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책들의 이력서
릭 게코스키 지음, 차익종 옮김 / 르네상스 / 2007년 12월
장바구니담기


의문에 싸인 자신의 영혼과 씨름하는 사람에게 책이란 한때 꽃 피웠다가 씨를 맺고 스러져가는 존재이다. 초판본이든 제 41판이든 껍데기일 뿐이다.

- D. H. 로렌스-214쪽

그러나 어떤 운동의 주역을 밝힌다는 관점에 선다면, 문학사의 결정적 기점이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어떤 책 한 권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나타나는 법이다.-292쪽

희망에 가득 차 있되, 절망과 거리가 먼 것만 약속되어 있기 때문에 희망이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절망도 인류가 극복하고 구원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 희망이 있다는, 음울한 종말론적인 걸작이라는 믿음이었다.

- 이블린 워의 '다시 찾은 브라이즈헤드에 대해'-308쪽

내가 믿는 사랑은 단 하나
마른하늘에 내려치는 번개와 같은 사랑뿐
나는 믿지 못한다. 우정이 싹을 틔워 천천히 사랑이 맺어졌다거나
"왜"냐고 물어야 하는 그런 사랑을 나는 믿지 못한다.
사랑이란 우리에게 전쟁처럼, 야수처럼,
별안간 찾아왔으니까.
부드럽게 피어올라 상처도 없이 스러진다는 그런 사랑
나는 품을 수 없네.

- 그레이엄 그린의 '흘끗 뒤돌아보다'-321쪽

사적인 자리에서 내뱉은 목소리를 공적인 자리에 그대로 옮겨적으면, 특별히 누구에게 해를 입히지는 않더라도, 몹시 공격적인 어조로 들리게 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336쪽

그는 뛰어난 어릿광대였다. 그는 '정치적으로 올바른' 태도(이런 용어가 나오기 이전 시대였지만)에 대해서 거친 언사를 써가며 반대했고, 친구들을 대변해서 난폭한 말을 쏟아내는 일을 재미로 삼았다. 실제로 그의 정치적 견해가 어떤 것인가를 찾는 일은 중요하지 않다. 이것이 내 생각이다. -338쪽


댓글(5) 먼댓글(1)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소설 속의 시
    from 마지막 키스 2010-01-11 10:58 
    오늘 휘모리님의 페이퍼를 읽다가 갑자기 .  가끔 책들을 읽다 보면 그 안에 누군가 시를 지었다든가, 혹은 누군가의 시를 인용했다든가 하는 부분들이 나온다. 그리고 그 시들이 소설보다 더 가슴을 울릴때도 있다.    내게는 무척 재미없었던 소설 [프랑스 중위의 여자]에서도 시가 나오는데 이 시는 이 소설 한권보다 도 훨씬 좋았다.      떨리는 한숨이 가슴을 채우고 두 손이 우연한
 
 
무해한모리군 2010-01-08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두개의 인용은 필립 라킨에 대한 것이다. 나는 그의 시를 읽어보지 않아 시의 경향은 잘 모르겠지만, 실생활에서는 냉소와 이죽거림을 즐겼던 모양이다. 인터넷은 사적인 공간인가? 편지글이던 인터넷이던 저자의 '의도'에 따라 나눈다면, 인터넷은 공개될 수 있음을 알고 쓰는 것이니 공의 영역의 가깝지만, 그 발언의 형태는 사의 영역에 더 가까운 듯 하다.

그레이엄 그린의 시는 누구나 젊은 시절이 있었다는 걸 떠올리게 한다. 낯간지럽게 몰랑한 시라니!

... 2010-01-09 02:09   좋아요 0 | URL
아니 저 시가 정녕<권력과 영광>의 그레이엄 그린이 쓴 시란 말입니까?

무해한모리군 2010-01-09 10:45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눈을 의심케하지 않습니까?
저 시가 있던 시집은 50부가 100부가 찍어서 지인들과만 나누어가졌데요~
저런류의 시들이 있다네요 ㅋㄷㅋㄷ

마늘빵 2010-01-09 0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고 재밌겠군요! 아, 책을 사면 안돼 안돼. 보통 씨 또 책 냈는데 눈 돌리는 중...

무해한모리군 2010-01-09 10:46   좋아요 0 | URL
보통씨 책은 서점에 서서 읽으면 될 분량이던데요.
전 두페이지 서점에서 읽었어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