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에는 일 관계로 교보문고를 갔다. 가는 길에는 지하철을, 올 때는 버스를 탔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한 지도 어언 9개월이 지났건만 딱히 버스를 탈 기회는 없었다. 직장 생활 하기 전에도 27년 평생 동안 거의 서울을 가지 않았었기에 서울 버스는 단 한 번도 타보지 않았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서울 버스(이렇게 쓰니까 서울 버스가 뭐 대단한 거라도 되는 거 같다..ㅋㅋ)

계단에 발을 디뎠다. 내 앞에는 여학생들이 몇 명 서 있었는데, 올라 타면서 교통카드를 단말기에 찍었다.

 

"청소년입니다."

하는 우렁찬 여자 목소리의 기계음에 들렸다. 오호, 인천 버스는 그냥 삑삑 하고 마는데 서울 버스는 일일이 확인을 해주는구나...난 홀로 생각에 잠겼다. 나는 단말기에서 뭐라고 불러줄까 말이다.

 

'청년입니다.' , '성인입니다.' 내지는 '일반입니다.'

이렇게 해 줄라나 생각하고,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교통카드를 찍었다. 들려오는 소리...

 

"환승입니다." -_-;;

 

그래, 내 나이가 청소년은 아니지...청년에서도 조금 빗겨가고 있고...난 그저 단지 환승일 뿐이야.

청춘, 불러만 봐도 가슴이 뛰는 말이지만...환승, 듣기만 해도 소름이 몰려온다.

 

에헤라~ 이미 푸른 나이는 다 지나가 버렸어. 다만 환승이지. (쓸데없이 자조하고 있다...)

여러분...저는 방년 스물 일곱 살의 나환승이예요~ (정신 이상 증세를 보이고 있다...)

이야~ 좋다. 돈주고도 못 한다는 환승을 했네그려. 서울에서 환승해서 저 정말 행복해요~ -_-;;

 

네이버를 찾아보니, 환승은

다른 노선이나 교통수단으로 갈아탐...이란다.

 

그래, 나는 이미 청소년에서 성인으로 갈아탔어. 아이가 신나게 놀다가 어느새 우울한 황혼이 깔리는 것을 보고 문득 쓸쓸해지는 것처럼 별 거 아닌 걸로 괜히 심통나고 우울해졌다.

서울에서 버스는 다시 안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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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05-11-26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왜요,,저는 버스 좋아라하는데 ,,지하철타고 버스타면 돈도 안내고 얼마나 좋아요,,아니면 버스타고 지하철타도,,,

jedai2000 2005-11-26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청소년들이 부러워 심통났던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