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몇살에 나는 김광석이 좋아서 서울에 오고 싶었다.
그게 전부는 아니었겠만 내가 기억하기로는 상경의 아주 중요한 이유였다.
대학 일학년은 김광석의 노래를 부르며 술만 마시다 지나갔다.
불행히도 그렇게 불러도 내 노래는 그닥 늘지 않았고 안부르자 원래 음치 상태로 돌아갔다.
나는 그러니까 재능 없는 베짱이이다.
(학교 앞 모 공연술집 사장님은 내 목소리와 노래를 향한 열정을 보고 탄식했다.
목소리도 예쁘고 정말 잘할것 같은데... 저렇게 노래를 못하는게 신기하다며 =.=)
요즘 내 눈을 사로잡는 한사람,
슈스케의 곽진언군이다.
많은 사람들이 곽진언군을 김광석과 비교하는데 내 귀에는 김광석과 음색이 워낙 달라서
오히려 그의 수줍은 미소와 청순한 의상이 더해져
동아리방 가득했던 기똥차게 기타치며 노래하던 훈남 형아들이 생각난다.
(부럽? 누구하나 내것이 아니었음을... 음..)
한 다섯곡쯤 자작곡을 들어보았는데 자근자근 얘기하는 것이 꼭 한사람 꼽자면
정태춘씨가 생각났다.
(곽진언군도 카랑한 목소리의 여성과 이제는 사라진 혼성듀오를 해도 좋을듯)
곽진언의 노래를 들으면 서점에 들러 고심하며 악보를 사던 순간들,
집안을 돌아다니던 가요대백과를 보고 또보며 부르던 오래된 노래들,
좋아하는 곡들을 모아 선물한 테이프들과 악보집들이 떠오른다.
무척 소중했지만 가질 수 없었던 것들에 대한 기억도.
시도 그 시를 읊은 노래도 잘 어울리는 계절이다.
-후 회- 작사/작곡 곽진언
아무리 원한다 해도 안되는 게 몇 가지 있지
열심히 노력해봐도 이루어지지 않는 게 있지
죽도록 기도해봐도 들어지지 않는 게 있지
아무리 원한다 해도 안되는 게 몇 가지 있지
그중에 하나
떠난 내 님 다시 돌아오는 것
아쉬움뿐인 청춘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
사랑하는 우리 엄마 다시 살아나는 것
그때처럼 행복하는 것
사랑하고 사랑받았던 그 시절은 지나갔지만
아마도 후회라는 건 아름다운 미련이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