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오늘은 삼겹살을 조금 사서 혼자 구워 먹어봤습니다.

김치하고 같이 먹으니, 맛이 있네요.

꽃이 다 져요.

안녕.

 

남편

 

삼겹살

 

오늘 내가 왜 쓸쓸한가 했더니,

당신이 혼자 구운 삼겹살 때문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아내

'내 곁에 모로 누운 사람'은 김용택 시인이 아내가 아이들(민세와 민해, 아 이 이름이라니)을 따라 미국에 가 있는 동안 주고받은 편지들을 묶은 책이다. 어제 말이 나온 김에 좀 보다 이 대목에서 슬그머니 웃음이 난다.

 

일상이란 하나마나 한 이야기, 별 의미 없는 행동들을 주고 받는 것인가 보다.

 

생각해보니 오늘이 나의 결혼 2주기다.

선물은 벌써 2주전엔가 신랑이 이태리에서 주문해준 가죽 브리프 케이스를 받았고,

나는 쓰레기 버릴때 쓰라고 바닥에 가죽이 덧되어진 일하는 장갑을 사주었다 ㅎ

 

이번 주는 너무 바빠서 밥 먹을 시간도 없으니,

핑계김에 그동안 너무너무 먹고 싶었던 랍스터를 주말엔 먹으러 가야겠다.

그러면 신랑은 또 '진보운운 하는 인간이 사치'를 부린다고 잔소리를 한바탕 한다음

나보다 두배를 먹겠지 --;;

그 와중에 우리집 자그마한 사람은 지들끼리 먹는다고 낑낑될 것이고,

그러면 우리는 더욱 속도를 내서 식사를 마칠거야.

 

결혼 2주년 내 삶이 아주 시끄러워졌어. 이러다 또 아이가 다 크면 아주 조용해지겠지.

 

춥고 아침부터 '박근혜'를 외치는 소리를 들었더니 삼겹살이 먹고픈 아침이다.

 

 덧글 : 어서 스마트폰으로 바꾸던지 해야지 사진을 못올리니 너무 불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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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12-12-05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왕 주홍글씨를 이마에 박았으니... 흐흐..

저마다 어울리는 옷이 있는 것이고, 내 삶의 외곽의 것들을 '맛'봄으로써 더 큰 먹이를 찾아 해메고 싶지 않을 뿐임.
본인의 나약함을 알고 있기 때문이며, 내가 진 빚이 너무 많아 과분한 것들에게서 내 몫은 없을 뿐더러 그것을 취하기엔 내 손이 부끄럽다는 생각이 좀 있다고나 할까.

그렇다고 내가 옳기 때문에 배수진을 치고 말리는 것도 아니며, 늘 따라다니며 같이 향유하는 것에 할 말은 없음.
회원카드로 싸게 누린다거나, 가끔 특별함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요소라며 적당히 타협하는 거지.
편한 세상이 아닌데 옆 사람까지 불편하게 하는건지도 모르겄지만... -_-;
무절제의 사회에서 강제하지 않는 스스로의 절제가 미덕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건 모리도 공감할걸.. 인류는 먹는 걸 줄야여 한다며?

하여간, 이번주도 잘 먹을게 -_-;;;;; ㅋㅋㅋㅋ

무해한모리군 2012-12-05 12:38   좋아요 0 | URL
뭔 소린지..
말이 어려워지는건 속내를 숨기기 때문이라던데?
여하간 나는 쬐끔먹을거요. 맛난걸로.
랍스터는 멀리서 왔다는게 문제긴 하지만 몇년에 한번쯤인데 스스로를 눈감아주기로 ㅎㅎ

아래 매피님이 쓰셨잖어. 음 라주미힌님은 파스타나 이런거 드삼.. 랍스타는 나의것.

라주미힌 2012-12-05 14:44   좋아요 0 | URL
우린 지난 한달 간 쉐xx 호텔에서 두번의 식사를 했다오... 공짜로 칵테일도 마시고, 전망 좋은 센xxxx 호텔에서는 뷔페도 먹고... -_-;;

우린 빈도, 크기, 범위에 대한 최소한의 국제기준을 따랐으면 함 -_-;

무해한모리군 2012-12-05 16:19   좋아요 0 | URL
뭔가 애기돌 어쩌고 그건 몇달전이고 막 댓글을 달다가 다 귀찮아요 ㅎㅎ
그럼 저 혼자 보내주세요~ 한달에 한번.
맛난걸 조용히 즐기면서 먹고 오겠어요.

그리고 난 쉐라톤에 가고 싶었던게 아니라 거기가 집앞이고 내겐 맴버쉽이 있어 반값이라 간거예요. 도보로 이용 가능한 다른 괜찮은 곳이 있다면 가겠어요.

제 한달 외식 지출액은 제 소득의 7%로 정하고 있습니다.

라주미힌 2012-12-05 16:45   좋아요 0 | URL
헐.. 대패 삽겹살이 도대체 몇 인분인가... @.@
저한테 0.2% 캐쉬백 해주면 복리의 마법으로 돼지 한마리 사주겠음.

무해한모리군 2012-12-05 16:48   좋아요 0 | URL
돼지가 랍스터가 맛이 나지 않는 이상 어림없는 일임!

웽스북스 2012-12-05 17:35   좋아요 0 | URL
라주미힌님 대패삼겹살은 노노
그런 걸로 환원하고 그러면 안돼요 ㅠㅠ

무해한모리군 2012-12-06 08:45   좋아요 0 | URL
웬디양님 전 사실 라님이 저를 혼자보내주면 좋겠어요~~~~
삼겹살 먹으면서도 꼭 이럽니다..
"이게 집에서 먹으면 얼만데.."
전 생각하지요.
"집에서 먹으면 불판 딱아야지, 온집에 냄새나지 기름튀지 확"

Mephistopheles 2012-12-05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휘모리님은 랍스타를 남편분은 중국산 꽃게를 먹으면 되는 것을..

무해한모리군 2012-12-05 12:37   좋아요 0 | URL
그게 저도 그렇게 생각해서 얼마전에 저는 스테끼를 시키고 신랑은 닭꼬치(? 하여간 뭔 일식 꼬치)를 시켜줬더니...
"너는 꽃등심이고 왜 나는 닭봉이냐"
며 화를 내기도 하는 등 잘 모르겠어요 ㅎㅎ

뷰리풀말미잘 2012-12-05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무절제의 사회에서 강제하지 않는 스스로의 절제가 미덕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뭔가 멋있는 말 같아서 따라했는데.. 해 놓고도 뭔 말인지 모르겠네요. ㅋㅋㅋ

무해한모리군 2012-12-06 08:48   좋아요 0 | URL
아름다운말미잘님 사회적으로 너의 소비를 내가 막 뭐라할 수는 없겠지만, 니 스스로 자제하기 바란다 뭐 이런 뜻 아닐까요? 사실 집이 너무 멀어서 주중에 한끼도 제대로된 밥을 못먹거든요. 이번주엔 삼일 연장 저녁을 못먹었어요. 그래서 주말이면 잘 먹고 싶어요. 집밥도 밖에 밥도. 하루에 딱 세낀데.

나이들면서 더 멋져졌죠 그렇죠? 건강해야해요. 잘챙겨먹고.
저는 잘 지내려고 노력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