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사촌동생 결혼식 

엄마의 우리집을 점검하기 하루 전날이다. 

지금까지 정리한 것들은 

낡은 이부자리, 쿠션 커버들과
(우리집 작은 세탁기의 성능으로는 이 녀석들을 깨끗하게 할 수 없으리라 --) 

냉장고 속에 썩어가는 엄마가 보내주신 음식들도 과감히 버렸다. 

이를 대신해 메밀베개 1쌍, 목화솜 요, 거즈이불 1채를 장만했다. 

그리고 결혼식에 입고갈 블라우스도 하나. 

문제는 욕실과 여기저기 짱박힌 먼지인데  

매일 야근이 이어졌던 터라 이는 어쩔 수 없다. 

혼나자. 

회사가 2년전에 다른 회사를 하나 먹어서 미친 듯이 바빴는데, 

또 다른 회사를 하나 먹으려고 하고 있다. 

이번엔 더 엉망이다.  

거기 관리쟁이들은 다 짤릴테니 일이 얼마나 늘려나 제길!
(아 남의 해고고충을 돌아볼 여유가 없는 삶이여~) 

 이 책 저 책 여러권 읽었는데 글을 잘 쓸 수는 없었다. 그 결정적 기여는 이 민감한 시기에 읽은 노란 표지의 <다시 진보를 생각한다>가 했다. 이 책을 읽으며 만감이 교차한다. 혹자는 만정이 떨어진 것 아니냐고도 하는데.. 음.. 

뭐 대중을 조직화하고 정치화해야 한다. 공자님 말씀이다. 그것이 운동의 정의가 아닌가.  

그런데 책 중간중간 노무현 정권이 진보 정권이라는 것을(책 제목을 보라) 강조하려는 의도가 지나친 나머지 턱 걸리는 대목들이 많았다. 이 저자는 몇 가지로 한국사회 진보수를 가르는데, 거기 FTA 항목은 이렇다. 보수는 '적극' 추진하려는 사람들이고 진보는 '신중히' 추진하자는 사람들이란다 --;; 뭐 이거말고도 많다. 

하여간 최근 자칭 노무현 계승자들의 행보와 발맞춰 이 책을 읽고 있자니 괴롭다. 같이 읽고 있는 공공의 적들이 나를 웃겨주지 않았다면 우울증에 빠졌을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여전히 야근 중이고, 장이 무슨 탈이 났는지 방귀대장 뿡뿡이가 되어서 외출도 쉽지 않은터에 어머니의 불시점검까지 기다리고 있는 엄혹한 시절이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 굳게 굳게 믿어본다. 

일요일에 여성학 소모임 첫 공부모임이고 발제도 해야하는데 아직 행복한 페미니즘 책을 뽑지도 않았다. 그녀가 글을 쉽게 쓴다는 것만이 나에게 남은 유일한 희망이다. 


댓글(15)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스탕 2010-03-12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에서 문득 '쇼생크 탈출'이 떠올랐다는.. ^^;
주말 잘 넘기시길 바랍니다... ㅎㅎ

무해한모리군 2010-03-12 18:50   좋아요 0 | URL
어머니로부터도 직장으로부터도 탈출이 불가합니다.
모랄까 자발적 구속!
무스탕님도 즐거운 주말되세요 ^^

후애(厚愛) 2010-03-12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내일이 주말이군요. 몰랐어요.^^;;
꾸중을 쬐끔 들으시겠지만 그래도 어머님이 오시니 좋지요?^^

주말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시길 바래요~

무해한모리군 2010-03-12 18:51   좋아요 0 | URL
정직하게 저는 어머니가 저희집에 오시는거 별로입니다 ㅎㅎㅎ

후애님도 알콩달콩 재미난 주말되세욧!

L.SHIN 2010-03-12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데요, 제목.

'산을 포크로 파도 줄어들기는 한다'라니.
어디가서 꼭 써먹고 싶은 표현입니다.(웃음)

무해한모리군 2010-03-12 18:51   좋아요 0 | URL
에... 외부에서 다시 이입되지 않으면 그렇긴 합니다만..
늘 모래폭풍이 불어닫친다는게 문제라면 문제 --

머큐리 2010-03-12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열 잘 통과하세요...ㅎㅎ
아무래도 어머님이 팔 걷어붙이고 대청소를 하시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해 봅니다.

무해한모리군 2010-03-12 18:52   좋아요 0 | URL
지난번에 오셨을때는 밥통도 버리시고, 이부자리도 몽땅 버리셨어요.
그리고 전 절대 집에 두지 않는 왁스도 사서 온집을 뒤집고 --
아 생각만 해도 괴로워요 머큐리님 ㅠ.ㅠ

Kitty 2010-03-12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엄마가 쉽게 올 수 없는 외국에 살았던게 천만다행이랍니다;;;
혼자 살면 멍멍이판 5분전...-_-
휘모리님은 식사도 잘 챙겨드시고 깔끔하신거 같은데 무사히 넘어가실거에용~
야근 크리를 어필하세요~

무해한모리군 2010-03-15 09:17   좋아요 0 | URL
어머니는 일곱시간동안 저희집 청소를 하셨어요.
제 물건들이 어디있는지 다시 확인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듯 --

2010-03-13 15: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15 09: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15 23: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하(紫霞) 2010-03-13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마일 강추~

무해한모리군 2010-03-15 09:20   좋아요 0 | URL
웃고 있어도 웃는게 아니었음다 --;;

좋은 한주 되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