."

마침내 정운산이 입을 열었다.

"꼬마야. 소녀가 왜 자기 옷을 같이 묻어달라고 했는 지 알겠니? 소녀는 네 등 뒤에 업혔을 때, 네 등 위에 침을 비롯해 토사물을 흘렸어. 소녀 옷에도 물론 묻었겠지. 나중에 소녀는 병석에 누워 자기가 먹은 무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지. 혹시 옷을 조사해 너의 범행이 발각될까 두려워 한 소녀는 옷을 같이 묻어달라고 했던거야. 그 옷을 영원히 세상에서 없애려고 했던 거지. 소녀는 죽으면서도 너를 지켜주려 했단다..."

소년은 오열했다.

정운산은 한창 아름다울 나이의 소년이 소녀를 죽여야만 했던 불평등의 고리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영원히 끊을 수 없는 가난과 세습화된 빈익빈 부익부의 현실이 소년으로 하여금 무서운 생각을 불러일으키게 한 것이다.

또한 죽어가면서도 소년만을 생각한 소녀의 가슴아픈 사랑도 그의 마음을 시리게 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처연한 감상만을 남긴 채, 얄궂은 소나기가 초가집 안마당을 때리기 시작했다.

1953년 거문도에서 있었던 일...

2005년 지금도 어딘가에서 일어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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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네 번째로 편집한 신작 <코핀 댄서-암살자의 문신>이 출간되었다. 여태껏 작업한 책 중에 가장 맘에 드는 작품이다. 정말 정말 재미있다..^^;;

 

국내 개봉된 영화 <본 컬렉터>의 원작 소설을 쓴 제프리 디버는 영화 속에서는 댄젤 워싱턴이 맡았던 전신마비 법과학자 링컨 라임과 미모의 파트너 아멜리아 색스가 등장하는 시리즈를 6편 썼다. 시리즈 첫 작품이 <본 컬렉터>, 후속작이 <코핀 댄서-암살자의 문신>이다.

 

'코핀 댄서'는 전설적인 킬러의 이름이다. 이 넘은 어찌나 사람을 잘 죽이는지, 누구도 정체를 본 적이 없고 성공률 100%다. 심지어 한번 의뢰하면 의뢰자도 취소 못한다. '코핀 댄서'는 중요한 사건의 증인 3명을 45시간 동안 모두 암살해야 하고, 우리의 링컨 라임은 침대에 누워 '코핀 댄서'와 대결해야 한다는 줄거리이다.

 

죽이는 게 빠를까, 지키는 게 먼저일까...창과 방패의 대결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그런데 제일 재미있는 부분은 바로 '코핀 댄서'의 정체가 드러나는 장면이다. 그야말로 반전의 반전...단언컨대 책을 무지 꼼꼼하게 보시는 분도 '코핀 댄서'의 정체를 맞출 수 없을 것이다.

 

작가 제프리 디버는 변호사 출신으로 머리가 무지 좋은 사람이다. 20편 남짓한 스릴러 소설을 썼는데 모두 반전으로 유명하다. 반전이라고 해서 전쟁을 싫어한다는 건 아니고, 방심하고 있던 독자의 뒷통수를 후려갈기는 그 반전 말하는 거다.

 

깊어가는 가을 밤, 심심한 솔로들은 이 책을 보시길...이 책의 재미는 그간의 외로움, 설움, 질투, 분노, 원한, 공복감...등을 일순간에 날려줄 만큼 강력하기 때문에...^^;;

 

p.s/ 표지 이미지는 사신이 여자와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이다. 암살자 '코핀 댄서'에 대해 유일하게 알려진 건 팔뚝에 저 문신이 있다는 것이다. 춤이 끝나면 여자를 관에 넣겠다는 소름끼치는 암시를 담고 있다. 저 표지 이미지 일러스트레이터 써서 비싼 돈주고 한거다...-_-;;

 

 

 회사 내부에서 책에 사진 빼자고 심각하게 고민하게 만들었던 웬지 인상이 맘에 안 드는 작가다.

그런데 글 쓰는 걸 보면 거의 천재다. 그 독창적인 반전과 플롯들을 어케 다 만드는지 궁금하다...

 

 

 

 

 

 

 

 

 

작가: 제프리 디버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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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5-10-25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박 나길 바랍니다. ^^

jedai2000 2005-10-25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야클님이 많이 도와주셔서 대박날 거예요..^^;;
 
야옹양의 두근두근 연애요리
김민희 지음 / 21세기북스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심각한 질환을 가지고 계신 분들은 제외하고, 인간은 누구나 오감을 가지고 있다. 촉각, 후각, 시각, 청각, 성감(性感)이 그것이다..-_-;; 농담이다. 미각이 맞다. 이 다섯 가지 감각을 가지고 있기에 우리는 이 아름다운 세상을 만지고, 보고,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아름다운 세상을 가장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사랑은 과연 오감 중에 무엇으로 파악할 수 있을까? 사랑은 대체 어떤 감각이기에 생각만 해도 그리 좋고 행복해지는지, 늘 궁금했었다. 하지만 슬프게도 인간의 능력이란 미약하기 짝이 없어 사랑은 좀처럼 오감으로 파악할 수 없었다.

 

그래도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사랑의 느낌을 불완전한 우리의 오감으로 파악해야만 한다. 왜냐? 가진 것이 그것밖에 없으니까..-_-;; 중언부언 써댔는데 이런 것이다. 사랑을 떠올릴 때, 나는 항상 그녀의 향수 냄새가 코끝에 맴도는 느낌을 받는다. 사랑 느낌이 후각으로 옷을 갈아 입었다고나 할까.

 

이런 분들도 많을 것같다. 옛날에 함께 먹었던 스파게티의 맛으로 지나간 사랑을 추억한다거나, 추운 겨울 길거리에서 애인과 먹던 떡볶이만 떠올려도 입가에 훈훈한 미소가 감도는 분들...(부럽다..T.T) 역시 먹는 낙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즐거움일 것이다.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어주는 사랑이라는 가장 큰 선물과 사람이 살면서 느끼는 가장 큰 즐거움, 식도락이 결합한다면 그게 바로 멋진 만남, 행복한 인생 아닐런지...

 

그래서 선지자들은 이런 사랑과 음식의 행복한 밀월 관계에 주목해 많은 작품들을 남겼다. <달콤쌉사름한 초콜릿>도 생각나고, 조니 뎁 나오는 <쇼콜라>, <식신(이건 좀 아닌가 -_-;;;)>등도 있다.

여기 사랑과 음식을 멋지게 결합시킨 또 한편의 훌륭한 작품이 있다.

 

두둥~ 바로 <야옹양의 두근두근 연애요리(이하 '야옹양')이다. 이 책이 나오게 된 계기가 상당히 재미있다. 네이버에서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던 성은 야요, 이름은 옹양이라는 분께서 -_-;; 평소 요리에 심취하야 몸소 요리한 사진을 예쁘게 찍어, 일상의 소소한 에피소드와 조리법을 곁들여 올린 것이 많은 분들의 관심을 끌어 결국 이쁜 책으로 묶여져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국내 유일의 '로맨틱 큐트 쿠킹 에세이'를 표방한 이 작품은 요리책으로도, 에세이로도 재미있다. 이 책의 형식은 먼저 연애와 일상의 에피소드가 3페이지 정도 제시되고, 그 에피소드를 요리로 산뜻하게 마감한다.

 

예를 들어, 고백의 날 두 사람은 스파게티를 먹는다. 어색한 고백이 끝나고 사랑을 시작하기로 한 두 사람. 그 에피소드의 마지막에는 스파게티의 레시피와 사진이 나오는 식이다. (개인적인 인연으로 작가를 조금 알고 있는데 실제로 그분의 요리 솜씨는 대단하다) 그러니까 이 책을 보시는 분들은 비밀스런 연애일기를 훔쳐보는 쾌감(?)과 요리 지식 두 가지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떨리는 첫 만남에서부터, 가슴 터질듯한 고백의 순간, 점점 닮아가는 서로를 확인하는 기쁨 같은 연애의 첫걸음부터 사랑이 깊어지자 그만큼 외로움도 깊어지는 오래된 연인의 느낌 같은 미묘한 슬픔으로 작가는 우리를 안내한다. 그렇다. 연애에 어찌 행복만 있을 수 있겠는가. 작가는 직접 연애를 하면서 겪은 기쁨, 슬픔, 외로움, 환희, 절망 등의 감정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너무도 솔직해 오랜 친구와 마주앉아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이 작품의 두 주인공인 야옹양과 정군은 특별하지 않다. 평범한 직장인, 정군이 사실은 재벌2세의 후손이라든가, 야옹양의 요리 솜씨가 세인의 관심을 끌어 제과, 제빵 기능장으로 성장한다든가 하는 신데렐라 스토리는 이 책에 없다. 요리를 좋아하고, 그만큼 정군을 좋아하는 야옹양의 소소한 이야기가 있을 뿐이다. 그래서 더욱 공감가고 친근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작품이다.

  

<야옹양의 두근두근 연애요리>는 평범한 우리의 친구들이 평범하게 사랑하고, 다투고, 화해하고, 울고, 웃고, 먹는 이야기를 비범하게 그리고 있다. 깊어가는 이 가을, 연애에 흠뻑 빠지신 분, 꿈같은 연애 한번 해보고 싶으신 분, 이별의 위기를 맞은 연인들, 맛난 요리를 해보고 싶으신 분, 본인 같이 라면도 잘 못 끓이시는 분...모두에게 추천해드리고 싶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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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테라
박민규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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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선배분의 눈이 빨갛다. 이유를 물어보니 너무너무 재미있는 책을 읽느라 새벽 늦게까지 잠을 못 잤다는 것이다. 제목을 물어보니 박민규 작가의 <카스테라>였다. 평소 입싸고 귀엷기로 유명한 본인은 그렇게 재미있다니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구매에 이르게 되었다.

 

실로 오랜만에 보는 국내 작가의 소설이었다. 몇 년전까지만 해도 국내의 유명한 작품들은 의무 방어전으로라도 전부 읽었었는데 알맹이없는 사색으로 독자의 얼굴을 사색으로 만드는 사소설과 진부한 운동권 후일담 문학, 얼치기 페미니즘 작품들로 완전히 실망하고 국내 소설은 잘 읽지 않게 되었다.

 

소설은 무엇보다 재미있어야 한다. 요즘 한국 문학이 위기라는데 제일 먼저 작가들이 반성을 해야 한다. 이름을 밝히기는 뭣하지만 주인공 발 묘사만 한 페이지 넘게 쓰는 작가도 보았다. 독자는 주인공 발톱이 어떻게 생겼는지 전혀 궁금하지 않다. 주인공이 발을 딛어 외부 세계와 대면하며 그 과정에서 감동과 재미, 성찰을 제공하는 것을 원할 뿐이다. 밤잠을 설치게 만들고, 수업 시간에도 몰래 책상 밑에서 책장을 넘기게 하는 그런 재미있는 책들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한국 소설이 외면받는 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한국소설을 별로 읽지도 않는 사람의 건방진 사설이었다. 어쨌든 다시 <카스테라>로 넘어가 보면, 무엇보다 이 책은 재미있다. 총10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단편집 형태인데 각각의 단편에 작가 특유의 환상적(?)인 현실 인식, 유머스런 너스레가 잘 섞여져 있어 읽는내내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이 작품집은 새롭다. 박민규 작가의 책은 처음 읽어보지만, 이 사람의 뇌를 들여다보고 싶을 정도이다. 표제작인 ‘카스테라’에서 1인칭 주인공은 전생에 훌리건이었지 모를 냉장고와 동거하다, 20세기는 사실 냉장의 역사임을 깨닫는다. 그는 냉장고에 소중하거나 해악을 끼치는 모든 것들을 집어넣기 시작한다. 첫 번째로 <걸리버 여행기>가 들어간다. 소중하니까...두 번째는 아버지다. 간단히 말할 순 없지만 해악을 끼치니까...나중에는 미국도 들어가고 두 사람을 제외한 중국도 들어간다. 냉장고 안에 새로운 세계가 조성된 것이다. 다 집어넣고 한참 뒤에 냉장고를 열었더니 냉장고 안에는 카스테라 한 조각이 들어있을 뿐이다.

 

‘헤드락’이라는 작품에서 미국 유학생인 화자는 호두나무 아래에서 느닷없이 달려온 프로레슬러 헐크 호건에게 헤드락을 당하고, 복수를 위해 몸을 만들어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당했던 고통을 되갚는다. ‘대왕오징어의 기습’에서는 150m짜리 대왕오징어에게 전세계가 유린당하기도 한다. 마치 초딩(?)같은 분방한 상상력과 환상의 세계로 작가는 우리를 초대한다.

 

그의 작품에서는 평범한 주인공이 애써 현실을 넘어 환상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현실과 환상이 공존한다. 예를 들어 세상의 온갖 쓴 맛을 본 ‘고마워, 과연 너구리야’의 주인공이 사우나에서 괴로워할 때, 뒤를 돌아보니 그곳에는 커다란 너구리 한 마리가 서 있다. 너구리는 주인공의 등을 밀어주며 그를 위로한다.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기이한 장면이지만 묘하게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한다. 아마도, 역시 세상에 좌절한 중년남자가 그의 등을 밀어주고 그를 위로했더라면 지금같은 작품의 감흥은 나지 않았을 것이다. 너구리니까 감동적인 것이다! 이런 현실과 환상의 평화공존은 답답한 세상의 현실에 찌들어 있는 독자들의 눈과 가슴을 잠시나마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해준다.

 

또한 이 작품집은 무지하게 웃긴다. 작가는 시침 뚝 떼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을 진지하게 풀어놓는데 그 문장에 재치가 가득하다. 위에 언급한 ‘고마워. 과연 너구리야.’를 보자.

 

어떤가? 잘은...모르겠습니다. 그렇지? 네. 내가 중학교 때 하던 오락일세. 그때는 이 너구리 기계가 연달아 열 대까지 놓여 있던 오락실도 있었지. 애들은 줄을 섰고 말이야. 너나 할 것 없이 다들 너구리에 빠져 있었어.
좋은 시절이었지.

그럴 수도, 라고 나는 생각했다. 너구리와 중학생이 그토록 친했다면 확실히 나쁜 시절은 아니었을 테지.

 

이 대목을 읽을 때 지하철이었는데 웃음 참느라 죽는 줄 알았다. 여기서 가장 유쾌한 작품은 ‘야쿠르트 아줌마’이다. 상습적 변비 증후군에 걸린 주인공이 화장실에서 힘을 주며 읽는 작품은 <농담 경제학사전>인데, 이 책의 첫머리에는 300년 전 멸종한 도도새의 이야기가 나온다. 배설물로 위치가 들통나 멸종의 위기에 빠진 도도새들이 론도, 르네, 드봉, 캄푸 등으로 배설물을 숨기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너무도 천연덕스럽게 풀어놓는 작가의 입담에 두손두발 다 들었다. (론도, 르네, 드봉, 캄푸가 무엇인지는 직접 확인하시길...참고로 유명한 도도새 사냥꾼들의 이름은 피구, 콘세이상 등 전부 포르투갈 국가 대표 선수들이다.)

 

농담이 앞에 붙기는 하지만 <경제학사전>이라는 진지한 권위를 작가는 정말 사전을 보는 것처럼 진지하게(그러나 말도 안 되는 웃음거리로 전락시키며) 묘사하고 있다. 왜 우스운 이야기도 자기가 먼저 웃는 사람보다도, 자신은 진지하게 정색을 하며 촌철살인의 한 마디를 던지는 사람이 훨씬 재미있지 않은가 말이다. 참을 수 없는 진지함과 참을 수 없는 유머의 절묘한 조화로 이 작품은 독자들에게 웃음의 오르가즘을 안겨준다.

 

물론 이 작품집은 정신병자의 환각같은 비현실적인 이야기나, 가벼운 유머에만 집중하는 작품은 아니다. 묘사는 환상적이지만, 작가가 인지하고 있는 세계는 다분히 현실적이다. 10편의 단편의 모든 주인공들은 사회적 약자이며, 현실에서 좌절을 경험하며, 지독한 가난에 빠져 있다. ‘갑을고시원 체류기’같은 작품의 고시원 묘사같은 부분들은 실제로 경험하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지독한 현실감을 보여준다.

 

내가 박민규 작가가 마음에 든 지점이 바로 이곳이다. 그가 보는 현실은 대책없이 낙관적이지도, 하염없이 비관적이지도 않다. ‘코리언 스탠더즈’에 등장하는 전직 운동권 인사는 국회의원 자리도 고사하며, 농촌으로 낙향해 농촌 운동을 한다. 종래의 우리소설에서는 이런 사람은 처음에 힘들어도 결국 어떤 식으로든 보상을 받을 것이다. 그런데 그의 집단 농장은 외계인의 공격을 받아 전부 파괴되고 만다. 곧은 마음을 가진 인격자가 항상 성공하는 세상은 아니라는 현실을 냉철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의 현실 인식이 칼같이 냉정하기만 한 건 아니다. 오히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따스한 시선이 보일 때가 많다. ‘아, 하세요 펠리컨’이라는 작품에서 전세계의 가난하고 버림받은 사람들은 오리배(유원지에서 볼 수 있는 바로 그 오리배)를 타고 전세계를 여행하기도 하고, ‘야쿠르트 아줌마’에서 변비로 상징되는 세상 앞에 좌절한 주인공에게는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야쿠르트 아줌마가 나타나 돈도 안 받고(!) 야쿠르트를 주기도 한다.


작가가 아웃사이더들에게 보내는 따뜻한 눈길을 도처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느낀 점을 대강 정리해 보았는데, 박민규 작가의 <카스테라>는 보다시피 아주 새롭고, 기이하며, 우스우면서도 슬픈 이야기이다. 기존의 어떤 작가들에게서도 볼 수 없는 환상적인 이야기에 묘한 아픔을 담아 그만의 문장으로 작품을 완성해낸다. 물론 현재의 그 독창적인 문체는 재기발랄한 면은 강하지만, 그만큼 기품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자신만의 색깔이 있고 기백이 보이는 작가이니만큼 장점은 잘 살리고, 단점은 더 보완해나갈 것이라고 믿는다.


참으로 길게 썼지만, 무엇보다 재미있는 작품이니 꼭 읽어보시라고 진심으로 권해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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