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이어폰만 4개를 해먹었다. 어째서 기계는 내손에 들어오면 고장이 날까. 올해 마지막 쇼핑은 이만원 짜리 이어폰. 천원샵에서 산 것은 막귀인 내게도 뭉쳐서 도저히 뉴스를 들을 수가 없어 조금 가격대를 올렸다.
조앤 롤링은 과연 긴호흡을 가진 작가답게 1권이 끝나가는 현재 사건이 앞으로 나간다기 보다 인물소개를 천천히 하고 있는 느낌이다. 이 책의 주인공 탐정은 거구에 군인 출신이고 한쪽다리 절반을 잃고 제대했으며, 엄청나게 많은 이복동생을 만들어준 락스타 아버지와 어처구니 없게 무질서한 어머니 사이에서 자란 과거가 있다. 거기다 슈퍼모델급 외모를 가진 엄청나게 부자인 애인과 헤어진데다 빚에 쪼들리는 형편이다. 조앤은 우리의 탐정에 대해 모든 걸 알려줄 기세다. 좋아하는 담배, 이복형제들에 대한 감정 등등. 복잡한 수컷의 냄새를 풍기는 이 탐정에 대해 언제까지고 말할 수 있다. 심지어 지루하지 않게.
그런데 아직 우리의 또다른 주인공인 탐정의 임시비서에 대해서 그닥 많은 것들을 말하지 못했다. 그녀의 아름다움과 꼼꼼한 일처리, 탐정일에 대한 열망, 속물에 다소 지루해보이는 남자친구에 대해 간신히 언급했을 뿐이다.
출연진은 아직 산더미인데 1권은 거의 끝나가니 내가 다 걱정이 된다... 여하튼 그들은 자기소개 짬짬이 일도하고 있다.
이 시리즈가 해리포터 못지 않게 길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누가 두권짜리 책에 절반을 인물소개에 할당해놓고 거기서 그치겠는가. 이건 시리즈가 겨우 시작이라는 증조다.
서경식 선생의 나의 조선미술 순례를 서평단 도서로 받았다. 받아놓고 보니 '우리'와 '죽음'에 대한 여전한 예민한 감각을 보인다. '한국'이나 '우리' 미술이 아닌 왜 '조선'미술이라고 칭했는가에 대한 서문만으로도 읽어볼만한 책이다. 그가 직접 화가들을 만나 문답한 것 또한 좋다.
이렇게 두권을 읽어가고 있다. 연말새 끝내고 질질 끌고 있는 로맹가리에게 돌아갈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