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식당 7
아베 야로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1년 6월
구판절판


대부분의 책이 그렇듯 이 만화도 인연에 대한 이야기이다. 잔소리쟁이에 술값 한번 내주지 않는 선임, 그래도 하루의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고 나를 가장 많이 믿어주는 사람 중에 하나. 나도 내 선임을 무척 좋아한다. 골수 기독교 답답하기 그지 없는 그 보수주의자를 한 인간으로 참 좋아한다. 그 사람이 어느날 좌천된다면 우유라도 함께 마시고 나도 저렇게 엎어 주고 싶다.

이 두남자는 한여자에게 버림받은 생면부지다. 그래도 또 저렇게 같이 밥을 먹어주는 사이가 된다.

팬이라는 인연은 어떨까? 아마 스타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모습이 다는 아니겠지만, 그의 노래를, 연기를 무엇보다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그게 다는 아니더라도 그 사람의 가장 중요한 일부분이긴 할 것이다. 어찌보면 철철 넘치는 내면의 정을 곁에서는 줄 사람을 발견할 수 없어 그런다고 하더라도, 그들 통해 만난 저 두사람의 인연은 소중하다.

술주정뱅이에 아내를 때렸던 남편은 아내에게 용서를 받고 싶다. 어린시절 아내가 꼭 먹고 싶어 했다던 어린이세트를 사죄의 선물로 준비한다.

결혼생활을 시작한지 7개월 나 역시 다른 사람과 사는 어려움을 조금쯤 이해하게 됐다. 냉소적인 이 사람은 나와 매사 느끼는 바가 참 다르다. 다름이 신선함을 넘어 때로 화가 나기도 한다. 일상적 관계란 편안하기게 함부로 하기 쉬운 것이다. 세월이던, 추억이든, 자식 때문이든 서로의 잘못을 이만큼 덮어줄 수 있는 관계는 드물다. 가장 내 곂에 오래 있어줄 인연, 부부.

사람은 자식을 키우면서 내가 몰랐던 나의 어린시절을 경험한다고 한다. 또 어떤이는 경험한 적이 없는 사랑을 부모가 되면서 처음 경험했다고도 한다. 틀림없는 것은 그 책임감 앞에 조금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을거라는 거다.

마지막으로 벗. 우리는 함께 어리석은 실수를 저질러 왔고, 함께 별 거 아닌 일에도 웃어왔으며, 울어왔다. 치기어린 유년의 내 모습을 나대신 기억해주고, 그렇기에 너는 괜찮은 인간일 수밖에 없다고 스스로가 형편없이 느껴지는 날에도 말해주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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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좋아 2011-07-04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____^ (심야식당을 읽을 때 이렇게 미소 짓곤 했는데, 지금도 그래요. ^_____^)

무해한모리군 2011-07-04 19:06   좋아요 0 | URL
한동안 별로였다가 오랜만에 다시 보니 7권은 또 좋아졌어요.

... 2011-07-04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7권읽으면서 오호~~ 다시 좋아졌어! 하고 느꼈어요.

무해한모리군 2011-07-05 08:26   좋아요 0 | URL
맞아요 브론테님 ^^ 저만 그런게 아니였군요..

웽스북스 2011-07-07 23:08   좋아요 0 | URL
어, 어, 나도 그렇게 느꼈는데 말이죠!!!!
방금 다 읽고 휘모리님 페이퍼 너무 좋아서 왔어요!!

무해한모리군 2011-07-08 09:17   좋아요 0 | URL
웬디양님 40자평에 댓글 달아야지~ ㅎ

Mephistopheles 2011-07-05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건 또 언제 나온거야...! 버럭버럭.

무해한모리군 2011-07-06 15:37   좋아요 0 | URL
ㅎㅎㅎ 신간알리미를 신청하시면 친절하게 핸폰 문자로 보내줘요.

그 문자받고 만화전문 서점에 달려갔다가 두번 헛걸음 한적이 있긴하지만..
(예약 받는다는 내용 --)

비로그인 2011-07-05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큿~

무해한모리군 2011-07-06 15:38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안녕~

요즘 제게 피아노와 화성을 가르쳐줄 적당한 곳을 찾아헤매고 있어요..
거리랑 시간이 딱 맞는 곳이 별로 없네요.

내년엔 꼭 설장구를 배워보고 싶고,
하고 싶은게 많아서 먹고 싶은게 많아요..

왠지 바람결님께 이 고민을 전하고 싶어지는 이유는?

바람결님이 큿 이라고 하셔서예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