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갓 서른을 넘긴 작가가 늙음과 죽음을 이야기 할 수 있을까? 하는 다소 삐딱한 시선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재미있게도 소설속 장씨 할아버지가 쉰이 넘은 작가가 쓴 늙음에 대한 이야기에 뭘 안다고 어린 놈이 썼냐는 대목이 나옵니다. 요즘 쉰은 늙은 것도 아니지요. 취직도 새로 하고, (주로 자의가 아니라 타의긴 하지만) 한창 새로운 사랑을 찾아 떠날 수 있을 나이니까요. (사랑을 찾아 떠날 나이가 따로 있는건 아니지만요)

 여하간 사실 이 책은 늙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가 살고 싶다고 느끼는 순간, 우리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던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조로증에 걸린 17살 아름이에겐 병원, 집이 세상의 전부라 뭐 그리 가슴 뛸 일이 있을까 싶은데 소년의 얼굴에 급히 새겨진 주름만큼 슬픔도 기쁨도 깊습니다. 소년은 무수한 촉수를 뻗어 삶을 느낍니다.. 부모를 통해 자신은 결코 가질 수 없는 젊은 나와 나의 실수, 패배들을 봅니다. 단어에도 감탄하며, 냄새, 계절의 변화, 비와 바람까지 소중하게 느낍니다. 흐릿한 눈으로 책과 인터넷을 통해 더 넓은 세상과도 만납니다. 늙음은 몰라도 작가도 혼자 일하는 사람이니, 홀로 시간을 이겨낸 사람에 대해서는 잘 알겠다는 생각이 책을 다 읽으니 들었습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의 희망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내는 작가의 솜씨가 빼어납니다. 

요즘 제 어깨는 축 쳐져 있습니다. 일은 고되고 마음에 걸리는 것들이 많습니다.  

날 행복하게 할 사람은 나밖에 없으니까 힘을 조금도 내봐야할텐데요. 

비가 내립니다. 눈에 뵈지도 않는데 물방울, 너는 뭐하러 그리 곱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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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1-06-22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만에 밖에 나가봤더니, 아 글쎄 옥수수가! 옥수수가 벌써 제 키를 넘어 자란거예요. (저 사는 동네는 가게까지 걸어가려면 논이랑 밭을 몇 개나 지나가야 되요^^) 더워진 공기보다 옥수수가 대박! 정말 놀랐어요. 그리고 옥수수- 하면, 님의 프로필 사진이 떠올라요. 하하하. 옥수수 알갱이 하나하나, 아는 사람 얼굴 하나 하나! ^^ 시장에 햇찰옥수수(생) 3개 오천원 하던데요. 아직 좀 비싸지요?^^

마법처럼 쑥쑥- 크는 옥수수를 볼 때, 제 마음이 두근 두근, 하였길래요.

무해한모리군 2011-06-22 18:14   좋아요 0 | URL
일전에 강원도에 다녀왔는데 밭둘레에 심은 옥수수가 아직 조그마해서 이상타하고 왔어요.

요즘 저는 하지감자를 쪄먹고 구워먹고 하고 있어요 ㅎㅎ

메리포핀스님 안녕~

fiore 2011-06-23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망적인 상황에서의 희망을 유머러스하게' 김애란 글은 이게 너무 좋아요 ~

무해한모리군 2011-06-24 08:54   좋아요 0 | URL
뭔가 좀 기괴하게 써봐도 좋을텐데 하는 생각이 드는건 제가 추리소설 팬이라서일까요 ㅋㄷㅋㄷ

하늘바람 2011-06-23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지감자는 어떤 감자인가요? 소금찍어먹음 맛나겠어요

무해한모리군 2011-06-24 08:52   좋아요 0 | URL
여름에 나는 감자를 하지 감자라고 하는가봐요.
저는 감자 고구마 옥수수 엄청 좋아하거든요..
전생은 강원도에서 살았나봐요 ㅋㄷㅋㄷ

하늘바람 2011-06-23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처진 어깨를 톡톡 두들기며 힘내라고 하면 조금 기운나시겠어요?

무해한모리군 2011-06-24 08:53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님이 거기서 잠깐 저를 생각해주셨다고 생각하니까 불끈! 마징가로 변신하려고 해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