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예전 버릇으로 돌아가서 한번에 여러권을 읽고 있다. 

 앤 패디먼의 리아의 나라를 출퇴근 시간에 읽고 있다. 과연 앤 패디먼은 글을 재미나게 쓰는 사람이다. 서재 결혼시키기도 시시할 것 같은 주제인데 멋진 에세이잖는가. 여하간 구구절절한 근현대사의 문제로 난민이 되어 미국에 정착한 몽족 부부가 미국에서 낳은 리아라는 아기가 간질을 앓으면서 병원을 찾게 된다. 이 때 몽족과 서구의 병을 바라보는 시각이 충돌하게 된다. 저자는 이 충돌에서 몽족의 시선을 미개한 것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병을 바라보는 시각 의료체계 자체도 문화라는 것을 보여준다. 

하기는 어느나라에서는 간난아기를 만지면 안좋다고 천으로 꽁꽁 싸매서는 젖먹을때만 엄마한테 데려다주고 아기때부터 따로 재우는 곳도 있고, 우리처럼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한참 클때까지 함께 엄마와 자는 곳도 있다. 장도 있고 단점도 있을 것이나 양쪽 모두에 한조각의 고대로부터 이어온 지식이 담겨져 있음은 틀림없다.  

그녀는 재미나게 이야기를 풀어가고 몽족 간질아기라는 틈새 소재로 보편의 진리를 끄집어내려는 참이다. 

 주말 내내 읽은 현대사 아리랑은 김성동 작가가 외래어를 가능한 배제한 우리말로 남북 모두에서 잊혀진 혁명가들을 한 사람에 열페이지를 넘지 않는 분량으로 간략히 소개한다. 

 내가 읽은 앞부분은 남로당 인사들로, 평균 서른살 남짓까지 살았고, 그중 육칠년은 감옥에서 보냈다. 그러면 이 사람들의 삶에서 이삼년에서 길어야 육칠년 정도의 젊은날이 나오는데 그 대부분을 짧은 투쟁과 긴수배로 보낸다. 다수는 해방을 보지 못하고 죽었는데, 미제일제 간첩으로 몰려 소련에서 죽기도 하고, 일본 감옥의 모진 매질로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운좋게 해방을 본 사람들은 북쪽에서 다시 미제일제 간첩으로 몰려 죽거나, 남한에서 빨갱이라고 제 민족 손에 죽는다.  

시대를 거스른다는 것은 과연 목숨을 거는 일임을 다시 생각한다. 신랑이 매번 똑같은 얘기 관심없다며 시들해했는데, 똑같은 사랑이야기도 매번 가슴을 아리게 하고, 똑같은 혁명가의 삶일지라도 매번 가슴을 뜨겁게 하는 것이 있다. 그 어려운 상황에서도 홀로 조직을 만들어 내고, 끊임없이 글을 쓰는 모습을 보면서 더 성실히 공부하고 더 열심히 움직여야한다는 의무감이 든다. 그래서 오늘은 삼십분 일찍 출근해서 이리 페이퍼를 쓰고 있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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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1-03-22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대사 아리랑' 보관함에 넣어두고, 아직 사지 않고 있었는데,
먼저 읽고 계시군요.
이 글 읽고 나니, 저도 어서 읽고 싶어집니다.
3월이 가기전에 읽기 시작해야겠어요.

무해한모리군 2011-03-22 13:53   좋아요 0 | URL
우리말로만 쓰시니 잘 이해가 안되는 대목도 많은데 그냥 막 건너뛰면서 설렁설렁 읽고 있습니다.

한분한분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어졌습니다.

머큐리 2011-03-22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대사 아리랑은 읽고 싶은 책이었는데... 먼저 읽고 계시는군요..ㅎㅎ

무해한모리군 2011-03-22 13:51   좋아요 0 | URL
너무 짤막한 소개라 아쉬워요.

후애(厚愛) 2011-03-22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부터 여러권 읽었어요.
이제는 한권씩만 읽으려고 노력중입니다.ㅋㅋ

무해한모리군 2011-03-23 09:53   좋아요 0 | URL
전 다양한 분야책 여러권을 함께 읽으면 더 집중이 되는 거 같아요 ㅎㅎㅎ

노이에자이트 2011-03-22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성동은 <태백산맥>의 마지막 장면을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해요.남로당 노선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의 차이겠죠.

무해한모리군 2011-03-23 10:03   좋아요 0 | URL
그들이 미제일제간첩 빨갱이 체제를 전복하려 했던 자 등으로만 기억되는 것을 안타까워하고(다수는 아예 잊혀졌지만) 이 나라 사람들이 평안히 살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목숨걸고 싸웠다는 걸 기억해주기를 바라는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03-23 18:21   좋아요 0 | URL
그러니 당연히 조정래의 평가와는 어울릴 수가 없겠죠.그런데 미제일제간첩 빨갱이 체제란 무슨 뜻인지요?

무해한모리군 2011-03-23 18:24   좋아요 0 | URL
미국제국주의 간첩, 일본제국주의 간첩, 빨갱이, 체제를 전복하려 했던 자(북한에서) 인데 뛰어쓰기를 하기 싫어서 그랬어요.. 죄송해요 ㅠ.ㅠ

노이에자이트 2011-03-23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것이로군요.휘모리 님은 조정래,김성동 어느쪽에 더 공감하시는지요? 저는 북한의 박헌영 판결문을 직접 구해서 읽어봤는데 그럴 땐 북한 주장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무해한모리군 2011-03-25 08:44   좋아요 0 | URL
제 자신의 과거도 진실을 잘 모를때가 있으니 참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 같습니다.

저는 김성동 작가의 말 중에 한 사람이 가면을 쓰고 평생을 어찌 그리 살겠느냐. 그래서 그 사람이 얻는게 뭐가 있냐는 말에 어느정도 공감하는 편입니다. 혁명을 하겠다며 나섰던 순간의 진실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03-25 18:18   좋아요 0 | URL
사람들은 자신의 과거를 직시하지 못하기 때문에(불편하니까) 역사 가지고 싸운다고 합니다.자기 자신이 얽힌 것보다는 마음 편하게 핏대 세울 수 있으니까요.

차좋아 2011-03-24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 근현대사는 읽을 때마다 접할 땐마다 늘 충격이에요. 알고 있다고 관심 끊지 않고 계속 공부하시는 모습 보기 좋습니다.

무해한모리군 2011-03-25 08:45   좋아요 0 | URL
이제 우리 근현대를 증언해주실 분들이 자꾸 돌아가시는 걸 생각하면, 역사가 사라지는듯해 조바심이 납니다.

저는... 공부를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안타까워만 합니다 --;;

잘잘라 2011-03-27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아의 나라』 소개글 좋아요. ^ ^

무해한모리군 2011-03-28 09:05   좋아요 0 | URL
리아의 나라가 좋은 책이라 그런듯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