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읽은 책을 다시 뒤적여보니 옛날 메모들이 새롭게 읽힌다. 

벨 훅스의 책은 쉽고 교과서적인 교훈들이 있다. 

전투적이기보다 나이든 할머니의 포근한 혜안이 느껴진다.  

그래서 그녀의 책을 읽는 것은 늘 즐겁다. 

흑인 노동자 가정 출신인 그녀의 페미니즘 입문서인 이 책의 제목부터가 참 마음에 든다. 

무슨무슨 이즘은 '행복하려'고 한다는 것들을 너무 쉽게 잊어버린다. 

90년대 후반 대학에 다닐때 내게는 여성주의자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다. 

뭔가 특이한 히피풍의 옷을 입고, 

자유로운 직업을 가지고 있으며, 

대안이니 영성이니 하는 영적 수련에 골몰하는 사람들 말이다. 

나는 한번도 내가 잘나가는 여성이 될 거라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어서 별로 그들에게 마음이 가지 않았다. 기독교 문화가 아닌 곳에 대안(!) 영성을 가져오는 것처럼 서구의 운동방식을 그대로 가져온듯 해서 보기가 불편하기도 했다.

그런데 페미니즘은 그런게 아니라지 뭔가.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빈곤에 처해있으며(빈곤은 보수주의자들에게도 중심의제 중에 하나지만) 우울과 좌절에 따른 자살유혹을 경험하며, 온갖 종류의 증오범죄들로 목숨의 위협을 받고 있는가. 

나는 페미니즘 운동 역시 생존을 위한 투쟁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페미니즘 운동의 성과가 사회 구성원 모두의 삶을 어떻게 끌어올려왔고,  

어떻게 바꾸어 나갈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본다.

문제는 어떻게다. 

이 책에는 공자님 말씀처럼 

살고 있는 지역 공동체를 중심으로 소모임을 조직화해서 대중기반을 넓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모여야 하고 끊임없이 의식화해야 하며, 정치적으로 모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평초처럼 떠도는 요즘 우리에게 공동체가 어디 있는가.. 

교회처럼! 

어떻게 교회처럼 될 수 있을까? 

우리 소모임은 직장에서, 애인에게, 속해있는 당원모임에서 다음달 모임까지 실천할 과제를 가지고 뿔뿔이 흩어졌다.  

반여성적인 농당을 일삼는 당원 뒷풀이에도 일침을! 여성활동가에게만 밥을 시키는 모임에 일침을! 더 늙으면 결혼 못한다는 팀장에게 일침을! 

첫모임 아직은 이만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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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3-30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제가 회사 팀장 역할할 때, 잘생긴 신입만 너무 챙기는거 아니냐고 사장님께 한소리 들었습니다. 면접할 때도 제가 인물을 보는듯 하다구요. 페미니즘이라. 결국 힘을 가진 자가 누구인가의 문제와 직결된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열심히 하시는 모습이 멋집니다~

무해한모리군 2010-03-30 15:10   좋아요 0 | URL
일단 열심히 안합니다 ㅎㅎㅎ

저는 페미니즘 운동을 소수자 운동으로 봅니다.
당연히 지배적 권력과 문화에서 배제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서운건 스스로 가해자이기도 하고 피해자이기도 하다는 것인듯 해요.
저도 제 손톱만한 권력을 어떻게든 휘두를 때가 많으니요 --

blanca 2010-03-30 18:2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마녀고양이님 잘생긴 신입에 뻥 터집니다. 인지상정이지요^^;; 보고만 있어도 흐뭇해지잖아요.

무해한모리군 2010-03-30 19:16   좋아요 0 | URL
일단 친절해지잖아요 ㅋㄷㅋㄷ

2010-03-30 15: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30 15: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머큐리 2010-03-30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취침 전 벨훅스의 '사랑의 모든 것'을 조금씩 읽고 있어요...ㅎㅎ
많은 생각을 하게 하더군요... 지금도 멋지지만 페미니즘 세미나 열심히 해서 더 멋진 여성이 되어야죠..^^

무해한모리군 2010-03-30 17:38   좋아요 0 | URL
일단 그런걸 취침전에 읽어도 아내분이 비웃지 않으신다면 성공하신듯 보입니다 ㅎㅎㅎㅎ

언제나 그렇듯이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이 다른데다, 아는 것도 거의 없다보니 ㅠ.ㅠ 생긴대로 사는 수 밖에는 길이 없답니다. 그저 자꾸만 줄어드는 그남아 알던 것을 지키려는 몸부림이라고 할까요 ㅋㄷㅋㄷ

머큐리 2010-03-30 20:04   좋아요 0 | URL
서로 딴일하느라 취침시간이 틀려서 내가 뭘 읽는지도 몰라요...ㅋㅋ
아마 알면 비웃을지도 모를텐데...뭐 그 정도야 사랑으로 감싸고 이해해야죠 (정말 그럴수 있을까? 책을 만권을 읽어도 안될일이라 희망하고 있음..ㅋ)

무해한모리군 2010-03-31 09:08   좋아요 0 | URL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정말 많은 철학적 논쟁이 필요할듯 ㅎㅎㅎ

머큐리님이 이해!하고 싶어한다는 걸 아시기는 할 거예요 ㅋㄷㅋㄷ

낭만달타 2010-04-01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모리짱! 이글 우리 까페에도 올려주~~ please~~~~~~~~

낭만달타 2010-04-01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근데 말이우.. 뭐 행복한 페미니즘은 썩 좋은 페미니즘 입문서라 할 수 있는데.. 벨훅스의 요즘 행보는.. 영성이라는곳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생각도 들더이다. 그것이 현실에서 점점 멀어지는 학문적 페미니즘의 한계가 아닐까 싶기도 해서.. 난 부쩍 페미니즘의 실천과 투쟁에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요! 우리 모임이 그런 대안모델이 되었으면 하고.. 그래서 공부도 필요한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잘해보십시다!

무해한모리군 2010-04-05 12:33   좋아요 0 | URL
벨훅스는 너무! 평화적이고,
너무! 타협적인면이 있지요.

모임은 잘... 될까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