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환송회에서 

나는 딱히 그녀에게 해줄 말이 없다. 

나는 몇 번의 떠남 끝에  

이 사회에서 내가 노동을 통해 행복할 방법은 없겠다는 결론에 도달한 바 있다.  

커다란 조직의 작은 나사로 단순 반복 업무를 실행하는 

지금의 내 일이 진절머리가 나지만, 

다른 일로 밥벌이를 하려는 시도는 번번히 실패였다.  

그리고 딱히 뭔가 하고 싶은 일도 없기에

나는 나의 불행한 노동을 받아들였다.  

그녀는 떠난다. 

그녀는 나보다 재능있고 현명함으로  

훨씬 나은 답을 얻을 수 있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아니 꼭 그랬으면 좋겠다.

아 새로운 출발을 향해 가는 사람의 모습을 보면 

늘 나도 설레인다. 

고여있는 물 같은 내마음도 아주 살짝 동요한다. 

참 좋은 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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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0-05-03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막 다른 사람의 전화를 당겨받았는데, 모은행 지점장이다.
사업자금을 다른 곳에서 대출하려고 하자,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지,
담당자 핸드폰 번호를 알려주지 않는다고 내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이렇게 중차대한 문제에 담당자 번호를 알려주지 않다니 당신 이름이 뭐야? 윗선에다 그렇게 말할거야'
'네 그러세요.'라고 내 이름을 또박또박 불러준다.

실적에 목줄이 달려 나를 닥달하는 그이도 참 안타깝다.

내가 아무리 자립이니 공동체니를 부르짖어도, 나도 나와 내 가족을 부양할 만큼의 돈을 벌려면 이정도 소리지름은 참아주어야 하는게 자본주의의 생리일테다.

양질의 일터를 자존이나 행복의 문제와 연결해본다면 우리 사회 일자리 중 몇%쯤 살아남을까?

푸른바다 2010-05-04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동을 통해서 행복할 수 있는 사회가 이상적인 사회겠지요...

무해한모리군 2010-05-04 19:23   좋아요 0 | URL
제 맥박을 뛰게하는 일이 어딘가에 있을까요?

푸른바다 2010-05-04 22:02   좋아요 0 | URL
그런 일어 어디엔가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 일을 휘모리 님이 언젠가 찾을 수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무해한모리군 2010-05-07 17:52   좋아요 0 | URL
아마 제가 찾지 않는 건지도 몰르겠어요.
이대로 편하니까..

차좋아 2010-05-06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전화를 받으시고도 맥박이 안 뛰세요? 저는 혈압이 오르고 맥박이 빨라지고 심장이 두근 거렸을 것 같은데......

휘모리님이 간구하는 맥박이 뛸 일 어딘가에 분명 있을 거에요. 저도 그렇구요.

무해한모리군 2010-05-07 17:53   좋아요 0 | URL
화를 낼 수 없으니까 더 답답하긴했어요.
워낙 성난 민원전화를 많이 받아서 왠간해서는 화가 안나는데...

제가!!! 고객님인데도 이런 일을 당하니 화가 났어요 ㅎ

비로그인 2010-05-07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그런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 내게 잘 되었으면(뭘, 어떻게 잘 된다는 것인지..하는 문제는 나중으로 미뤄두고서라도..) 하는 마음을 전해주는 것이 모여서 힘이 된다는 것이요.

그런 생각으로 저는 휘님께 뭔가를 전해봅니다.. 휘님!!

무해한모리군 2010-05-07 17:54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고마워요.
고마워요.

바람결님 좋은 봄 되셨으면 좋겠어요.
제 몸통 하나 되는 거리에 요즘은 종종 오시나요?

2010-05-08 2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머큐리 2010-05-07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님의 맥박이 뛰는 일이 생길거에요... 이렇게 간절하게 바라는데 이루어지지 않음 이상한 일이지요.. 힘내시고.. 뭐 난 휘님 편이니까..ㅋㅋ

무해한모리군 2010-05-10 08:36   좋아요 0 | URL
간절하게... 안바라는듯 합니다 ㅎㅎ
저도 머큐리님 편이예요 아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