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갓 서른을 넘긴 작가가 늙음과 죽음을 이야기 할 수 있을까? 하는 다소 삐딱한 시선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재미있게도 소설속 장씨 할아버지가 쉰이 넘은 작가가 쓴 늙음에 대한 이야기에 뭘 안다고 어린 놈이 썼냐는 대목이 나옵니다. 요즘 쉰은 늙은 것도 아니지요. 취직도 새로 하고, (주로 자의가 아니라 타의긴 하지만) 한창 새로운 사랑을 찾아 떠날 수 있을 나이니까요. (사랑을 찾아 떠날 나이가 따로 있는건 아니지만요)
여하간 사실 이 책은 늙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가 살고 싶다고 느끼는 순간, 우리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던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조로증에 걸린 17살 아름이에겐 병원, 집이 세상의 전부라 뭐 그리 가슴 뛸 일이 있을까 싶은데 소년의 얼굴에 급히 새겨진 주름만큼 슬픔도 기쁨도 깊습니다. 소년은 무수한 촉수를 뻗어 삶을 느낍니다.. 부모를 통해 자신은 결코 가질 수 없는 젊은 나와 나의 실수, 패배들을 봅니다. 단어에도 감탄하며, 냄새, 계절의 변화, 비와 바람까지 소중하게 느낍니다. 흐릿한 눈으로 책과 인터넷을 통해 더 넓은 세상과도 만납니다. 늙음은 몰라도 작가도 혼자 일하는 사람이니, 홀로 시간을 이겨낸 사람에 대해서는 잘 알겠다는 생각이 책을 다 읽으니 들었습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의 희망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내는 작가의 솜씨가 빼어납니다.
요즘 제 어깨는 축 쳐져 있습니다. 일은 고되고 마음에 걸리는 것들이 많습니다.
날 행복하게 할 사람은 나밖에 없으니까 힘을 조금도 내봐야할텐데요.
비가 내립니다. 눈에 뵈지도 않는데 물방울, 너는 뭐하러 그리 곱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