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서스펜스 걸작선 2 밀리언셀러 클럽 20
로버트 블록 외 지음, 제프리 디버 엮음, 홍현숙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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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라임'시리즈로 유명한 제프리 디버가 편저한 서스펜스 명작 모음집의 제2권입니다. 2권에도 유명한 거장들부터, 국내에 한번도 소개되지 못한 좋은 작가들의 작품까지 많은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네요.

 

 

첫 번째 작품 <담배 파는 여자>는 초창기 미국 하드보일드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제임스 케인의 작품입니다.  제임스 케인은 <우편배달부는 벨을 두번 울린다>와 <이중 배상>이라는 불후의 명작들로 유명해졌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더쉴 해미트나 챈들러보다 높이 평가하는 정말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애욕과 정념에 사로잡힌 남녀가 범죄를 계획하고 마침내 좌절하는 내용을 그보다 더 탁월하게 그리는 작가는 앞으로 나오기 힘들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실린 <담배 파는 여자>는 대단히 실망스럽더군요. 음반 제작자인 주인공이 자신이 맡고 있는 밴드의 곡을 표절한 혐의를 받고 있는 나이트클럽의 록밴드를 찾아가 사실을 확인하려 합니다. 그곳에서 그는 매력적인 담배 파는 여자를 만나죠. 그리고...내용 설명을 못 드리겠네요.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거든요. 작가의 필력이 엄청 떨어졌거나, 내용을 심하게 축약한 듯한 느낌, 더구나 다소 좋지 않은 번역까지 겹쳐 2번을 읽어도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습니다.

 

 

<7월 4일의 야유회>는 렉스 스타우트입니다. 그는 엄청나게 비대한 몸집의 명탐정 네로 울프와 그의 사랑스런 조수 아치 굿윈의 이야기를 50편 넘게 쓰면서 엄청난 사랑을 받습니다. 작품의 화자인 아치의 매력을 최대한 살리면서 그는 추리소설에서 필수적인 '와트슨' 역할의 새로운 유형을 창출해냅니다. 단순히 사건의 보고자나 관찰자가 아닌 독자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매력적인 와트슨을 만들어낸거죠. <7월4일의 야유회>는 네로 울프와 아치 굿윈의 성격이 흥미롭게 드러나는 재미있는 작품이지만 추리소설적으로는 조금 약합니다. 사실 렉스 스타우트가 탁월한 트릭메이커는 아니예요. 다만 읽는 재미가 뛰어날 뿐이죠.

 

 

<우리 시대의 삶>은 <사이코>로 유명한 로버트 블록의 작품입니다. <사이코>와 몇몇 단편 밖에 읽어본 적은 없지만 조금 과대평가됐다고나 할까요. <사이코>는 히치콕의 영화가 훨씬 뛰어나죠. <우리 시대의 삶>은 전에 읽어본 단편인데, 재미없는 남편과 사는 여자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남편은 어느 날부터인가 우리 시대의 삶을 후세에 남길 타임캡슐에 들어갈 물건들의 선정으로 고심합니다. 마무리가 흥미롭지만 예측 가능합니다. 다소 평범하네요.

 

 

<치의 마녀>는 현재 미국의 소수 민족인 인디언 경찰이 등장하는 작품들을 주로 쓴 토니 힐러먼의작품입니다. 저도 좀 아쉬운 게 토니 힐러먼의 작품들을 한 편도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명성이 대단한 작가인데 말예요. 앞으로 좀 찾아봐야겠습니다. 짐 치라는 인디언 형사는 부족에 들어온 이방인이 마녀라는 소식을 듣고 수사를 합니다. 이것도 무슨 내용인지 도저히 짐작이 안 갑니다. 도대체 번역이 문제인지, 쓰다 만 건지...간신히 내용 파악만 겨우 될 뿐입니다. 토니 힐러먼의 다른 작품들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예비 심문>은 저도 처음 들어본 예례미아 힐리라는 작가의 작품입니다.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거나, 평범한 단편들로 지쳐갈 때쯤 튀어나온 물건입니다. 존 쿠디라는 사립탐정이 살인 미수 혐의로 재판을 받는 사람에게 고용됩니다. 그는 배심원 중 한 명이 군대에 있지 않았느냐, 전략적으로 민감한 산업에서 일하지 않았느냐, 수감된 적은 없는가를 조사해야 합니다. 쿠디는 이상합니다. 배심원에게 왜 저런 의문들을 가질까 하고 말입니다. 결말이 아주 재미있습니다. 좋은 단편 추리소설의 요건-초반부에 흥미로운 의문을 던져주고 기발하게 마무리하는- 을 모두 가지고 있는 작품입니다.

 

 

<인터폴: 현대판 메두사 사건>은 평생 단편 추리소설만 쓴 에드워드 호치(호치가 맞을까요..-_-;)의 작품입니다. 메두사 탈을 쓰고 공연을 하는 여자가 실제로 목이 잘린 채 발견됩니다. 사건을 수사하는 인터폴의 세바스찬 블루(이름이...-_-;;) 형사와 로라 샤메는 곧 기묘한 밀실 살인사건과 맞닥뜨립니다. 전체적으로 2% 부족한 느낌이지만 삼지창을 이용한 밀실 살인사건의 트릭은 재미있습니다. 심플하지만 흥미로운 트릭이었습니다. 

 

 

<불타는 종말>은 현대 추리소설계에서 가장 뛰어난 작가 중 한 사람인 루스 렌들 여사의 작품입니다. 인간의 이상 심리, 광기 등이 어떻게 피어나고, 어떤 과정으로 확대되며, 어떤 파국을 맞게 되는지를 예리하게 그리는 데는 따를 작가가 없습니다. 밧줄로 조이듯 다가오는 공포감이 대단한 작품을 쓰는 작가이죠. <불타는 종말>은 단편이지만 역시 좋습니다. 여기서는 인간의 살의, 악의가 어떻게 스물스물 피어나는지를 특유의 건조한 문체로 조명합니다.

 

 

<시적인 정의>는 스티브 마티니의 풍자적인 작품입니다. 매끄러운 얼굴과 처세술로 공부 한 자도 안하고 일류 변호사가 되는 남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건 작품 중간 중간에 코러스가 등장하는 것입니다. 그리스 비극처럼 말예요. 코러스는 전지적 시점에서 주인공의 인생을 비웃곤 하죠. 이런 코러스를 쓴 것은 탁월한 선택으로 보입니다. 주인공의 결말은 정말 그리스 비극처럼 인간 운명의 아이러니를 보여 주거든요.

 

 

<붉은 흙>은 에드거 단편상을 수상한 마이클 말론의 작품입니다. 주인공은 어린 시절을 회상합니다. 유명 여배우가 부자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습니다. 그러나 주인공의 아버지는 어린 시절부터 짝사랑했던 유명 여배우의 결백을 확신하죠. 아련한 추억의 향기를 손에 잡힐 듯 묘사하는 문장력이 좋습니다. 그러나 추리소설적이지는 않습니다. 순문학(?)에 가깝죠...

 

 

<베니의 구역>은 마샤 멀러라는 여류 작가의 작품입니다. 역시 여탐정인 샤론 맥콘이 주인공입니다. 암흑가의 패권을 둘러싼 혈전 중에 살인 장면을 목격한 증인이 있습니다. 증인은 재판장에 서지 말라는 경고를 받고 두려움에 떱니다. 샤론 맥콘은 누가 증인을 협박하는지 조사에 나섭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진진한 작품입니다. 진상을 알아가는 과정도 매끄럽고 결말도 좋습니다. 마샤 멀러의 샤론 맥콘 시리즈를 더 알고 싶게끔 만드는 흥미로운 단편입니다.

 

 

2권에서 3작품만 꼽으라면 <예비 심문> <불타는 종말> <베니의 구역>을 뽑겠습니다. 이제 3권만 남겨 놓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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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11-19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권 읽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