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집 자체는 여러가지 맛의 사탕봉지 같아서 몇은 내 취향이고 몇몇은 입에 맞지 않았다. 그래도 명탐정 린타로의 말중에 격하게 동감하는 것은 '동기'로 범인을 찾는 것이 극히 어렵다는 것이다. 솔직히 상대가 화를 낼때도 제가 왜 저러나 할때가 태반인데, 죽이고 싶은 이유를 어찌알겠는가? 나는 샴푸, 밥솥, 공중전화 때문에 서로 껄끄러워진 룸메이트들을 알고 있다.
오늘도 아랫사람을 쥐잡듯 잡기전에 나의 '화'가 사회적 용인의 범주인지 돌아본다. 저마다에겐 저마다의 상식이 있는 법이니 말이다.
오다기리조가 편집자로 나와서 보기 시작한 2분기 일드 중쇄를 찍자는 제법이다. 만화 출판사를 배경으로 좋은 작품을 독자에게 전하려는 영업사원, 서점원들의 노력은 물론이고, 작가와 편집자의 미묘한 관계도 그린다. 어두운 작품에 삼켜질듯한 작가, 결국은 자신의 재능의 한계를 느끼고 포기하는 만화가지망생, 좋은 작품을 팔리는 작품이 되게하려는 편집자들과 작가 사이의 줄다리가 그려진다.
마지막회엔 40년 한 시리즈를 그렸던 작가가 큰 상을 받는 날 그 시리즈는 이제 끝내고 새로운 작품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한다. 너희들은 나를 퇴물취급하지만 나는 나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선언. 청춘을 만화가가 되기위해 도전했지만 재능이 없음을 깨닫고 본가의 술도가를 잇는 청년의 삶도 결코 실패로 그리지 않는다. 정진했다면 그걸로 됐다. 과연 일드답다.
올백으로 뒤로 묶은 머리에 니트를 입고 길다란 손가락에 만화를 쥔 편집자 오다기리조... 완벽히 취향이다. (물론 작년에 오다기리조가 작업복 입고 백수로 나왔을때도 취향이라고 적었다) 저 분이 쥐고 있는 만화로 열권이요! 다행이다 현실에 그런 편집자는 없어 나는 같은 책을 열권살 위기를 피했다. 그리고 아쉽다. 그 어느것에도 그만한 열정을 가지지 못했던 뜨뜨미지근했던 내가. 아직.......... 스스로를 포기하면 안되는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