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반환미군기지의 환경오염 정도가 이전협정을 맺을 당시 조사보다 훨씬 높게 나왔다는 뉴스를 봤다. 반환미군기지에 공원을 만드네, 아파트를 짓네 하는 이야기가 돌때 나의 지인은 '거기 한 몇십년은 그냥 둬야할거야... 오염이 심해서 사람 못들어가 살걸?' 했다. 한 입으로 열 말 하는 국방부는 불과 얼마전에 그곳이 오염되지 않았다 했다. 

강정마을은 어찌보면 우리나라 행정처리의 전형을 보여준다.   

해군기지는 입지선정 단계부터 이곳저곳을 떠돌았다. 언제나 그곳이 최적의 곳이라더니 주민 반대가 거세면 무산되고 무산되고 했다. 

그러다 강정마을까지 왔다. 강정마을이 어떤 곳인가. 제주도 유일의 논농사 지역이며, 그 앞바다는 생물의 보고다. 강정해안은 2009년까지 절대보전지구였다. 해군이 해제 요청을 하기전까지는 그랬다. 뭐 4대강때 우리가 익히 본적이 있는 뚝딱 환경영향평가를 마치고 지금 이곳에 해군기지 건설이 진행되고 있다. 이곳이 파주가 용산이 되지 않으란 법이 없다.   

누구도 나라가 '최적의 곳'이라서 선정했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그것이 사실이 아니기도 하고, 사실일지라도 정부는 설득할 의지도 실력도 없다. 오직 힘으로 때려잡는 것만 잘한다. 주민 상당수가 육지 군인에게 가족을 잃은 경험이 있는 제주도에서 육지경찰까지 끌어들어 그짓을 또 한다.  

개발과 기지가 나쁜 것보다, 그 개발과 기지로 얻는 이익과 주민들의 삶이라는 가치의 경중을 가려보고, 그 과정에 발생되는 해는 최소로 하는 방법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며 그 과정의 주체 중 하나는 당연히 그 땅에 사는 주민들이라야 하는 법이다. 그 '과정'이 생략되는 나라에 살고 있다. 

미군에게 동북아 전략 해군기지를 내준다고 평화가 오겠는가? 이명박 정부가 힘으로 북을 압박해서 얻은 결과는 대북관계경색이고, 중국의 코밑에 설치한 미군기지는 콩만한 우리나라에 또하나의 시한폭탄을 심는 일일 뿐이다. 작은 나라가 총칼을 몸에 휘감는다고 스스로를 지킨 사례가 있기는 있는가. 모르겠다.

사실 서울시장선거도 그렇다. 한나라당은 야권 후보에 맞춰서 선거에 이길 후보를 선정한단다. 정당이 자기가 생각하는 서울시를 잘 운영할 사람을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길 후보를 내세우겠다고 지입으로 떠벌리고 다닌다. 정치가 가져야할 '가치'와 '정의'는 사라지고 자신들의 이해관계와 정치공학을 빼면 남는 것이 없다.

매사 이런 식이니 정치도 행정도 신뢰와는 점점 멀어져만 간다. 나는 도무지 정부가 '옳은 일'이라고 주장하는 일은 매사 '절대하면 안되는 일'로 들리는 증상이 심해진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감은빛 2011-09-16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일 아침 페이스북에서 문정현 신부님의 짧은 글 한줄을 보면서 마음 졸이고, 분노하고, 아파하고 있어요. 늦겨울이었던가 한창 강정마을에서 일손이 필요하다고, 내려와서 함께 해줄 활동가가 필요하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선뜻 나서지 못했던 게 두고두고 마음에 걸립니다. 가족들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이 새삼 이상하게 느껴져요. 혼자였다면, 두번 생각할 것도 없이 갔을 텐데요.

무해한모리군 2011-09-20 08:50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감은빛님.
저는 아직 한번도 가보지를 못했어요.
내내 마음이 너무 무겁습니다.
또 재판부는 황당한 판결을 내리겠지요?
삼권분립 지뿔 입니다 --;;

글샘 2011-09-16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국의 식민지처럼 사는 거야 뭐 어제 오늘 일도 아닌데요...
황새울의 새벽에서 충격과 공포 작전을 펼칠 때 대통령은 사람들이 그 좋아하던, 죽여놓고 그렇게 울던 그 사람이었는데요 뭐...
지금처럼 강 파제키고 쌀들여오는 이메가 대통령일 때 강정마을 오염 정도야 식은 죽이죠.
제발 정부라도 일관성을 가지고 견제가 들어가야 하는데, 너무 일관성이 없죠.

무해한모리군 2011-09-20 08:48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글샘님.
가끔은 우리나라 우익 할아버지들은 어쩜 저렇게 외국군대에는 관대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광복회가 정신대기념관에 대해서 '독립운동의 정신을 훼손한다'며 독립공원내 설립을 못하게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독립공원이야말로 어떤 전쟁도 안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이 되어야 할텐데 말이지요.
여하간 어제 저축은행 뉴스까지 보고나니 정부가 뭔가를 견제 할 수 있기는 있나 싶어요 --;;

같은하늘 2011-09-19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윽~~ 정말 혼란스러운 세상이에요.ㅜㅜ

무해한모리군 2011-09-20 08:45   좋아요 0 | URL
오랜만이예요 같은하늘님...
뭐랄까..
많이 익숙한 광경이기는 하네요 --;;

2011-09-19 04: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20 0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