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령들린 아이와 그 악령을 없애는 구마를 하려는 신부들의 대결을 다룬 영화다. 익숙한 설정이고, 해당 장르의 특성을 그대로 따라간다.
매끈하게 잘 만든 상업영화다. 때로 무섭고 가끔은 우스웠으며, 영상은 세련됐고, 세주연의 연기는 흠잡을 데 없었다. 그리고 모두가 이미 간증했듯 강동원은 잘생겼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제치고 영화의 엔딩을 보고 처음 든 생각은 '감독이 기독교이겠구나'였다. 이 고통으로 가득한 삶을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에 대해 인류가 오랜 기간 갈고 닦은 답중의 하나가 종교다. 그리고 신앙이라는 것은 그 답을 순수히 믿고 따르는 것이다.
아이를 구하려는 신부의 마음은 자신을 아비처럼 대하던 아이에 대한 사랑, 그리고 아이의 고통에 대한 연민 그 밖에 어떤 것도 없다. 세상의 자신에 대한 더러운 의심, 자신이 속한 교단의 냉대, 술 없이 잠들수 없는 밤을 가져오는 두려움. 세상안에서 그 어떤 보상도 주어지지 않는다. 그저 타인에 대한 넘치는 연민과 사랑을 '신의 이름으로 행'하면 이루어진다는 믿음이 신앙이며, 그 신앙을 한치의 의심없이 행위로 보이는 것이 구마다.
이 땅에 넘쳐나는 기독교인들에게 영화에 나오는 이 한 구절을 덧붙인다. 장관 청문회와 신문지상에 매일 오르내리는 것은 부정축재, 부당청탁 뿐인 이 때, 세월호 유족들과 백남기 농민과 비정규직 노동자인 이웃들에 대한 사랑과 연민과 기도는 어디에 두었는가 묻고 싶다.
"내 권리는 나의 주님께 있고, 나의 보상은 하나님께 있다 (이사야 49장 4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