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섬 악마 동서 미스터리 북스 145
에도가와 란포 지음, 김문운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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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수>를 읽고 팬이 되버린 저로서는 가장 기대했던 책이었습니다. 제 친구들에게도 쫙 돌렸더니, 모두들 잼있다고 난립니다. 제 친구들이 좀 변격스러운가봐요...(변태들 -_-;) 어쩄든 외딴 섬 악마 역시 아주 흥미롭더군요.


저는 도입부가 잼있는 작품을 읽을 때 몰입을 더 잘하는데, 첫 머리부터가 아주 흥미롭더군요... 한 젊은이가 공포스런 일을 겪고 백발이 됐다! 과연 무슨 일이 있었기에 머 이런 흥미를 불러 일으키는 거죠. 두 번의 딕슨 카 스러운 밀실 살인, 불가능 살인이 도입부에 배치되고 이것을 조사하던 주인공들은 더 큰 음모와 맞닥뜨리고, 생명의 위험을 무릎쓴 모험을 하게된다는 게 기둥줄거립니다. 처음 부분은 추리 소설 구조, 뒷 부분은 모험 소설 구조로 보여지는데, 비교적 유기적으로 결합이 잘 되있는 보입니다. 무엇보다 정말 흥미진진한 작품으로 페이지가 선풍기 날개 돌아가듯 휙휙 넘어가는 책입니다. 왜 무서워서 책장을 덮고 싶다가도, 뒷 이야기가 궁금해 못 견디겠는 기분 있죠.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런 기분을 느꼈습니다.

특히 불구자들이 단체로 출연할 때, 너무 무섭고 징그러웠어여...-_-;그러나 데카님도 쓰신 거 같이 작품 자체의 수준은 <음수>,<인간의자>등의 대표작에는 조금 못 미치는 듯 합니다. 다들 인정하셨듯이 란포 특유의 엽기스런 상상력이 상업적인 필요에 의해  조금 변질된 흔적도 나타나구요. 앞부분의
살인 사건 해결에 쓰인 트릭도 좀 유치합니다. 그러나 란포만의 색깔은 확실하게 간직한 책으로 재미만은 보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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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10-29 0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일이 좋아님, 확실히 찜찜하더이다.. ^^; 음수는 정말...

jedai2000 2005-10-29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일이 좋아님...이번 기회에 한 번 보시는 것도...<음울한 짐승>에 실린 '음울한 짐승'과 '인간의자'는 정말 찜찜함에 대명사죠. 저는 그런 스타일도 좋은데...제 생각에 '인간의자'는 정말 잘 쓰인 단편인데, 참고 한 번 보시는 게 어떨는지요..^^:;
 
냉동화상 - CSI: 과학수사대, 라스베이거스 #1
맥스 알란 콜린스 지음, 유소영 옮김 / 찬우물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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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서 엄청 유명한 tv시리즈를 소설화했다고 하더군여..사실 제가 남모르게 좋아했던 여성분이 무지 좋아하던 시리즈라 대화를 하기 위한 의무감으로 챙겨 봤다가 저 역시도 팬이 됐습니다...(그 여성분하고 어떻게 됐는지는 묻지 마셔여...T.T) 익숙한 기존의 수사물과 비슷한 얼개를 가지고 있지만 최첨단의 과학 장비를 이용해 수사를 전개해 나간다는 점이 인기 요인인 거 같구요...수사대원들의 독특한 매력이 또한 사랑받는 원인인 거 같아요. 전 캐서린하고 워릭이 좋더라구요...

어쨌든 소설은 TV 시리즈물을 그대로 활자화한게 아니라 오리지널 스토리를 가지고 있더군요. 책 앞 부분의 작가 소개를 보니 작가인 맥스 알란 콜린스는  추리 소설 장르를 부활시킨 사람이라고 거창하게 소개해 놨더군요...추리 소설 장르를 좀 시원찮게 부활시킨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네여..-_-; 이 시리즈는 책이나 드라마나 중요한 단서가 대부분 우연에 의하여 발견되다는 점에서 조금 아쉽더군요...몇 몇 에피소드는 정말 본격 추리물이라고도 할수 있는 완성도를 지녔기도 한데 말이죠...

소설은 그럭저럭 드라마의 분위기를 잘 살렸습니다. 그리셤과 사라가 한 팀으로 눈 덮인 산길에서 불에 탄 시체를 수사하고, 캐서린과 나머지 팀이 질식사한 여자 시체를 수사하는데, 캐서린 팀의 사건이 조금 더 잼있습니다. TV 시리즈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머리속에서 영상화시켜 잼있게 보실 수 있을 듯...책을 읽다 보면 미국의 대중 문화나 과학 수사 장비들에 대해 많은 정보가 필요한데 그걸 설명하는 각주는 잘 되있던 거 같더군요...어려워서 책을 접지는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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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형사 I 피터 다이아몬드 시리즈 2
피터 러브시 지음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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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너무 덥죠? 저는 더위를 별로 안타는 편인데도 요즘같이 심한 더위에는 맥을 못 추겠어요. 책도 잘 안 읽히고요...그저 시원한 맥주만 땡기네여..
어제는 술 마니 마신 다음에, 잠깐 벤치에서 쉬다 갈라구 누웠는데, 핸폰이 바지에서 떨어졌나 봅니다. 집에 가보니 핸폰이 없어져 하루종일 절망 상태였는데 다행히 어느 분이 주으셨더라구여...차비조로 2만원 드렸는데 피눈물이 납니다. 그 돈이면 책이 몇 권인데...요즘 저는 무슨 일에든 돈을 쓰면 그 돈으로 책을 사면 멀 살 수 있는데...몇 권 살 수 있는데...이러면서 기회비용만 따져여...갖고 싶은 책이 너무 많은데 현실적으로 상황이 안 따라줘서 넘 아쉽네여...빨리 돈을 벌어야 하는데 쩝...-_-;

쓰다 보니 넋두리만 늘어놨군여. 오늘 평해볼 책은 피터 러브지의 <마지막 형사>입니다. 저는 몇 달전에 인터넷 중고 서점에서 구했는데, 요즘 고려원이 회생하면서 쉽게 구할 수 있게 되었나 봅니다. 다행이네여...고려원에서 앞으로 추리 소설을 더 많이 냈으면 좋겠네여...또 망하지 않을 정도로만..-_-; 여튼 피터 러브지의 소설은 우리 나라에서 단 3권 번역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항상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걸작 <가짜 경감 듀>
가 있고요.

크리브 경사가 나오는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한 <마담 타소가 기다리다 지쳐>도 있네요...이 작품도 아주 인상깊게 읽었는데, 유감스럽게도 제가 읽은 책은 중간 20여쪽 정도가 낙장, 파본된 책이라 내용 파악이 살짝 안되는 부분이 있어 지금도 아쉽습니다. 다시 구해서 읽어봐야 할 책입니다. 크리브 경사 시리즈는 전술했듯이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했는데 그 시대 고증이 아주 철저합니다. 제가 전에 학교 수업 시간에 빅토리아 시대를 다룬 교육용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는데, 그 시대에 처음 사진 기술이 발명되면서 순진한 젊은 처자들이 호기심에 누드 사진 찍었다가  인생 망친 경우가 많았다고 하더군요... 이 작품도 여주인공이 호기심(?)에 찍어 본 누드 사진이 아주 중요한 모티브였죠... 작가가 자료 조사를 많이 했는지 사진의 발명과 대중화로 인한 사람들의 반응같은 그 시대 풍속도가 아주 정교하게 재현되었더라구요.  

그리고 오늘 소개시켜 드릴 <마지막 형사>가 있네요. 이 작품의 주인공은 나이도 많고, 독불장군식에다 용의자를 거칠게 몰아붙여 자백을 잘 받아내는 피터 다이아몬드 형사입니다. csi를 이 사람이 봤다면 정말 말세로다! 했을 거예요. 과학 수사에 대해 체질적인 혐오감이 있는 사람이거든여...과거의 명수사관은 과학 기술에 의존하지 않았다!는 게 입버릇이구요.
사실 요즘의 범죄 사건들은 거의 과학 수사에 의해 해결이 됩니다. 범인들의 체모 하나에서, 살짝 흘린 침 한 방울에서 유전자 정보가 좍 나오는 시대인걸요...범인의 허를 찌르는 추리가 나오기 어려운 세상인거죠...그런 면에서 과학은 틀릴 수 있지만, 인간을 고찰하는 자신의 눈은 틀릴 리 없다고 고집스레 믿으며, 옛 방식의 수사를 고집하는 다이어몬드 형사는 그야말로
<마지막 형사!>인거죠...이 책의 대부분의 재미는 다이어몬드 형사의 개인적인 매력에서 나오는 듯 합니다. 처음에는 부하들을 날카롭게 다루며 용의자들을 거칠게 다루는 등 뭐 이런 꽉 막힌 사람이 다 있지? 이런 생각이 드는 인물이었지만 뒤로 갈수록 인간적인 매력이 드러나거든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피터 러브지는 현존하는 추리 작가 중에 가장 흥미진진한 글을 쓰는 작가입니다. 배경이 과거도 좋고 현재도 좋습니다. 수사물도 좋고, 본격물도 좋습니다. 추리 소설의 모든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작품을 쓸 수 있는 대가라는 생각입니다. 이 책은 호수에서 나체 시체로 발견된 여자의 죽음의 비밀을 푸는 이야기입니다. 여러 사람이 죽는 것도 아니고, 사건이 끝없이 일어나 몰아치는 구성도 아닙니다. 단 하나의 사건으로 끝까지 긴장을 유지시키고, 수사물의 아기자기한 재미를 안겨주지요. 소박한 이야기지만 몰입감이 대단합니다. 중간에는 가장 유력한 두 용의자의 시점에서 사건을 재구성하는 장면도 등장하는 등 독자를 지루하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 듯 보입니다. <가짜 경감 듀>에서 확인하셨던 유머 감각은 역시 최고 수준이구요...

예를 들어볼까요... 발견된 여자 시체는 신원 파악이 안됩니다. 실종자를 파악하는 등 수사를하는 다이어먼드 형사에게 tv드라마에 나왔던 여배우라는 제보가 잇달아 들어옵니다. 그 드라마에 나왔던 여배우는 드라마 중에서 실종된 걸로 처리됐대여...형사는 분노합니다. <도대체 요즘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된 거야? tv드라마와 현실을 혼동할 정도로 제 정신들이 아니라니까!> 그리고는 여배우는 제껴놓습니다. 그러나 여자 시체의 정체는 그 드라마에 나왔던 여배우가 맞습니다. 너무 위트있죠? ^^; (이건 머 스포일러는 아닙니다. 시체의 정체는 초반에 나오거든여...)

시종일관 흥미진진한 수사극은 클라이막스에 법정까지 가면서 법정물 쪽 재미도 살짝 주고요. 마지막에는 반전도 있습니다.(근데 반전은 좀 실망입니다...-_-;) 최고의 재미를 안겨주는 러브지의 수작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한국에 출판된 작품의 순위를 매기라면  <가짜 경감 듀- 마담 타소가 기다리다 지쳐- 마지막 형사> 이렇게 하겠습니다. 그렇지만 워낙에 대가의 작품인지라 이 작품 충분히 만족스러울 것입니다. 꼭 읽어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당...이 작가의 책을 단 3권밖에 볼 수 없는 우리 나라 국민들은 너무 불행해여..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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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10-29 0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터 러브지 책들이 좀 많이 나와 주면 좋겠어요.
마담 타소.. 이 책도 정말 보고 싶은데 구할 수도 없고..

jedai2000 2005-10-29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담 타소가 기다리다 지쳐>, <밀랍인형> 두 개 판 본으로 나왔습니다. 저도 없어요. 빌려서 읽어봤지. 재미있습니다. 앞으로 좋은 작품이 더 나왔으면 좋겠네요..^^;;
 
스위트홈 살인사건 동서 미스터리 북스 98
크레이그 라이스 지음, 백길선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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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왕창 구매한 책들을 읽느라 정신이 없는 요즘입니다. 품평을 할 여유가 없을 정도로 많은 책들의 압박을 느끼고 있답니다.  어제, 그제 비가 엄청 내리네요. 비소리 들으면서 책 읽으면 정신 집중도 잘 되고, 잘 읽히는 거 같습니다. 올 여름 무지 덥더니만 이 비와 함께 여름도 다 가나 봅니다.

오늘 이야기해볼 책은 크레이그 라이스라는 작가의 <스위트홈 살인 사건>입니다. 제목이 재밌군요. 스위트 홈에서의 살인사건이라...이 작가는 뒤의 해설을 읽어 보니 대단한 인기를 누렸던 거 같더군요. 특히 유머러스한 탐정 소동극을 잘 그려내는 작가인 거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해설에 소개된 주정뱅이 탐정 존 J멀론, 제이크 저스티스, 헬렌 저스티스 부부가 나온다는 작품들로 대단한 사랑을 받았다는데 소개글만 봐도 엄청 잼있을 거 같다는 느낌이...정말 보고 싶습니다. T.T

이야기는 미스터리 작가 어머니를 둔 어린 삼남매가 우연히 살해 현장의 목격자가 되고,(그러나 범인의 얼굴을 본 건 아닙니다.) 그 사건을 해결해 미스터리 작가인 어머니에게 유명세를 타게 해 더욱 많은 책을 팔게 하겠다는 기특한 생각에서 출발합니다. 가장 큰 다이나가 14살, 둘쨰 에이프릴이 12살, 막내 아치가 10살인데,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읇는다고 미스터리 작가인 어머니를 둔 덕에 삼남매의 추리력은 대단합니다. 역시 인간에게는 환경의 영향이...

그렇지만 어쩔 수 없이 그들은 아이인지라 가끔 정말 엉뚱한 생각을 해내기도 해 수사에 혼선을 빚기도 합니다. 가장 잼있는 게 삼남매는 4시47분에 총소리를 듣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4시 30분에 총소리를 들었다고 줄기차게 거짓말을 해댑니다.  살해된 여자의 남편이 4시 47분에 알리바이가 없었기 때문이죠. 왜냐구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삼남매가 늘상 읽어왔던 어머니의 미스터리 소설에는 남편이 범인인 경우가 단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죠...^^;;; (스포일러 까지는 아닙니다. 30쪽만 읽으면 나오는 이야기예요.)

여튼 삼남매의 흥미진진한 탐정놀이는 계속됩니다. 가만히 살펴보니 마을에는 살해된 여자에게 원한을 가진 사람들이 어찌나 많았는지, 용의자는 계속 나타납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아무래도 조사 범위에 제한을 받기 마련. 경찰에서 파견된 빌 스미스 경감과 아이를 9명이나 낳아 키워본 오헤이어 경사는 아이들을 사건 현장에서 내몹니다. 그러나 우리의 아이들, 어떻게든 수를 써서 현장으로 들어갑니다. 이게 또 작품의 재미지요. 어른들을 골탕먹이며 사건을 수사하는 재미 말예요...

홍보 문구에 보면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데 그 말 맞습니다. 시종일관 따뜻한 분위기에, 엄마를 생각하는 아이들의 마음 씀씀이, 아이들을 부드럽게 보듬는 엄마의 사랑이 흐뭇하고 유쾌합니다. 정말 유머러스하고 즐거운 작품입니다. 조금 긴 분량이지만 끝나는 게 넘 아쉬웠답니다. 이 사랑스런 가족의 이야기를 조금만 더 들여다 봤으면 싶었거든요.

무엇보다 요즘같이 아이낳기 싫어하는 세상에서 이 책을 무료 배포해야합니다. 이 세 아이들은 집안일도 척척 잘 하고, 삼남매가 서로 싸우지도 않고(이건 말도 안되죠 ㅋㅋ), 혼자 사는 엄마가 쓸쓸해 하지 않기 위해 새아빠감도 물색해주는 등 아주 키울 보람이 있는 아이들입니다. ^^;;; 저두 원래 아이들을 싫어하는 편인데(시끄러워서..-_-;;) 이 책을 보고 아이를 빨리 가지고 싶었다니까요. 물론 어디에도 볼 수 없는 그야말로 책 속에나 있을법한 아이들이지만 혹시 또 압니까? 복권이 터지듯 그런 아이들을 만날 수 있을지..ㅋㅋ

추리 소설로서는 엄청난 트릭이 준비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진상이 밝혀지는 순간 뒷통수를 치는 짜릿함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솔직히 추리적 요소는 조금 약합니다. 그렇지만 워낙 매력이 넘치는 작품이기에 저는 안 보신 분들은 꼭 읽어 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네요.

사족인데 세 아이들이 모두 영리한데 사건을 완전히 해결해 낸 건 둘 째 에이프릴입니다. 제 생각에 첫 째 다이나는 14살로 책 속에서 남자 아이와의 데이트를 기다리는 등 살짝 성숙한 모습이고, 막내 아치는 뛰어노는 데 정신없는 그야말로 천방지축 골목대장입니다. 아이의 티를 벗어 나지도 않았고, 너무 아이같지도 않은 어른과 아이의 중간 쯤에 있는 에이프릴이 어른의 지성과 아이의 순수함을 결합해 최고의 추리력을 발휘해 내는 거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작품 중에서 삼남매가 암호를 쓰는데 이거 여러번 성공적으로 쓰입니다. <왜트 안트 되트 니트?>이런 식으로 말 뒤에 트를 붙여 자기들끼리 교신하는데 재미있는 장면이 많습니다. 그런데 영어 원어로는 작가가 어떻게 썼는지 알고 싶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좀 가르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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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더슨의 테이프 - P
로렌스 샌더스 지음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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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추리소설 22권 구입했을 때 샀던 고려원 페이퍼 북 책입니다.  왕창 구입한 책들을 읽느라 정신이 없는데 헌 책까지 17권 추가되서 고민입니다. 접 떄 산 책 중에서 제일 좋았던 책은 <당신을 닮은 사람>. 제가 여태까지 읽어본 단편집 중에서 최강이었다는... 도박을 주제로 한 작품이 많던데 도박이야말로 인간의 본성을 엿보는 가장 흥미로운 단초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두 포커를 한번 해본 적이 있는데 도박 열기가 후끈 달아 오르면서 서로들 경쟁적으로 돈을 올인하게 되더군요. 결국 돈을 못 딸 거라는 걸 알면서도 파멸로 달려가는 느낌...자기 자신이 완전히 파괴되고 싶다는 이상 심리가 생기더군요... 포커 멤버들의 눈은 다들 미칠듯한  자기애(돈을 따고 싶다는..)와 자기파괴(남김없이 잃고 파멸되고 싶다는..)라는 두 가지 상반되는 감정이 쏟아지더군요.  <당신을 닮은 사람>은그런 도박과 인간의 본질적인 모습을 성공적으로 담은 걸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서 참고로 그날 포커에서 제가 자기 파멸을 생각하며 올인했던 돈은 8000원입니다..-_-;;; 너무 거창했죠 ㅋㅋㅋ)

어쨌든 어제 하루만에 다 읽은 <앤더슨의 테이프>이야기로 넘어가죠...
고려원 페이퍼북은 좋은 작품도 많고 분량도 적절하며 책 질도  좋은 편인데 3000원이라니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이런 기획이 성공하여 많은 책들이 출간되어야 하는건데 말입니다.

이 책은 존 '듀크' 앤더슨이라는 전과자가 동지들을 규합해 아파트 한 동을
통채로 털어버리겠다는 작전을 짜고 실행에 옮기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듀크가 동지들을 만나고 계획을 짜고 실행에 옮기는 모든 장소들이 그 전부터 정부에 도청을 당하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듀크가 동지를 만나는 술집이 세금 탈세 문제로 10달전부터 도청을 당하고 있었다! 머 이런 설정이지요. (조금 작위적이기도 합니다. 모든 장소가 그 전부터 공교롭게 도청을 당하고 있었다는 설정은...치명적인 단점이죠.) 그래서 작품의 모든 전개는 이 도청 테이프와 증인들의 기록 등에 의거해서 진행되지요.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해요.

이러한 특이한 설정은 리얼한 현장감 (내가 범죄를 모의하는 현장에서 몰래 듣고 있는 거 같은..)과 생생함을 독자들에게 제공합니다. 구성 면에서 독특한 작품으로 처녀작에서 이런 신선한 구성을 생각해낸 로렌스 샌더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물론 이러한 스타일은 너무도 독창적이라 다른 작가가 흉내냈다간 바로 표절이 되겠죠. 본인 자신도 마찬가지구요. 데뷔작에서 온전한 샌더스 스타일을 만든 겁니다. 아~! 멋집니다.

처음에 동지들을 모으는 장면들은 <오션스 일레븐>이나 <이탈리안 잡>같은 케이퍼 영화들과 비슷한 재미를 안겨 줍니다. 재주꾼들이 한명씩 모여드는 걸 확인하는 재미 말입니당. 듀크를 비롯해 나오는 캐릭터들 모두 생동감이 있구 실제 살아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예요.

무엇보다 가장 멋진 등장 인물은 주인공인 듀크입니다. 듀크는 새도-매저키스트의 변태성욕자에 범죄자에 불과하지만 샌더스의 손 끝에서 빚어진 그의 모습에는 무언지 모를 고결함이 흐르고 있습니다. 자존심과 어려운 상황에서 보여주는 불굴의 투지, 뛰어난 지성같은 장점들이 있지요. 그를 회상하는 모든 사람들은 그에게서 지울 수 없는 인상을 받고 고결한 인물로 그를 회상합니다.

사실 이 책에서의 그는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전술했듯이 그의 모든 뛰어난 작전들은 전부 도청되고 있었죠. 부처님 손바닥의 손오공같이 말입니다. 아무리 날고 겨도 그는 잡힐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던 겁니다. 그렇지만 그 사실 자체를 모르는 그는 계획하고 행동하고, 또 계획하고 행동하는 투지를 보여 줍니다. 인간의 모든 행동을 바라보고 통제하는 신의 존재를 모르고 발버둥치는 인간의 약한 모습이 듀크에게로 오버랩되는 느낌입니다. 그렇지만 듀크의 지칠 줄 모르는 발버둥은 그 자체로 감동입니다. 그는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거든요...

듀크는 어느 정도 순문학에서 튀어나온 듯한 인물로 보입니다. 그는 범죄를 계획하고 행동하지만 딱히 범죄를 저지르는 이유도 별로 없습니다. 그가 사랑했던 여자와 대화하는 장면도 녹음되는데 그는 상당히 허무한 인물입니다. 그가 변태 성욕에만 몰두하는 것도 그 허무를 달래기 위해서인지도 모르죠. 나는 존재한다, 고로 나는 훔친다는 식의 자신의 존재 증명을 위해서 그는 범죄를 저지르는 거 같습니다. 모든 인간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산다고 한다면 듀크는 범죄가 자신의 존재 그 자체입니다. 자신을 입증하기 위한 그의 처절한 분투는 그야말로 감동입니다.

어제 무거운 책 짊어지고 3시까지 술 마시러 돌아 다녔더니 오늘 몸이 좀 안좋군요. 그래서 좋은 리뷰가 못 된 거 같습니다. 머리도 멍하고 글도 왜케 안 써지는지..-_-; 어쨌든 <앤더슨의 테이프>는 장르 문학으로 뛰어난 성취를 이뤘습니다. 무엇보다 뒷 이야기가 궁금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잼있구요. 책 뒷머리의 홍보 문군에 현대인의 실존적 고뇌를 담았다고 하는데 전 무식해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런 느낌 확실히 담겨 있습니다.


처녀작으로 이런 놀라운 작품을 쓴 샌더스의 작품에 앞으로는 올인!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한국에 추리 대학이 있다고 하면 전 전공으로
<로스 맥도널드>, 부전공으로 <로렌스 샌더스>를 택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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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10-29 0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렌스 샌더스의 이름만 보고 처음 듣는 제목의 책을 한권 샀습니다. [태양을 버린 플로리다]라는 책인데 혹시 아시나요? ^^;

panda78 2005-10-29 0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빛 동전]도 재밌었어요. [케이퍼]랑 [블랙 로맨스]도 그런대로 재밌었고.. 맥널리야 뭐.. ^^ 로렌스 샌더스 좋아요.

jedai2000 2005-10-29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양을 버린 플로리다>는 잘 모르겠네요. 제가 알기로 '대죄 시리즈' 4권, 맥널리 시리즈 4권. 계명 시리즈 3권, 해리의 사랑 이 정도가 국내에 나온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같은 책인데 제목이 다른 경우가 많으니 주의해서 구매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