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출근길에 참여연대 소식지에 "요즘 젊은이들은 꿈을 말할 때 형용사가 없어졌다. '훌륭한' 의사가 아니라 의사가, '위대한' 판사가 아니라 판사가 되고 싶어한다. 아니 그냥 '정규직'이 되고 싶어하기도 한다"는 대목을 읽는데 마음이 아팠다. 왜냐면 '요즘'이 아닌 십년전에 내 친구들도 이미 그랬기 때문이다. 

컨디션이 많이 안좋다. 몸 여기저기가 쑤신다. 목부터 손목까지 안아픈 관절이 없다. 인터넷에서 곰탕을 주문했다. 신랑은 저 먹겠다고 그런 보신 음식을 시켜먹는 나를 신기하게 생각한다. 그건 혼자 안살아봐서 그렇다. 내가 날 챙기지 않으면 생존의 위협이 오는 상태에 처해보지 않아서다.  

언니가 엄마, 두 조카와 함께 다음 주말 놀러가도 되겠나고 물었다. 엄마, 언니는 몰라도 지금의 몸상태로는 두 조카는 엄두도 안난다. 삐딱한 사춘기 아이 둘을 데리고 다니는 것은 엄청난 스트레스다. 차라리 어린이일때가 좋았다 --;; 여하간 너무 아파서 힘들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혼인하고 처음이라 무척 와보고 싶어했는데 섭섭해하지 싶다. 그래도 일단 나부터 좀 살아야겠다.  

집에서 택시 기본요금 거리에 홍두깨칼국수가 먹고 싶어 신랑보고 가자고 했더니 '택시타고 그걸 꼭 먹어야겠어?' 한다. 서러워서 눈물이 찔끔난다. 이주간 이렇게 앓았으면 엄마가 옆에 있었으면 맛난거 챙겨주며 늘어져 있었을텐데. 역시 남편은 남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그집은 아니지만 회사앞에서 해산물 칼국수 한그릇 먹고 가기로 한다. 타향살이는 때로 별 것 아닌걸로 목이 메인다.. 속이라도 든든히 채워야 또 버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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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1-08-12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든든한 것 먹고 기운 차려요. 으샤으쌰 기라도 불어넣어주고 싶어요. 파이팅!!

무해한모리군 2011-08-15 11:04   좋아요 0 | URL
요즘 너무 먹었더니 몸이 불었어요 ㅎㅎㅎ
힘내야죠 으샤!

Alicia 2011-08-12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리언니 힘내요~!
몸이 아플때는 마음에너지를 채우고 마음이 아플때는 몸을 챙긴다,
채근담에 나오는 말인데 저의 지론이기도 합니다.
몸이 아플때는 마음도 잘 챙기세요~♡

무해한모리군 2011-08-15 11:04   좋아요 0 | URL
아 마음의 에너지.
이틀동안 책을 읽다 말다 했네요..
회사가기 싫엉싫어 흑흑

머큐리 2011-08-13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오이지군은 휘님의 이 서러움을 잘 이해하지 않으면...말년에 끝이 좋지 않을 것이란걸 명심하심이...ㅎㅎ
휘님.. 남이라 그래서 그런게 아니고, 남자들이 여성들의 그런 생존적 섬세함을 잘 이해못해요~~ 휘님 페이퍼 볼 때마다 왜 내가 으스스한거야~~~

무해한모리군 2011-08-15 11:05   좋아요 0 | URL
오이지군께서 말씀하시길 우리는 한살차이인데다가 자기는 건강관리를 열심히 해서 말년에도 저보다 훨씬 건강할 거라고 자신하더군요 ㅋㄷㅋㄷ

아 그러니까 오이지는 말이죠. 오늘도 욕실을 쓰고 뒷정리를 안하고 헬스장에 운동하러 갔어요. 얄미워얄미워.. 언제 남자는 어른이 되나요? ㅋㄷㅋㄷ

개인주의 2011-08-13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둘 셋 넷이 살아도 본인 몫 자꾸 뒤로 빼면 안되죠..

무해한모리군 2011-08-15 11:06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스누피님.
그게 참 생각대로 쉽지를 않네요.
결혼하고 나니 저만 먹는 것들은 왠지 잘안하게 되고 --;;
일단 건강하지 못하니 정말 다른 즐거움들은 다 사라지는 것 같아요!
열 운동해야겠어요..

fiore 2011-08-15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좀 괜찮으세요?
그리고 드시고픈 거 있으심 절 부르세요~~~ ㅋㄷㅋㄷ

남편은 남..이라기보단 남자란 원래 자기생각밖에 못하는 존재가 아닌가 싶어요 --;;
(아. 연애중엔 안 그런가요? ㅎㅎ)
헌데 남편분이 건강한 편이신가봐요. 건강한 사람들은 약체의 설움을 이해 못하지요 --

무해한모리군 2011-08-18 15:12   좋아요 0 | URL
홍대가면 꼭 전화드려야지 싶다가도 왠지 일하시는데 방해될듯도 하고 ^^;;
전시 언제 하시나 궁금하네요 ㅎㅎㅎ

뭐랄까 감성노동을 잘 못하죠 남성일반들은 ㅋㄷㅋㄷ

2011-09-16 1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같은하늘 2011-09-19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 나를 부르지 그랬어요.
내가 차 몰고 휘리릭 가 줄 수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