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에 싸인 자신의 영혼과 씨름하는 사람에게 책이란 한때 꽃 피웠다가 씨를 맺고 스러져가는 존재이다. 초판본이든 제 41판이든 껍데기일 뿐이다.
- D. H. 로렌스-214쪽
그러나 어떤 운동의 주역을 밝힌다는 관점에 선다면, 문학사의 결정적 기점이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어떤 책 한 권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나타나는 법이다.-292쪽
희망에 가득 차 있되, 절망과 거리가 먼 것만 약속되어 있기 때문에 희망이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절망도 인류가 극복하고 구원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 희망이 있다는, 음울한 종말론적인 걸작이라는 믿음이었다.
- 이블린 워의 '다시 찾은 브라이즈헤드에 대해'-308쪽
내가 믿는 사랑은 단 하나 마른하늘에 내려치는 번개와 같은 사랑뿐 나는 믿지 못한다. 우정이 싹을 틔워 천천히 사랑이 맺어졌다거나 "왜"냐고 물어야 하는 그런 사랑을 나는 믿지 못한다. 사랑이란 우리에게 전쟁처럼, 야수처럼, 별안간 찾아왔으니까. 부드럽게 피어올라 상처도 없이 스러진다는 그런 사랑 나는 품을 수 없네.
- 그레이엄 그린의 '흘끗 뒤돌아보다'-321쪽
사적인 자리에서 내뱉은 목소리를 공적인 자리에 그대로 옮겨적으면, 특별히 누구에게 해를 입히지는 않더라도, 몹시 공격적인 어조로 들리게 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336쪽
그는 뛰어난 어릿광대였다. 그는 '정치적으로 올바른' 태도(이런 용어가 나오기 이전 시대였지만)에 대해서 거친 언사를 써가며 반대했고, 친구들을 대변해서 난폭한 말을 쏟아내는 일을 재미로 삼았다. 실제로 그의 정치적 견해가 어떤 것인가를 찾는 일은 중요하지 않다. 이것이 내 생각이다. -3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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