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간에서
박 명 용
낫은 뜨겁게 달구어져야
비로소 단단한 낫날이 된다
벌건 불 속에서
전신을 불태울 때마다
조금씩 제 몸으로 다듬어져
드디어 생명을 얻게 되는
몸
그러고 보니
인간도 어머니의 뱃속에서 오랜 시간
울렁이며 달구어지다가
뜨거운 자궁을 통해 태어난
육신이 아니던가
아, 애초부터 거룩했던
저 뜨거움
펄펄 끓는 기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