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세이모어 번스타인은 평생 무대공포증을 겪었고 그걸 극복하고 정상의 연주자로 평가받던 쉰살 돌연 은퇴 교육자로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이 다큐를 만든 연기자 에단호크 역시 엄청난 성공을 거둔 후 돌연 무대공포증으로 고통받고, 이 때 세이모어를 만난다.
세이모어는 영화내내 끝없이 말한다. 과연 교육자요 지식인인것이 그가 뜻한 바가 정확히 이해된다.
예를 들어 세이모어는 자기집 피아노가 특별하다는 걸 설명하면서 그냥 소리가 좋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왜 좋은지 정확히 알려준다. 한음을 치며 소리가 작아지며 사라지는게 아니라, 순간 커지면서 사라지는게 좋다고 설명한다. (내 막귀로 들어도 분명 음이 공간을 커다랗게 채우다 사라진다)
그가 처음 음악을 만나는 여섯살의 이야기도 좋았다. 어느 새벽 악보를 보다 너무 아름다워서 울었다는 것이다.
그는 음악은 아이가 싫다고해도 무조건 교육해야 한다고 영화 전반에서 유일하게 엄격한 모습을 보인다. 음악을 진정 만나게 되면 모든 환희의 기준이 되고, 거짓된 감정에 만족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진정한 자신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 모든 혁명에 예술이 필요한 이유며, 모든 독재정권이 예술을 통제 규격화하는 이유다. 인간이 정말 자신이 원하는 걸 하면 세상이 바뀌기 때문이다)
한국전쟁에 참여했던 이 예술가는 그 무수한 시체들을 떠올리며 울고, 그 전장의 새벽에 사슴을 만났던 일을 얘기하며 `제가 죽어서 천국에 있는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삶이란 고통속에 작은 사슴을 만나는 것 같은 신비한 경험을 주는 것이 음악이리라.
그러나 그의 말대로 종교와 달리 언어로 씌여진 음악은 언제든 확인 체험 가능하니 왜 배우지 않는가?
영화는 그가 교습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대가의 마스터 클래스는 말로만 들었지 처음 보았는데, 호흡, 자세는 물론이고 될때까지 한소절을 몇번이고 함께 시도한다. 이때도 그는 더할나위 없이 정확하게 부족한 부분을 설명하고 보여준다.
모두 그가 음악선생을 한다고 했을때 재능을 낭비한다고 했다고 한다. 그는 내 재능을 제자들에게 나눠주는거라고 답한다.
상업성에서 벗어나 단칸 원룸에서 평생을 보내며 끝없이 작곡을 이어간 이 아흔의 음악가가 영화의 말미에 슈만을 연주한다. 왜인지 그 연주를 듣는 내내 눈물이 난다.
연주 끝에 그가 말한다. `내 두손으로 하늘을 만질 수 있다니 상상도 못했던 일이예요.`
내 낡은 피아노의 먼지도 털어내봐야겠다.
덧글. 잠깐 등장하는 에단호크의 목소리가 너무 멋지다. 어떤 일에서든 두려움이 없는 것은 하룻강아지들 뿐이다.
덧글. 그의 제자중 하나가 음악은 소리에 귀기울이는 일이라 다른 사람 말도 주의깊게 듣게 된다는데 나도 열심히 음악공부를 지금부터라도 하면 그런 훌륭한 인간 될수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